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공학 발달이 우리 사회에 가져올 변화는
전북일보사가 마련한 2011학년도 중고생 논술대회가 오는 28일 오전 10시 전북대 진수당에서 열립니다. 전북일보사는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난해 기출문제와 논제분석, 심사평 등을 싣습니다.
〈고등부 논제〉
제시문 (가) ~ (다)를 바탕으로 유전공학의 현실을 (라)의 사회적, 과학적 합리성 측면에서 평가하고 유전공학의 발달이 가져올 긍정적, 부정적 변화에 대해 논술하시오.(1,200자 내외)
(가) 1932년 소설가 헉슬리는 비참한 삶을 사는 가상 사회를 묘사한 그의 소설 『멋진 신세계』에서 우생문명(優生文明)을 상상하였는데, 그 당시에는 그가 상상한 사회가 20세기 말까지 실제로 실현될 수 있을 만큼 과학 기술이 발전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인간 게놈 유전자 지도 작성, 유전 질환 및 유전자 이상 검사 기술 향상, 새로운 생식 기술, 그리고 인간 유전자 조작 기술은 생명공학 세기를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그리고 이 기술들은 상업적 우생 문명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토대를 형성한다. 인간 유전자 검사 및 치료법이 발전하게 되면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인류의 유전자 구성을 다시 조작하여 지구상에서 인류의 생물학적 진화 과정을 직접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우생학적으로 개량된 새로운 우생 인간의 창조는 더 이상 무모한 정치 선동가의 꿈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 곧 이와 관련된 잠재력이 큰 시장이 형성되어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우생 인간을 창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출처: 〈바이오테크 시대〉, 제레미 리프킨
(나) 1990년대 초반까지 생명공학 분야에서 깜짝 놀랄 만한 새로운 발견과 응용기술이 봇물처럼 발표되었다. 새로 발견된 많은 유전공학 기술은 이미 확립된 종래의 관습과 전통에 도전하는 듯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새로운 발견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평가할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생물 세계를 조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이 도구로 지구상의 생물을 지배할 수 있게 되면서, 다시 한번 새로운 우생 운동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되는 현실을 인정하려 드는 정책 입안자나 생물학자들은 실로 거의 없다.
새로운 유전공학 도구를 정의하자면 우생학적 개량을 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재조합 DNA, 세포 융합, 기타 관련 기술을 사용하여 미생물, 동식물 또는 인간의 유전자 구성을 개량한다고 할 때, 그 과정 자체에는 이미 우생학적 고려가 내포되어 있다. (중략) 즉 유전공학은 생물체의 유전암호를 조작함으로써 유전자 형질의 가치를 높일 목적으로 발명된 기술이다.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유전공학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우생학 기술이 인간에 적용되는데 대하여 불쾌하게 생각할지 모른다. 이는 50여 년 이상 전에 나치가 우생학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우생 운동은 대학살을 자행했던 테러 통치 시대의 우생 운동과는 거의 닮은 점이 없다. 과거의 우생운동이 인종정화를 소리 높여 외쳤지만, 새로운 상업적 우생 운동은 경제적 효율성 증대, 성취 능력 향상, 생활의 질 향상과 같이 보다 실용적인 목적을 지향한다. 과거의 우생운동이 정치 이데올르기에 빠지고 공포와 증오가 그 동기가 되었지만, 새로운 우생 운동은 시장 창출 세력과 소비자의 욕구가 그 동인(動人)이 되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출처: 〈바이오테크 시대〉, 제레미 리프킨
(다) 분자생물학자들이 돌연변이와 유전병을 유전 암호의 에러라고 말할 때, 표면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암암리에 이들 에러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말았어야 하는 〈버그 bug〉 또는 〈실수〉이므로 이를 버리고 다시 프로그램하여 교정할 필요가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래서 분자생물학자들은 컴퓨터 프로그램 엔지니어처럼 유전 암호 프로그램을 짠 다음, 이를 업그레이드하고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끊임없이 〈에러〉를 제거하고 프로그램을 수정해 나간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많은 치명적인 열성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이 같은 작업은 의심스러우며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유전 암호의 에러로 잘못 짜여진 존재로 보는가? 그 경우에 우리는 완전히 이상적인 표준 인간형과 비교하여 평가받게 되는가? 만일 모든 인간이 다양한 오류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표준적인, 즉 이상적인 인간형을 찾는다는 것은 헛된 일이다. 새로운 분자생물학 언어에서 미묘한 차가움을 느끼게 되는 것은, 이룰 수 없는 원형, 즉 결점이나 에러가 없는 완전한 존재 ―― 우리와 같은 인간이지만 우리와 달리 사마귀와 주름이 없고 육체적 및 정신적으로도 연약하지 않으며, 처음부터 우리의 본질을 규정하는 인간 ―― 를 열망하고 이를 창조하려는 위험을 무릅쓰기 때문이다.
