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류재현 두번째 개인전
그는 언제나 눈앞에 펼쳐지는 푸른 숲길을 좋아한다. 녹색의 향연과 나뭇잎과 흙냄새를 싣고 다니는 바람의 흔적이 느껴져서다. 숲길은 자신의 내면에 숨긴 낡고 오래된 악기 소리를 낸다.
서양화가 류재현(46)의 두번째 개인전 테마도 길이다. 총 15점을 내놓은 그는 오솔길이나 물길 등 자연이 만들어놓은 길을 가는 붓으로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길 작업만 30년 째죠. 길은 생명을 파괴하는 요소로만 다가왔는데, 요즘에는 생의 일부분으로 다가옵니다. 숲으로 들어온 지 5년 됐습니다."
그는 풀잎, 나뭇잎 뒤로 보이는 까만 그림자까지 놓치지 않는다. 가는 붓으로 여러 번 덧칠해 인적없는 숲의 적막함과 고즈넉함도 드러낸다. 전통 회화처럼 여백에 점과 선으로 메워가는 작업을 하다 보니 작품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임실 동중학교 미술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퇴근 후 구이에 있는 작업실로 달려가 붓질만 했다.
"작업실 부근의 산과 계곡 들판이 모두 작품 소재입니다. 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전시 준비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이런 생활이 4년째 이어지다 보니 밤에 작품에 몰두할 수 있게 된 것 같네요."
김선태 미술평론가는 "짜임새 있는 구도, 안정된 톤, 정확한 데생력 등을 통해 그의 화면은 자연의 일부가 투영된 것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소우주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작품활동에 매진해 2012년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 류재현 개인전=9일까지 전주 서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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