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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52) 낭만음악

주관적 느낌의 감정세계 표현

'음악과 시가 서로 밀접한 것은 낭만주의 예술사고입니다. 여기서 얘기하는 시는 시를 짓는 그 시가 아니라 일상생활이 산문적이라고 한다면 그보다 한 차원 높은 승화된 세계를 뜻합니다.'

 

사랑하는 클라라에게 보낸 슈만의 편지다. 문학에도 탁월한 슈만은 낭만음악의 한 면을 문학적으로 설명한 셈이다. 낭만음악에는 음악 외적인 의미를 배제하고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절대음악(Abstract Music)과 어떤 의미나 풍경을 음악으로 묘사한 묘사음악(Descriptive Music) 혹은 표제음악(Program Music), 자기 민족의 독특한 정서를 음악으로 표현한 민족주의 음악이 함께 병존해있다.

 

'낭만적'이라는 용어는 독일의 문학평론가 슐레겔(Friedrich von Schlegel,1772-1829)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고 한다. 슐레겔은 문학잡지 「아테네움」(Athenaeum)을 1789년에 발간하며 진보적 성향의 시를 '낭만적인 시'라고 했다. 궁정풍의 사랑이나 환상적인 중세 이야기를 뜻했던 프랑스 어(語) '로망스(Romance)'에서 '낭만적(Romantic)'이라는 단어를 따왔다고 했다. 이렇게 문학에서 나타난 낭만은 음악에서도 지배적인 정신이 된다. 낭만 정신은 자유로운 정신의 구가이면서도 한 켠 당시 유럽의 정치적 상황이던 유럽 통일의 이상과 병행하여 예술에서도 다른 예술과의 융합을 추구하는 경향도 있었다. 문학, 음악, 미술의 융합이다. 즉 서정시는 선율적이어야 했고, 그림은 문학적, 음악은 시적 혹은 철학적이어야 했다.

 

하긴 19세기 낭만시대 이전 작곡가들도 그들의 창작 작업에서 낭만성을 자주 보였다.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등 근본적으로 고전적인 음악가들에게서도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이라던가 낭만적 정서는 있었다. 베토벤 역시 그의 후기 작품에서 낭만적 표현의 폭을 한층 넓혔다. 어느 시대, 어느 곳에도 낭만은 항시 있었다. 그러나 낭만시대에는 그 낭만정신이 예술표현의 한 중심에 있게 되는 것이다.

 

새로움에 대한 관심은 예술소재도 새로운 방식으로 찾았다. 전설, 역사, 이국(異國)문화, 신비한 풍경 등 다양한 소재가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예술가들은 그들이 찾아낸 새로운 소재에 열광하고 그런 것들을 예술로 표현하였다. 이와 같은 새로운, 이색적인, 진기한 요소들을 느끼고 표현하는 데는 또 자신의 감정에 따라야 하기에 예술표현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그때까지의 보편적 창작 준거였던 전통적 형식들은 자주 의미가 없거나 불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이런 배경의 음악이 낭만음악이다. 고전시대 음악이 절제되고 균형 잡힌 객관적 아름다움을 추구했다면 낭만음악은 일반적 원칙이나 한계를 벗어난 주관적 느낌의 감정세계, 무한함이나 숭고함을 표현하는 음악이다.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세상에 대한 동경이나 갈망을 표현하기도 했다. 보통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한 이상적, 철학적 세계를 지향하는 이같은 자세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낭만음악가들은 오히려 정신적인 면에서 대중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게도 된다.

 

낭만 음악은 양식이나 창작 소재가 다양하다. 가장 낭만적이면서도 고전의 정취가 충만한 슈베르트, 브람스의 음악이 있는가 하면, 피아노에서 낭만적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쇼팽, 환상적 세계를 교향곡과 오페라로 표현한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1803~1869), 교향시라는 자유로운 양식을 창안하여 상상세상을 노래한 리스트, 자신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예술가곡으로 표현한 슈베르트, 슈만, 볼프(Hugo Wolf·1860~1903), 시, 장면, 무대, 연기, 음악이 함께 어우러진 종합예술작품(Gesamtkunstwerk)이라는 새로운 장르 음악극(Music drama)을 창시한 바그너(Richard Wagner·1813~1883), 자신의 느낌과 감상을 웅장한 규모의 교향시로 표현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1864~1949)등 독특한 성격의 다양한 음악이 함께 공존한다. 발라키레프, 무소르크스키를 위시한 러시아 5인조나 보헤미아(현재 체코)의 스메타나, 드보르자크, 스칸디나비아의 그리그 등에 의해 대변되는 민족주의 음악도 낭만음악이다. 하긴 민족주의 음악은 민족적 정체성을 표현하려면 음악 외적인 의미를 음악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표제음악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도 있다. 낭만음악은 이와 같이 아주 다양하지만 시정 넘치는 서정성(Lyricism)과 기악적 색채, 새로운 음향에 대한 관심이 많은 점에서는 하나로 통일된다.

 

낭만시대 음악은 타예술과의 관계가 아주 밀접했기 때문에 작곡가는 대개 유명한 시인이나 소설가와 친분이 두터웠고 직접 글을 쓴 작곡가도 많다. 대표적인 예로 베를리오즈와 슈만은 전문적인 음악 비평가이었고, 리스트도 음악에 대한 글을 남겼으며 바그너는 자신이 자신의 오페라 대본을 직접 썼다. 감정의 감동을 이끌어내는데 적극적인 음악, 낭만음악! '예술의 근원은 이성이나 지성에 있는 것이 아니고 감정에 있으며 특히 음악은 논리적 개념에 의한 것이 아니고 인간정신의 감동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독일 철학자 칸트(Immanuel Kant·1724~1804)의 얘기는 낭만음악의 기본미학을 얘기한 셈이다.

 

/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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