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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B "밴드는 바람 앞의 촛불…15년은 기적"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거야/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YB의 '나는 나비' 中)

 

올해로 결성 15주년을 맞은 YB(윤도현밴드:윤도현, 박태희, 김진원, 허준)는 이 시간을 버텨낸 자신들을 나비에 비유했다.

 

그래서 최근 선보인 15주년 기념 라이브 베스트 음반과 미국 록페스티벌인 워프트 투어에 참여한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에 '나는 나비'란 제목을 붙였다.

 

20일 마포구 합정동에서 인터뷰한 멤버들은 "애벌레, 번데기 시기를 견뎌야 나비가 되듯이, 우리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딛고 사람들에게 희망과 에너지를 주는 음악을 했다는 점에서 '나는 나비'란 노래는 YB를 함축하는 곡"이라고 말했다.

 

 

◆15년 역사 담긴 음반, 우린 진행형 = 이번 음반에는 15년간 발표한 200여 곡 중 라이브 공연에서 선보인 25곡을 CD 2장에 수록했다. 한장에는 올해, 다른 한장에는 2000-2006년 공연한 음원들이 담겼다.

 

윤도현은 YB의 행보에서 중요한 곡들만 자신이 직접 선곡했다고 했다. 또 멤버들과 대중이 좋아하는 곡의 격차가 있지만 이번에는 객관적인 거리감을 두려 노력했다고도 했다.

 

"음악의 메시지, 성향과 관계없이 우리의 추억이 담긴 곡들이죠. '긴여행'은 YB가 2000년 잠정 해체를 앞두고 정동 이벤트홀에서 연 마지막 공연의 마지막 곡이었죠. 이 곡은 '우리는 긴 여행을 마치고 언젠가 돌아오겠습니다'라고 얘기한 뒤 울면서 노래했어요. '내게 와줘'는 2001년 새로이 영입된 기타의 허준과 처음 작업한 5집 곡이고요."(윤도현)

 

이밖에도 널리 사랑받은 '꿈꾸는 소녀', YB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이땅에 살기 위하여', 정치적인 논란에 휘말리며 방송을 떠나 한동안 공백기를 가질 때 만든 8집 '공존'의 수록곡들이 더해졌다.

 

멤버들은 그간의 곡이 모두 진정성을 담았다고 했다.

 

"의도적으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곡을 쓰는 건 가짜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정치, 사회 뉴스를 안 보려해요. 다른 음악인들이 그런 노래를 안 만들었다 뿐이지, 우리가 사회, 정치적인 메시지를 서슴없이 담는 밴드라고 인식된 건 상대적인 것이었죠. 우리가 사랑 노래를 부를 때면 사랑하고 싶은 걸로 봐주시면 돼요."(윤도현)

 

◆15년간 숱한 무대, 평양공연 기억남아 = 별 탈 없이 국내 대표 밴드로 성장했다고 여기지만 잠정 해체, 멤버 교체, 의도하지 않은 정치 논란 등 이들에게도 굴곡은 있었다.

 

이런 탓에 멤버들은 15년을 버틴 건 기적이라고 했다.

 

"음악에 지쳐서 2000년 '우린 안 맞나보다. 해체하자'고 했죠. 그때는 결혼도 안하고 젊었을 때니 마찰이 일면 깨질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2001년 우린 돌아왔고, 이젠 이 밴드가 아니면 다른 게 없다는 필요충분을 느끼고 있어요. 멤버들 간에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침범하지 않는 영역도 생겼고요. 많은 밴드 멤버들이 이 팀, 저 팀을 옮겨다니는데 전 다른 밴드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김진원)

 

"밴드는 바람 앞에 촛불이에요. 언제나 밴드에서 마음이 떠날 수 있고 또 멤버를 떠나보낼 수 있다고 준비가 돼있죠. 그렇기에 15년간 팀을 유지한 건 기적이죠."(박태희)

 

2001년부터 YB에 가세한 허준도 재즈 밴드에 몸담았던지라, 록밴드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허준은 "록을 안 해봤기에 처음 YB에 들어와 그걸 극복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8집에서야 비로소 내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자 윤도현은 "내 잘못이 크다"며 "난 '기타를 칠 때 피가 나야 정신차린다. 피가 나 극한에 도달해야 평정심을 찾는다'고 허준을 닥달했다"며 웃었다.

