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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48)고전시대의 실내악

하프시코드의 화려한 부활

바로크 실내악의 중심악기는 하프시코드(Harpsichord)이었다. 하프시코드는 영국에서는 버지널(Virginal), 프랑스에서는 클라브생(Clavecin), 이탈리아에서는 클라비쳄발로 혹은 쳄발로(Cembalo)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하프시코드는 바로크 시대에는 관현악음악이나 트리오소나타 등 실내 앙상블 음악에 꼭 필요한 건반악기이었으나 고전시대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된다. 대중의 음악 취향이 변하고 연주회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음량이 감당을 못하게 되는 것이 그 이유였을 것이다. 하프시코드는 음색은 클래식하지만 음량이 참 작다. 대중적 실내악이던 바이올린 둘과 첼로 그리고 하프시코드와 하프시코드의 저음음향을 공명시켜주는 베이스로 이루어지던 트리오소나타가 인기를 잃게되자 바이올린과 하프시코드 혹은 첼로와 하프시코드가 함께 하는 하프시코드소나타라는 장르가 나타난다. 악기 역할도 바뀌어 바로크 음악에서는 바이올린이나 첼로가 독주 역할을 하고 하프시코드는 화음만 받쳐줬지만, 고전시대에는 하프시코드가 독주를 하고 현악기들은 하프시코드 음악을 도와주는 혹은 중복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하프시코드 혼자서 연주하는 독주 장르도 나타났다.

 

1709년 이태리 피렌체의 크리스토포리(Bartolomeo Cristofori, 1655~1732)에 의해 피아노(처음 명칭은 Gravicembalo col piano e forte 였다.)가 발명된 후에는 그와 같은 경향이 더 확연해졌다. 한 예로 베토벤의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소나타 no.5> 두 곡은 본래는 '첼로와 함께 하는 피아노포르테(피아노의 초기 약식명칭)를 위한 소나타'로 출판되었었다. 첼로는 피아노 연주를 도와주는 역할이었던 것이다. 그 후 2~30년이 지나면서 현악기들도 점차 독립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고 곧 건반악기와 동등한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바이올린 소나타, 첼로 소나타 혹은 세 악기가 함께 하는 실내악인 피아노 삼중주같은 새 실내악 장르가 생기는 것이다.

 

또한 변화는 트리오소나타류의 앙상블에서 하프시코드가 없게 되자 바이올린 둘과 첼로의 음향으로는 음향이 허전하여 그 허전한 화성을 보완해 줄 악기를 찾게 되었다. 이에 적합한 악기로 1740년경 빈(비엔나)에서 비올라가 쓰이게 되고 따라서 이 때부터 현악 사중주라는 장르가 생겼다. 현악사중주를 위한 곡은 갈랑양식과 민감양식을 함께 포함하는 로코코음악이 유행할 때쯤 유쾌하고 경쾌한 희유곡(디베르티멘토)으로 많이 작곡되었다. 희유곡 즉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는 대개 춤곡 미뉴에트를 포함하는 두 악장의 작품이 많았지만 더 많은 악장을 가진 음악으로 작곡된 곡도 많다. 행진곡, 다양한 춤곡들, 초기 소나타 형식의 빠른 악장, 서정적인 느린 악장 등 많은 곡들이 순서 없이 배열되는 음악이었다. 이탈리아 작곡가들은 대개 두 악장으로 된 작품을 선호했고 북독일 작곡가들은 3악장 규모, 오스트리아와 남독일 작곡가들은 좀더 많은 악장의 작품을 좋아했다. 세레나데(Serenade), 카세이션(Cassation) 등이 다 같은 종류의 음악이다. 이 음악은 초기에는 장르 명칭대로 대개 여흥이나 분위기를 위한 것이었다. 만찬을 위한 음악, 혹은 축제 배경음악으로 작곡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함을 위해 관악기가 포함되기 했고 곡의 품위도 높아졌던 것이다.

 

실내악과 관현악의 구별은 고전시기 초까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즐겁고 재미있는 음악이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실내악, 그중에서도 현악사중주가 하이든에 의해 많이 작곡되면서 하이든은 '교향곡의 아버지'이기도 하지만, '현악사중주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에스테르하치 궁전의 전속 음악가이던 하이든은 만찬을 위해 혹은 축제를 위해 그와 같은 음악을 끊임없이 작곡했어야 했을 것이다. 현악사중주는 음악 어울림이 정교하여 유리그릇에 비유되기도 한다. 연주하는 각 악기의 역할이 환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스탕달은 현악사중주를 "제1바이올린은 화제를 제공하며 대화를 이끌어가는 중년, 제2바이올린은 소극적이며 양보를 잘하는 친구, 비올라는 대화의 꽃을 피우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는 여성, 그리고 첼로는 학식이 많고 대화를 조정해주는 중후한 분위기의 신사다"라고 표현하였단다. 모차르트와 베토벤 역시 피아노 삼중주, 현악 사중주 등 예술의 향기 가득한 주옥같은 실내악곡들을 많이 작곡했다. 실내악은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는 음악 장르이다. 실내악은 가장 친한 사이의 음악 대화인 것이다.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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