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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대의 거꾸로 쓰는 식탐일기] ⑨구로다 '망언' 과 비빔밥 2.0 정신

전주비빔밥 '유연성·개방성' 절실

(좌)구로다 가쓰히로, 전주비빔밥의 유연성과 개방성이 절실하다. (desk@jjan.kr)

정말 일본만 배가 아플까?

 

숱한 망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구로다 가쓰히로(70). 그는 20년 넘게 한국과 인연-악연-을 맺어 온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다.

 

그는 지난 2일자 산케이신문 칼럼 '서울에서 여보세요-일본침몰론의 쾌감'에서 "한국은 예부터 일본침몰론을 아주 좋아한다"며 "이 말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코마츠 사쿄(1973년 출판된 '일본침몰'의 저자)의 소설도 번역·출판됐고, 최근 같은 이름의 일본 영화도 빨리 수입·상영됐다. 한국 언론들도 '일본 침몰'이라면서 '쾌감(?)'을 즐겨 왔다"고 했다. 구로다는 이어 "(한국) 언론이 앞장서서 '일본 힘내라'라는 캠페인을 전개해 많은 모금을 했지만, 일본 교과서 검정 결과가 나오자 (중략) 다시 소란을 피우고 있다"며 "한국은 '그렇게 일본을 생각해 주고 있는데…'라며 불만이다. 일본이 '침몰' 위기인 이때 한국이 영토 문제에선 일본에 양보하면 어떨까"라고 도발했다.

 

구로다 가쓰히로는 지난 2009년에도 한국의 비빔밥을 양두구육(羊頭狗肉·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으로 비유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물론 음식의 디테일(detail·세부 사항)에 집착하는 일본인으로선 충분히 던질 수 있는 말이다. 다만 이미 세계적인 외식문화를 가지고도 구로다 같은 몇몇 일본 인사들이 아직도 왜구(倭寇·일본 해적)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본심이야 어떻든 전주비빔밥을 재조명해 준 고마운(?) 구로다에게 밤새 술도 사고, 전주콩나물국밥으로 해장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고(故) 백남준 선생은 "우리나라 비빔밥의 특징은 '유연성과 개방성'"이라며 "비빔밥은 유연하게 섞는 문화를 넘어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2차 완성음식이다. 비비는 문화를 아는 한국이 앞으로 IT 강국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의 예언처럼 우리나라가 IT 강국이 되었는지는 모르나, 전국을 제패한 전주비빔밥이 과연 유연성과 개방성을 계승·발전시켜 왔는지는 의문이다.

 

한때 우리 음식의 대표 격은 가운데가 볼록한 불판에 구어 먹는 '불고기'와 화려한 재료를 숯불로 끓여 가며 먹던 '신선로'(神仙爐)였다. 그러던 것이 웰빙(well-being) 바람을 타고 전주비빔밥이 대한민국 대표 음식 반열에 오르며 국내 항공사 기내식과 편의점까지 납품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두고 전북도와 경남도가 첨예하게 유치전을 벌이는 것처럼 외식시장 또한 '총성 없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정상에 서는 것도 어렵지만, 한 번 자리를 내주면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현재 전주비빔밥은 자신의 지위를 격상시키는 데 지나친 에너지를 소모한 나머지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집에서 먹고 남은 음식이었으면 어떻고, 농번기에 들판에서 나눠 먹던 상민 음식이면 어떻나? 아무리 '부대찌개=꿀꿀이죽'이라고 떠들어도 잘만 팔리는 게 현실이다. 지금은 전주비빔밥의 정확한 스펙(spec·사양)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리미리 큰판을 준비하는 '유연성과 개방성'이 더 절실한 때이다. 정통 전주비빔밥을 중심으로 청국장이나 김치, 산나물 등을 테마로 하는 비빔밥을 서둘러 '전북의 비빔밥'으로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타적인 비빔밥협회를 구성하거나 강당같이 큰 집에 관광버스로 손님을 유치하는 것보다 전북 지역의 모든 비빔밥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대하는 '비빔밥 2.0' 정신이 먼저다.

 

신분의 귀천이나 사료(史料)의 유무를 따지기보다 다양한 종류의 비빔밥을 발굴하고 선점해 전주를 진정한 비빔밥의 메카로 만드는 게 '비빔밥 2.0' 정신의 고갱이다.

 

김병대(블로그 '쉐비체어'(blog.naver.com/4kf)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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