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10 19:48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전시·공연
일반기사

[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45)갈랑(Galant)양식(1)

우아하게 장식된 아름다운 선율

클래식에서 누구나 친하게 느끼는 음악은 아무래도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고전시대 음악일 것이다.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의 음악이다. 가사에 내재된 감정전달이 직접적이어야 함을 주장하던 바로크 음악은 한 세기 반 동안 다양한 음악으로 행해지면서 결국 다시 선율·화성·대위법이 복잡한 정교한 음악이 되었다. 대표적인 음악이 J.S.바흐 음악이다. 예술적으로, 기교적으로 정치해진 것이다. 시대적 분위기는 작곡가들에게 다시 간결하고 명쾌한 음악을 원했다. 농업, 제조업, 무역이 성장하면서 도시 시민계급의 부와 사회적 위치가 상승하게 되고 아울러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그들도 즐길 수 있는 재미있고 보편적인 음악을 원했던 것이다. 계층에 관계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이 고전시대 음악이다.

 

변화는 갑자기 있는 것이 아니고 항상 전환기를 거친다. 바로크에서 고전으로의 변화도 전 고전(Pre Classical)이라는 전환기를 거친다. 바흐 타계 전 30년, 타계 후 30년 정도가 그 전환기이다. 바흐의 음악이 절정이던 때 30여년 전에 이미 새로운 경향은 나타났고, 타계 후 30여년을 거치면서 진행되는 새로운 경향은 지역에 따라 다른 명칭과 내용을 갖는다. 이 새 변화의 시기는 시대로 구분하기 보다는 양식으로 구분하는데 갈랑양식(Galant Style)과 민감양식(Empfindsamer Stil)이 그것이다. 전고전(前古典, Pre Classical)양식, 로코코(Rococo) 음악이라고 하는 음악이다. 따라서 후기 바로크와 전 고전, 고전 초기 음악은 어떤 의미에서는 경계가 없다. 이 양식들은 한 작곡가의 작품에도 자주 함께 보이기 때문이다.

 

로코코라는 용어는 프랑스어 '로카이에(Rocaille)' 즉, '돌장식'이라는 말에서 유래하니 건물 윤곽을 돌조각 등으로 아름답게 치장할 때 쓰였다. 이 용어는 선율에 감미로운 장식을 넣어 노래하는 음악에 응용되어 갈랑양식이 되었고 프랑스 문화에 영향받은 유럽 북쪽 독일지역으로 옮겨가서는 감각이나 정서가 더 민감해진 민감양식이 되었다. 이런 음악은 바로크의 특징이 되었던 규범, 경직, 진지함에 대한 권태에서 나타났다. 규범주의는 많은 음악가들에게 권위에 배어있는 경직으로 느껴졌으니 권위는 왕이나 성직, 혹은 전통에 의한 권위 등 모든 분야의 경직성을 의미했다. 17세기 베이컨, 데카르트, 뉴튼, 스피노자, 로크 등에 의해 제창된 철학적, 과학적 사고로의 변화는 시민들을 이와 같은 경직에서 벗어나게 했고 이런 분위기는 교회의 권능에 대한 신앙을 약화시키며 대신에 과학이나 자연의 원리에 대한 믿음을 자리하게 하였다. 로얄 아카데미(Royal academy)를 설립하여 예술분야를 후원하는 취지로 50년 넘게 모든 예술분야를 관장·감독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루이 14세의 죽음(1715년) 또한 권위의 붕괴를 의미하며 새로운 양식의 음악이 나타날 수 있게 하는 배경이 되었다.

 

프랑스어 '갈랑(Galant)'의 사전적 뜻은 '부인에게 친절한' '여자의 환심을 사려는' '품격이 높은' '훌륭한' 등이다. 아름다운 돌장식으로 우아하게 장식된 베르사이유 궁전과 파리에서 전개된 새로운 양식 갈랑은 그와 같은 의미의 몇 가지 새로운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뚜렷한 것은 아마 음악의 감정적 내용이다. 쉽게 얘기해서 음악은 품격이 있으면서 즐겁기 위해 작곡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건반악기 선생이자 작곡가 튀르크(Daniel Gottlob Turk, 1750~1813)는 아마추어 교습을 위한 <클라비어 연주학교> 라는 책에 바로크적 음악과 새로운 갈랑양식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써놓았다. '엄격한 대위적 양식은 - 귀에 듣기 좋은 음향보다는 기교를 듣게하는 양식이다. 자유로운 갈랑 작곡방식으로 작곡하면 - 기교적 양식보다 더 표현적이고 유쾌한 음향을 얻게 된다.' 바로크 전성기의 특징이 된 심원함, 진지함, 짜임새의 복잡함은 피해야 했다. 따라서 대위법적 음악은 기피되었다. 최상성부에 선율이 있고 그 선율은 간결하고 투명한 화성 반주로 받쳐졌다. 선율은 대개 4마디 혹은 8마디 정도인 짧은 동기(motive)로 구성되어 여러 번 반복되었다. 그리고 로코코 취향의 장식이 선율을 치장하니 트릴(Trill)이나 잔결꾸밈음(Mordent) 등 다양한 장식음들이 그 장식 역할을 했다. 예쁘게 보이기 위해 기품있는 여인이 귀걸이나 목걸이를 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겠다. 갈랑은 '우아한'의 뜻이다. 우아함, 고상함이 음악에 생기를 주는 것이다. 이 음악은 보편성을 추구한 음악이어서 프랑스에서 받아들여진 후 베르사이유를 모방하는 독일지역 궁정들로 전해진다. 바로크시대는 이렇게 퇴조하는 것이다.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