출처: 〈바이오테크 시대〉, 제레미 리프킨
(라) 지나친 것은 모자라느니만 못하다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우리는 산업사회의 발전에서도 확인한다. 가령 녹색혁명을 통해 인류는 엄청난 식량증산을 이룩한 반면에, 수십억 년의 장구한 세월을 통해 이룩된 생물종의 다양성을 순식간에 붕괴시키고 말았다. 그 결과 다름아닌 바로 인류의 생존 자체가 생태위기라는 새로운 '인위적' 장벽에 부딪히게 되었다.
현대사회가 위험사회라는 현실 인식에 기초하여 울리히 벡이 주장하는 성찰적 근대화란 이처럼 '풍요사회'를 향한 근대화의 과정이 '위험사회'로 귀착되는 과정을 뒤짚고 반전시키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산업 사회의 원리들 자체를 성찰하여 산업사회를 해체하고 새로운 사회를 구성하는 과정이다. 다시 말해서 산업사회의 진보이자 해체의 과정, 이것이 성찰적 근대화의 과정이다. 그렇다면 이 과정을 이끄는 요체는 무엇인가? 공공의 참여적 비판을 원천적으로 제약하는 근대적 삼권분립의 체계와 기술 - 과학적 지식을 중심으로 구성된 전문가체계의 해체와 재구성이 바로 그것이다.
성찰적 근대화가 해체의 대상으로 삼는 산업사회의 원리들 중에서 울리히 벡은 특히 현대 기술 - 과학을 중시한다. 현대의 기술 - 과학과 그 합리성이야말로 오늘날의 환경위기로 대변되는 산업사회의 위험을 낳은 근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것을 부정하고서는 달리 어떤 현실적 해결책을 찾을 수도 없다는 데에 난점이 있다. 즉 현대의 과학 - 기술은 문제의 근원이자 해결책이라는 이중성을 갖는 것이다. 결국 성찰적 근대화란 현대 기술과학의 가능성만이 아니라 그 한계도 함께 인식함으로써 과학에 대한 사회적 제어력을 높이는 과정이다. 이를 울리히 벡은 칸트의 명제를 빌려 이렇게 표현한다. '사회적 합리성 없는 과학적 합리성은 공허하고, 과학적 합리성 없는 사회적 합리성은 맹목적이다.'
출처: 〈위험사회〉, 울리히 벡
유전공학이란 생물의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가공하여 인간에게 필요한 물질을 대량으로 값싸게 얻는 기술에 관한 학문이다. 유전공학의 결과로 파란 딸기, 네모난 수박, 얇은 당근, 호박 모양 토마토, 사슴뿔 개 등 무궁무진한 종이 생겨났다.
▲ 참고
우생학(優生學) : 인류유전학 지식과 고도의 의료기술을 응용하여 유전으로 인한 열악한 심신 소질을 가진 인구의 증가를 막는 동시에 건전한 심신 소질을 가진 인구의 증가를 적극적으로 도모함으로써 인류집단의 유전형질을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 출전: 〈구별짓기〉 피에르 부르디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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