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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현의 명창이야기] (49)명창 김성수(2)-즉흥성 매우 강한 창조적인 소리꾼

배운적 없는 '심청가'까지 완창

김성수는 김토산이라고 하는 소리꾼에게 소리를 배웠다고 하였다. 그런데 김토산은 판소리사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다. 김성수의 말을 빌면 김토산의 조부가 이날치의 제자라고 하였다. 그런데 김토산은 또 김성수의 부친 김용달의 외당숙이라고 했다. 김토산은 흥덕면 후포리에 살았다고 하는데, 김성수와 나는 김토산이 살았다는 집을 찾아간 적도 있었다. 후포리는 명창 김소희의 고향인 사포리와 마주 보고 있는 포구이다. 당연히 김소희도 김토산을 알만한 처지이다. 김소희도 김토산에 대해 언급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니까 김토산이라는 소리꾼이 있었던 것, 그리고 상당한 소리 실력을 갖추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김성수는 김토산으로부터 도막소리를 배운 것 같다. 본인은 <심청가> 전부와 <춘향가> , <흥보가> , <적벽가> 등을 배웠다고 했지만, <심청가> 도 다 배운 것 같지는 않다. 김성수는 <심청가> 를 완창할 수 있었지만, 그것이 모두 김토산에게 배운 것은 아니었다. 우선 김성수의 <심청가> 는 극히 일부분만을 제외하고는 <김연수 바디 심청가> 와 똑같다. 김토산에게 전 바탕을 배웠다면 구태여 김연수의 사설을 가져다가 쓸 필요가 없는데, 김연수의 사설을 이용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나머지는 자신이 만들어 넣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김성수의 <심청가> 는 사설은 김연수의 것과 거의 같지만, 선율은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김성수가 김연수와 관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김성수는 서른두 살 때 <춘향가> 사설을 정리하려고 선운사에 내려온 김연수의 시중을 3-4개월 들었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김성수와 김연수를 사제관계로 보기는 어렵다.

 

김성수가 장기로 삼았던 것은 <흥보가> 였다. 특히 그의 '제비노정기'는 아자기한 부침새가 참으로 멋진 소리였다. 그래서 나는 이 <흥보가> 를 신나라뮤직에 소개하여 녹음을 했다. 전부는 아니고 '박 타는 데'만 녹음을 해서 LP 한 장으로 냈다. 고수는 아마추어 명고수 송영주 선생이 맡았다. 송영주 선생은 전직 정읍 국회의원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아마추어 최고의 명고수였다. 프로들도 가지지 못한 아름다운 북가락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귀중한 소리와 북가락을 같이 기록한다는 뜻으로 녹음을 했다.

 

김성수는 흔히 소리할 때마다 소리가 다르다는 평을 들었다. 그 말은 사실은 즉흥성이 그만큼 강한 소리라는 뜻이다. 박동진에 대해서 말할 때도 썼지만, 참으로 창조적인 역량이 있는 소리꾼만이 즉흥성을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즉흥성이야말로 판소리가 가진 본래의 특성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김성수는 즉흥성이 매우 강한 창조적인 소리꾼이었다는 말이다. 그러기에 다 배운 적도 없는 <심청가> 를 완창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김성수는 박동진과 비슷한 성격의 소리꾼이다.

 

김성수는 <흥보가> 를 녹음할 무렵엔 여수에 머물고 있었다. 여수에 있는 판소리 애호가들이 김성수를 불러다 앉혔던 것이다. 그런데 <흥보가> 녹음을 마치고 내려간 며칠 후 김성수는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넘어져 허리를 다치고 말았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그는 몸을 쓸 수가 없었다. 아들이 있는 김제로 돌아와 누워 지내던 김성수는 1993년 세상을 떠났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 그를 만난 자리에서 김성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갈고 닦아 놓으면 끝에 뭣인가 나올테지라우. 소리허다가 기운 팡겨서(지쳐서) 못허면 말로라도 해야제."

 

불운했던 김성수를 끝까지 지탱해준 것이 바로 이러한 그의 예술을 향한 집념이었을 것이다.

 

/최동현(군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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