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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세계소리축제] 리뷰-개막작 '천년의 사랑여행'

경쾌한 '발의 향연'…아쉬운 '국악 칸타타'

개막공연 '천년의 사랑 여행' 을 펼친 안숙선 명창(오른쪽)과 인도의 비르주 마하라지(가운데)·사스와티센 명인이 공연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추성수(chss78@jjan.kr)

사랑은 좋아하는 마음과 그리워하는 마음, 기다리는 마음이 만나 빚어지는 것이다. 작은 불씨에도 불바다가 되는 가슴, 불쏘시개처럼 바짝 메말라 타들어가는 삶과의 아픈 열애가 바로 사랑이다. 사랑에는 경계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도, 나라에 대한 충절의 마음도, 신에 대한 간절한 사랑도 사랑 안에서 하나가 된다. '2010 전주세계소리축제'가 1·2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올린 개막 특별 공연'천년의 사랑 여행'은 결 고운 이 시대의 모든 사랑을 담아낸 작품이다. 10주년을 맞는 창작 기획물로 김명곤 조직위원장이 총 감독을 맡고, 안숙선 명창이 출연해 더욱 기대를 모았던 작품. 소리축제의 대표 브랜드로 내놓기 위한 시도는 좋았으나, 세대를 잇는 감동을 선물하기엔 아쉬움이 많았다.

 

무엇보다 국악관현악과 심포니오케스트라로 구성된 특별연주단의 연주와 합창은 해묵은 소리의 조화였다. 특히 해외 전통 가무악의 공연은 세계 전통의 소리를 엿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옛 백제가요인 '산유화가','정읍사가','서해안 용왕굿' 등을 토대로 한 전통 가무악은 우리 것의 정수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어설픈 국악 칸타타였다. 게다가 중국 강소성 곤곡 예술단의 합창은 다른 가무악 공연에 비해 예술적 완성도가 떨어졌다. 반면 안숙선 명창이 부른 '춘향가'의 '사랑가 대목'에 맞춰 인도 전통 춤인 카탁을 보여준 비르주 마하라지와 사스와티센 명인은 경쾌한 리듬에 맞춘 빠른 발놀림에 회전 춤으로 인상적인 무대를 선물했다.

 

더욱 아쉬웠던 점은 '천년의 사랑 여행'을 안내하는 도깨비의 설정이다. 머리에 뿔을 달고, 빨간색·파란색·노란색 의상을 입고 등장한 도깨비는 국적 불명의 것이었다. 그것은 방망이를 들고 다니는 뿔 달린 일본의 대표적인 요괴인 '오니이'에서 유래한 것일 뿐 우리네 도깨비의 모습은 아니다. 공연 전반을 주도해나가던 도깨비들이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해외 전통 가무악 공연 소개에 머무를 뿐 존재감이 없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백제물길을 따라가는 뱃길을 보여주기 위해 레이저와 자막·영상을 활용한 무대는 진일보한 것으로 보여졌다. 레이저가 너무 세서 일부 관람객들이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물론 김명곤 조직위원장이 올해 뒤늦게 연임되면서, 소리축제의 창작 기획물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충분치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2억5000만원이 투입된 대작이라고 하기엔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보여진다. 김 조직위원장과 안 명창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마련한 장학금 전달 행사 역시 사랑의 씨앗을 세상에 널리 퍼뜨리자는 취지로 시도됐지만, 오히려 공연의 완성도를 떨어뜨렸다는 아쉬움이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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