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경(전주기전여고 2)
어느 새 지구가 태양을 또 한 바퀴 다 돌았다. 2010년을 보내고, 2011년을 마주한 나는 막막하다. 벌써 내가 고3이라니, 이제는 정말 죽어라 공부만 해야 하는구나. 더구나 2011이 지나면 난 더 이상 청소년이 아니구나. 세월의 무게가 고3이란 단어에서 묵직하게 느껴만 진다. 문득 새로웠던 것들이 더 이상 새롭지 않고, 낡아버렸음을 깨달아 버렸다. 그래서 그런지 매일 우편함에 들어오는 신년카드에서 송구영신이 유독 마음에 걸린다.
2010년 초 세웠던 계획들이 생각이 난다. 지각하지 않기, 야자 빠지지 않기, 시험공부 열심히 하기, 드라마 조금만 보기 등, 2011년도의 계획 역시 이 범위를 벗어날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는 딱히 연말뿐만 아니라 시험이 끝나거나, 방학이 끝날 때에는 늘 약간의 아쉬움이 생긴다. 이러저러한 유혹을 잠깐 동안만이라도 이겨내고 조금만 더 열심히 할걸. 조금만 더 참을 걸, 같은 자잘한 아쉬움 말이다. 그런 아쉬움이 커져 뭉치면 후회가 된다. 후회가 많은 과거는 뒤로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아쉬움은 남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아쉬움마저 없다면 더 좋겠지만 내게 그것은 가능할 것 같지 않으니 아쉬움을 달래는 방법을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쉬움이 남을 선택을 할 상황에 또 다시 당면하더라도 다른 선택을 할 것 같지는 않다. 생각이 바뀌어야 행동도 바뀔 수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새해뿐만 아니라 항상 계획세우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10년 후나 20년 후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 생활이 그동안 그다지 바뀌지 않았던 것도 내일이나 그달의 계획을 세우기보다 내 인생의 큰 그림을 그렸다 지웠다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올 한해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계획을 세우려고 한다. 10년 후의 흐릿한 그림에 마음을 두지 않고 그날그날 하루하루의 일에 전념하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매일 매일의 내 삶의 조각조각이 또한 내 삶의 큰 그림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고 3이 되기 때문일까, 더 이상 청소년일 수만은 없기 때문일까. 이번 2011년 새해는 진정으로 송구영신한다는 기분이 든다.
/ 박희경(전주기전여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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