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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43)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③

정치·사회·문화 바뀌면서 음악도 변화…'감정이론' 응용해 작곡가들 창작 활동

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의 변화는 다성부음악에서 단성부음악, 즉 모노디(Monody)로의 변화다. 모노디의 중요한 특징은 감정을 직접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것이다. 몬테베르디(Claudio Monteverdi, 1567~1643)가 '말의 주인'이었던 하모니는 이제 거꾸로 '말의 하인'이 되었다고 얘기한 음악이 바로크 음악인 것이다.

 

모든 변화에는 변화에 대한 반발이 있는 법, 전통을 고수하는 음악에서 보면 말이 음악의 주인이 되는 바로크 음악은 비정상적이고 괴상하며 과장된 것이었다. 따라서 경멸하는 의미로 바로크(Baroque)적 음악이라며 질시했다. 바로크는 '일그러진 진주'라는 뜻의 포르투갈어(語)라고도 하나 '바로크'의 어원은 지금도 논란 중이다. 영어사전에도 바로크(Baroque)는 '지나치게 과장된, 괴상한, 기이한, (진주가) 변형된' 등의 뜻이다. 바로크음악이라는 용어는 19세기에서야 비로소 긍정적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가사가 지닌 감정을 표현하다보니 드라마가 있는 음악인 오페라, 오라토리오, 칸타타, 수난곡 등이 나타났고 가사의 표현을 위해 선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니 선율·화성이 중심인 음악 기악도 발전하게 되어 콘체르토, 소나타, 토카타, 푸가, 판타지아 등 기악 장르도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장·단조의 근대적 개념, 화성음악, 즉흥연주기법, 선율의 마침꼴, 불협화음의 기능적 사용 등에 대한 이론도 바로크 시대에 확립된다. 베네치아 음악이 융성하던 1600년경부터 J.S. 바흐가 세상을 떠난 1750년까지의 시기를 바로크시대라고 하는데 이 시대는 정치·사회·문화적으로도 유럽의 재편성과 혁명 등 엄청난 변화의 시대이었다. 음악의 변화는 시대변화와 함께한 셈이다.

 

바로크 음악의 총론적 이상(理想, Ideal)은 감정이론(Affektenlehre)이다. 가사의 적극적 표현인 감정이론은 바로크 음악의 핵심 내용이다. 음악은 현실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부분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작곡이나 감상, 음악과 개인, 사회와의 긴밀한 관계에서 웃거나 울거나 하는 것과 같이 억제할 수 없는 생명의 표현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감정이나 정신적 감동 상태를 표현하는데 음악과 감정·감동은 결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감정이론은 작곡가이자 이론가인 마태존(Johann Mattheson, 1681~1764)에 의해 <정서론> 으로 저술되었다.

 

단조는 슬픈 느낌을 주고 장조는 기쁜 느낌이라는 것도 감정이론에서 나온 내용이다. 예를 들면 다장조(C Major)는 대담하고 초(超)자연적이고 다단조(C minor)는 사랑스럽지만 어둡고 장중하면서 슬픈 느낌, 사장조(G Major)는 강하며 쾌활하나 사단조(g minor)는 아름다우면서 우아미가 있고, 바장조(F Major)는 아름다운 감정의 전원 분위기이지만 바단조(f minor)는 깊고 무거운 절망이나 불안, 우울한 느낌 등 각 조마다 독특한 감정을 내재하고 있다는 이론이다.

 

작곡가들은 이 이론을 응용해서 작곡을 했다. 그 중에서도 헨델은 특히 조성의 정서에 충실했다고 한다. 오페라를 작곡하면서도 사(g)단조는 질투를 불러일으키는 데 썼고 비가(悲歌)의 분위기는 마(e)단조로 작곡하였다. 따라서 바로크시대의 작품에는 곡명(曲名) 뒤에 꼭 조(Key)가 표시되어 있고 그 조는 그 음악을 듣지 않았어도 그 음악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정서론 미학은 바로크 이후에도 이어지니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봄, spring> 이 바장조(F Major)이고 6번 교향곡 <전원> 도 바장조이다. 5번 교향곡 <운명> 은 운명이 문을 두드린다는 처음은 다단조로 시작하지만 고난을 극복하고 희망·승리를 노래하는 피날레는 기쁨을 표현하는 다장조로 바뀐다. 내림마(Eb)장조는 장엄하고 격정적인 정서이니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은 내림마장조이다. 모차르트 <마술피리> 서곡과 브루크너(Anton Bruckner, 1824~1896)의 교향곡 4번 <낭만적> 도 같은 조이다.

 

하지만 각각의 조성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언제 어떠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에 대해서 다른 의견도 있다. 슈만은 장·단조를 남성적·여성적인 느낌이라고 동의는 하면서도 "작곡가가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한 조(Key)를 선택하는 것은 명확히 얘기하기 힘든 문제이다. (중략) 화가가 색을 자유로이 선택하는 것처럼 조성의 선택은 온전히 작곡가의 몫이다"라고 하기도 했다.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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