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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약자에 대한 배려는 자신에 대한 배려다

한기봉 (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 사무처장)

필자가 아는 친구는 건설회사를 하는데 공사를 따면 남는 공사는 남에게 하도급주고 손해보는 공사는 자기가 직접 시공한다. 이유를 물어본즉 "돈벌려고 사업하는 사람에게 손해볼 공사를 주면 어찌하느냐?"는 거다. 그리고 "혹시라도 공사비가 부족하여 부실시공을 하거나 도산하면 그 결과는 고스란히 원청업체인 나에게 돌아온다"고 덧붙인다.

 

자본주의의 천국이라는 미국에도 반덤핑관세라는 제도가 있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가격을 낮춰 수출하는 외국기업에 대해 낮춘 가격만큼의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이다. 도대체 자기나라 국민들에게 싼값에 물건 팔겠다는데 왜 정부가 나서서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까지 막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경쟁력이 취약한 자국산업의 보호를 위해서다. 정상적 경쟁에 의한 가격우위는 용인하되 생산국 정부의 보조 등에 의한 가격인하는 불공정 경쟁이라는 거다.

 

최근 지나친 하청(하도급) 단가인하가 사회문제화 된 적이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기업을 압박하고 대기업은 앞다투어 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문제는 매스컴에서 슬그머니 사라졌다. 정치적 국면전환용이었나?

 

설사 그랬다 쳐도 무엇이 잘못됐기에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정도로 중요한지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우리나라의 하청구조는 그야말로 전근대적이고 비인간적인 형태로 오랜기간 관행화되어 왔다. 대기업이 요구하는대로 시설을 갖추고 근로자를 모집하여 생산에 들어가면 얼마안돼 납품단가를 낮추기 시작한다. 단가인하를 거절하면 곧바로 거래선 변경이라는 위협이 뒤따른다. 이미 투자해놓은 시설이며 근로자들을 생각하면 하청업체 사장은 몇날이고 밤잠을 설치다 결국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너무나도 참담하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 하청업체의 직원은 원청업체 직원보다 보수가 낮다. 또 비정규직이나 파견근로자는 정규직에 비해 절반이하의 임금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기업은 사상 최대의 매출에 사상 최대의 이익을 구가하는 사이 수많은 중소기업은 도산하고 근로자들은 체불임금에 시달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무도 중소기업에 취직하려하지 않는다. 해서 실업자는 늘어나도 중소기업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안달이다. 궁여지책으로 정부는 외국에서 근로자를 수입하여 급한 불을 끄지만 외국인근로자가 투입되는 만큼 중소기업의 인건비 상승속도는 더뎌지고 내국인 근로자의 중소기업 기피는 더욱 심화된다.

 

도대체 꼴찌로 대기업에 취직한 학생과 일등으로 떨어진 학생의 실력차이는 얼마이기에 그들의 인생은 일류와 막장으로 구분되는가? 이런데도 애는 더 낳아라, 사교육하지 말라, 강남에 있는 학교 가지 말라, 강남에 있는 주택에 투자하지 말라는 소리가 나오는가?

 

요즘 도내 전문건설업계의 주된 관심사는 주계약자형공동도급제다. 이 제도는 하청에 의존하는 전문건설업체에 일부나마 원청자의 지위를 부여하여 고질적 하도급 비리에 시달리는 하청업체의 채산성도 높이고 공사의 품질을 향상시키고자 만들어진 제도다. 주목할 것은 이 제도가 전국적으로 전면 시행되게 된 것은 도내 출신 공무원들이 중앙부처에 근무하면서 관련 규정을 정비한데 기인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제도의 시행 실적을 보면 전북도가 꼴지에 가깝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것은 그들에게 부당한 특혜를 주고자 함이 아니다. 그들의 존립기반이 무너질 때 대한민국의 미래도 함께 무너지기 때문이다. 저가 하도급을 주지 않는 지방의 한 건설업체 사장이나 싼 물건 마다하고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배울 일이다.

 

흉년에는 전답을 늘리지 않고 재산은 만석이상 늘리지 않는다는 선조들의 지혜가 새삼스러운 시대다.

 

/ 한기봉 (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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