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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만규의 섬진강 들꽃이야기] (22)비비추

더위를 상큼하게 식혀주는 연보라색 꽃

"당신은 어느 계절을 좋아하세요?"라고 묻는다면 "여름이 제일 싫어요"라고 꼬집어서 대답할 정도로 나는 체격답지 않게 여름철 나기를 힘들어한다. 그러니 올 같은 더위에는 정말이지 곤혹스러울 수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엇인가가 숨통을 트이게 하기에 살만하지 않은가! 주걱턱 모양의 잎이 지면을 가득 덮으며 소담하게 자란 비비추가 그렇다.

 

한바탕 소나기가 가신 뒤 잎에 조랑조랑 맺혀 있는 빗방울은 짜증스럽기만 하던 여름을 상큼하게 느껴지게 한다. 봄부터 피어난 줄무늬 넓은 잎들 사이로 꽃대가 높이 솟아오르고 연보라색 꽃이 차례차례 피어나며 더위를 시켜주는 비비추는 무엇을 기다리는 사람이 바라보기 좋은 꽃인가 보다.

 

신라시대 때 설녀라는 처녀가 있었는데 아버지가 멀리 부역을 가게 되자 설녀를 사랑했던 청년이 대신해서 그 일을 가게 됐다. 그런데 청년이 여러 해가 지나도록 돌아오질 않자 아버지는 딸 설녀가 그 청년 때문에 혼기를 놓칠세라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길 재촉하게 된다. 그러자 설녀는 마당에 피어난 비비추를 보며 이 꽃이 다 질 때까지만 청년을 기다리겠다고 간청한다. 그 꽃은 해마다 피고지기를 반복하였고 설녀의 청년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여러 해를 넘기면서 더욱 깊어만 가는데, 마지막 꽃이 질 무렵 부역 간 청년은 드디어 돌아오게 되었고 설녀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단다.

 

작고 하찮아 보이는 것이 마음을 붙잡는 데 힘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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