 

허준은 화답하듯 "도현이 형의 조언이 도움이 됐다"며 "'록은 피가 나야한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함께 웃었다.

 

이들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와 촛불집회 등에 참가하며 정치적 논란에 휘말린 데 대해서도 "우리가 솔직하게 표현한 것들이 파장을 일으킨다는 것도 알게 됐다"며 "하지만 왜곡돼도 신경 안 쓴다. 우리는 음악으로 말하고 깨어있는 대중이 있다는 게 희망이다"고 말했다.

 

각자 기억에 남는 무대도 셀 수 없이 많다. 만장일치로 꼽은 무대는 2002년 'MBC 평양특별공연'에 참가했을 때다.

 

"남자 관객은 양복, 여자 관객은 한복을 입고 있었죠. 중간엔 고위급 간부들이 자리했는데 표정을 읽기 힘들었어요. 처음에는 긴장됐는데 '아리랑'을 부를 땐 결국 우리도 울었죠."(김진원)

 

"우리가 울컥하니까 관객들의 분위기도 술렁였어요. 그 공연을 마치고 평양 거리에 나가니 우릴 모르는 사람이 없더군요. 그 공연이 북한 전 지역에서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대요."

 

윤도현은 1996-1997년 신촌 롤링홀에서 200-300명을 앞에 두고 한 공연, 해외 첫 공연으로 2003년 발리에서 열린 '월드 피스 뮤직 어워드'에 참가했을 때도 요즘 들어 자꾸 떠오른다고 했다.

 

"'월드 피스 뮤직 어워드'는 첫 해외 공연치고 무척 거대한 무대였죠. 월드컵 열풍을 이끌고 평양 공연을 한 공로로 세계적인 그룹들과 나란히 세계평화음악상을 받았으니까요. 그런데 이 무대는 최악이었어요. 제가 너무 떨어 '코리아 투 비 원(Korea to be one)'이란 간단한 영어도 버벅댔으니까요."

 

◆해외선 무명 밴드..내년에도 도전 = 그러나 YB는 2005년 유럽, 지난해 미국 등 해외 무대에서 경험을 쌓으며 이제 두려움을 많이 떨쳐냈다.

 

박태희는 "국내에선 나비가 됐을 지 모르겠지만 해외에서 우린 애벌레"라며 "무명 밴드로 도전한 해외 공연은 국내 무대의 소중함을 일깨워줘 YB의 음악 사이클이 선순환 구조로 굴러가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미국 유명 록 페스티벌인 '워프트 투어(Warped Tour)'에 참가한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이달 초 영화로 개봉했다.

 

"영화 평점이 높고 부산, 대구 등지로 개봉관도 늘어났어요. 내년에도 '워프트 투어'에 참가하고 싶고, 미국에서 음반을 내고 현지 방송 출연 등의 즐거운 도전을 계획하고 있어요."(윤도현, 박태희)

 

이들은 한해의 마무리도 역시 무대에서 한다. 오는 30-31일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YB 록+뮤지컬 갈라 콘서트:아수라장'이 그 무대다.

 

그간 윤도현이 주연하고 멤버들도 밴드로 함께 출연한 '개똥이'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하드록 카페' '헤드윅' 등의 뮤지컬 넘버를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해 선보인다. 여기에 YB의 록 음악 무대가 가미된다.

 

"만화영화 '마징가 제트'에 두 얼굴을 지닌 악당 아수라 백작이 나오잖아요. 뮤지컬과 록 음악으로 대변된 YB의 두 얼굴을 무대에 펼쳐보이겠다는 의미에서 공연 제목을 '아수라장'으로 붙였습니다. 이번 공연에 참여할 영국인 기타리스트 스캇도 주목해주세요. 하하."(윤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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