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홍진(전북대학교 겸임교수)
21세기 10대들의 문화에서 컴퓨터 게임은 중요한 키워드의 하나이다. 게임 용어인 '셔틀' '퀘스트' '미션' '오크' '쉴드' '만렙' 등은 현실의 언어가 됐다. 일상의 스트레스는 '버그'나 '일시적 오류'라고 이야기하고, 경쟁에 따른 조바심은 '렉'이나 '다운'으로 치환되며, '득템'을 하거나 '리셋' 버튼을 찾을 수 있어 게임 없는 10대 문화는 상상하기 힘들어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21세기판 청소년 통금제로 불리는 셧다운제가 시행을 앞두고 있다. 자정이 되면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 이용을 차단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4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11월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셧다운제의 적용 범위는 장르에 구분 없이 유·무선 네트워크(정보통신망)를 통해 여러 명이 함께 즐기는 대전(對戰) 형태의 게임물만 해당된다. 인터넷에서 내려 받아 혼자 하는 게임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당초 셧다운제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가 삭제된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모바일 게임'과 '콘솔(게임기)게임'은 2년 뒤 평가를 통해 다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여성가족부 등 셧다운제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이 제도가 게임중독에서 청소년을 보호하고 수면권 등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셧다운제가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적용 연령(만 16세 미만)과 시간(자정~오전 6시)이 그렇고 PC에서만 그것도 다중접속 온라인게임만 규제하겠다는 것도 그렇다. 학생들은 부모의 주민번호를 이용해서 게임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스마트폰을 가진 70만명의 청소년들은 앞으로 2년 동안 마음대로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게임업계는 물론 시민단체들로부터도 실효성이 없는데다 위헌 소지가 크기 때문에 법으로 이용을 통제하기보다는 게임 문화를 인정하고 교육적인 이용에 대한 고민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의 수면권을 내세워 셧다운제 도입을 주장하면서도 밤새 진행되는 인터넷강의, 온라인 교육방송 등 사교육을 방치하는 것은 청소년 보호를 명목으로 청소년이 공부 외에 다른 여가 생활을 할 수 없도록 하는 태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청소년의 건강권과 수면권을 침해하는 것은 결국 게임보다 입시경쟁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게임 과몰입이라 하면'은둔형 외톨이'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10대들은 집에서 혼자 게임하기보다 PC방에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경우가 더 많다. 셧다운제가 얼마나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으나 타율적이긴 하지만 이제부터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과 중독에 대한 태도와 관심이 달라질 것은 분명하다. 셧다운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상당히 오랜 시간 논의와 협의를 거쳐 왔으나 게임업계의 자발적인 개선노력이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우리사회는 자율적으로 게임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것이며 특히 청소년에게 올바른 게임 이용법등을 사전에 가르쳐주는 예방교육, 게임 과몰입 상담치료센터 등 게임에 빠진 청소년의 행위를 치유할 수 있는 기관의 역할 강화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 류홍진(전북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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