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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 라오스 사업장을 가다](상) 교육현장

대나무로 엮은 교실서 3개 학년 수업…볼리칸·파카딩지역 초등학교에 교실 건립 협약

월드비전 전북지부는 라오스 볼리캄사이(Bolikhamxay)주의 2곳에 15~20년 장기 계획으로 ADP(Area Development Program:지역개발사업)를 시작했다. 이 지역 어린이들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것이지만, 사업은 어린이에 대한 교육과 보건위생 등에만 국한되지 않고 마을주민들의 소득증대, 환경개선 등과도 종합적으로 연결된다. 한 어린이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서는 어린이가 사는 마을 전체의 발전이 필수적이라는 교훈에 따른 것이다. ADP의 사업의 진행상황을 살피고 앞으로의 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초등학교 교장선생님 등과 함께 현지를 방문했다. 그 내용을 2차례로 나누어 실는다.

 

세상을 바꾸는 가장 빠른 길은 교육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알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이제 학교교육을 넘어선 평생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후진국의 사정은 다르다. 현재의 상황을 반전시킬 '필요성'은 가장 높지만 '가능성'은 가장 낮다. 아는 것이 없고 경제적 여건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르기 때문에 배우지 못하고 배우지 못하기 때문에 모르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학교방문

 

볼리칸지역의 반동마을 아이들이 노는 모습. (desk@jjan.kr)

아이들이 학교 입구 양편에 길게 줄지어 서있다. 야생에서 따다가 정성스럽게 만든 꽃다발을 준비하고 우리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피켓과 라오스 국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중요한 행사 때나 입는다는 교복과 베레모도 챙겨입고, 여학생들은 예쁜 귀걸이와 머리띠로 한껏 멋도 냈다. 마을 주민들도 함께 나와서 우리를 반긴다. 우리가 방문했던 반동마을 초등학교와 콩캄(kongkham)마을 초등학교의 모습이지만 왠지 낯설지는 않다. 60, 70년대 우리가 서 있던 그 자리에 지금은 라오스 아이들이 서 있는 것 뿐이다.

 

아이들의 교실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아니 초라하다. 교실 1/4 크기의 공간은 교장실과 교무실을 합쳐놓은 것이 분명한데, 사무 공간이라기 보다는 잡동사니 보관창고라고 표현하는 편이 훨씬 이해하기 쉽다. 대나무로 엮은 교실은 여기저기 찢기고 구멍이 숭숭 뚫렸으며, 그 안에는 나무 판자로 대충 짠 책걸상이 놓여 있다. 벽에 걸려있는 학습목표나 아이들의 작품은 소꿉놀이 같다.

 

볼리칸지역(Bolikhan District)에 있는 반동마을 초등학교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실 부족이다. 2개의 교실에서 70여명이 수업하고 있다. 이 나라의 초등학교는 5년제이므로 2~3개 학년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복식수업이 불가피하다. 월드비전 전북지부는 이 학교 학생 70여명과 2㎞ 거리에 있는 초등학교를 하나로 통합해서 170명이 공부할 수 있는 새로운 학교를 짓기로 하고 새로운 부지에서 기공식을 가졌다. 5000만원을 들여서 4칸 짜리 학교를 짓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교실 한 칸을 짓는데 거의 1억원 가까이 소요된다고 하니,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럭저럭 짓는 건물이다. 이 나라의 건축기술 등을 감안할 때 더 이상 돈을 투자한다고 해도 의미는 없을 듯했다.

 

파카딩지역(Pakkading District)에 있는 콩캄 초등학교는 437명의 학생이 다니는 큰 학교로 학생수가 날로 늘어 교실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다. 게다가 2000년에 교실 1개 동이 태풍으로 날아가 임시로 지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월드비전 전북지부는 이곳에도 5000만원을 들여 새로운 교실을 지어주기로 하고 현지에서 협약식을 가졌다.

 

▲열악한 교육환경

 

라오스의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다. 하지만 취학비율은 지역에 따라 56~95%에 불과하다. 또 1학년부터 5학년까지 전 과정을 제공할 수 있는 학교는 전체의 35%에 불과하고 나머지 학교들은 1학년부터 2학년 또는 3학년까지만 운영한다. 아이들의 중퇴율이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볼리캄 지역은 43개의 초등학교가 있지만 중학교는 3개에 불과하다. 파카딩 지역은 51개 마을중 10여개 마을에 아예 초등학교가 없고 중학교도 7곳 뿐이다.

 

학교시설도 매우 부족하다. 반동초등학교처럼 2~3개 학년이 한 교실에서 수업하는 경우가 많다. 교실안에 교육기자재도 전혀 없다. 게다가 교사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는 우수한 인력확보를 어렵게 한다. 이 나라 초등학교 교사의 25%는 제대로 된 교육연수를 받지 못했으며, 8%는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교육시설의 부족, 교사의 자질부족 등에 더해 부모들의 가난과 무지도 아이들의 교육을 방해하고 있다. 의무교육이라고 하지만 교복이나 교과서 등을 감당할 수 없는 부모들이 많다. 또 부모들은 그들 자신이 문맹이기 때문에 교육의 필요나 중요성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보다는 집안일을 돕는 것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방문단 일행은 학교 건물을 지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중도에서 탈락하지 않고 학교를 마칠 수 있도록 교구재나 교과서 보급 등 운영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주민들의 준비성

 

말을 강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다.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고 해도 주민들이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준비가 안돼 있다면 성공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라오스는 가능성이 있는 땅이다. 정부 당국이 적극적인 협조의사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의사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볼리칸 지역(Bolikhan)의 겟토마니(Ketlormany) 구청장과 파카딩의(Pakkadin)의 수사다(Sousada) 부구청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의사를 거듭 밝히면서 '주민들이 함께 참여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정부의 협조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은 큰 힘이 된다. 또 콩캄초등학교 교실안에는 건물 신축을 위한 주민들의 기부한 내역이 걸려 있었는데, 50여명의 주민들이 5만~10만 킵(Kip)씩을 냈다. 우리 돈으로 치면 6000~1만2000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 나라 주민들의 살림형편으로는 상당히 의미있는 액수이다. 사업의 의미를 한 층 더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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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leesw@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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