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김병기의 필가묵무 '붓의 노래, 먹의 춤'…서예·무용·음악·영상 어우러진 새로운 시도
서예가 무대로 나간 까닭은 ?
서예에 꼬리표처럼 붙는 '고리타분하다''지루하다'는 편견 때문이다. 서예가 대중화·세계화를 외치지만, 작업실에 갇혀서는 '소통'이 되지 않는다. 지난해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서 무용, 음악이 어우러진 서예 퍼포먼스를 선보인 김병기 전북대 교수(56·중어중문학과)가 필가묵무'붓의 노래, 먹의 춤'을 만들었다. 서예를 중심에 두고 무용, 음악, 영상이 어우러진다. 제2·제3의 '필가묵무'를 위한 미완의 완성이다.
김 교수는 "서예를 정적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필가묵무'란 말처럼 붓은 노래하고 먹은 춤추는 굉장히 동적인 예술"이라고 소개한 뒤 "살아있는 예술로서 서예 역시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며 의미를 전했다.
서예는 음악이자 무용이다. 붓의 필획은 일회성이다. 한 번 올려진 공연도 다시는 만나볼 수 없다. 서체는 동물의 형상·동작에서 착안된다. 무용은 몸짓에서 풀어지는 것이다.
두댄스(대표 홍화영)이 올리는 무대는 '뿌리 깊은 나무','눈길도 함부로 걷지 마라','절대 자유의 춤을 막는 자 누구인가?','사라져야 할 것들','사랑'으로 이어진다.
김 교수는 '뿌리 깊은 나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통섭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모든 응용은 기본에 뿌리를 둡니다. 서예의 변신은 대중화를 위한 이정표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눈길도 함부로 걷지 마라'는 서예의 변신에 우려를 보내는 이들에 대한 일침이다. 그렇다면 우리 서예가 나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절대 자유의 춤을 막는 자 누구인가?'는 서예의 종주국 명예를 되찾기 위한 물음이다. '사라져야 할 것들'에서는 전쟁의 상흔을 보여주면서 서예의 순화작용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 교수는 "결국 모든 것은 사랑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마지막 무대의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순수서예를 원심력으로, 응용서예를 구심력으로 보는 그는 양자의 발전을 추구하되 구심력을 먼저 키우고 구심력에 비례해 원심력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예 = 행위예술'이라는 관점에 반기를 들었다. 서예는 끊임없이 내면을 닦는, 선비정신에 바탕을 두기 때문이다.
서예가 음악이 되고, 춤이 되는 살아있는 서예를 만나볼 수 있는 시간. 붓끝에 담겨진 강인함과 부드러움을 엿보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필가묵무 '붓의 노래, 먹의 춤' = 30일 오후 7시30분 전주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 063)280-7006~7. www.j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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