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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창조적 파괴

이남식(전주대학교 총장)

 

지금 대학은 '반값 등록금'에 대한 사회적인 기대뿐만 아니라 지역인구의 감소, 출산율 저하, 대학진학률 하락 등으로 인하여 입학자원의 감소 등 그간의 보수적이며 전통적인 대학문화로써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대학 특히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거의 경영이라는 개념이 없이 넘쳐나는 학생들 덕에 등록금을 기반으로 운영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유일한 대학의 경영이 학생정원을 늘리는 것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정치권에서도 대학을 진학하고자 하는 유권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대학설립준칙' 즉 대학설립을 위한 최소 기준을 만족할 경우 대학의 설립을 자유롭게 하도록 하였으며 그 결과 수도권에만 100여개의 대학이 90년대에 신설 되었다.

 

이러한 정책적 오류에 대한 책임을 지역의 대학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이다. 어려웠던 시절에 지역의 사학이 인재양성을 위해 기여한 바에 대한 배려는 없이 이제 학생이 없다는 이유만 가지고 부실대학이라 몰아붙이기만 하는 세태를 보는 심경은 참담하기 그지 없다. 어찌되었든 개개의 대학들이 생존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과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가 근무하는 전주대학교는 지역의 사학임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투자와 구조조정을 통하여 학생들이 만족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여 왔다.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학습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하여 세계적 수준의 도서관인 스타센터와 24시간 자기계발에 몰두할 수 있도록 호텔식 기숙사인 스타타워 등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하였으며 실험실습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700억원 이상을 투자하여 세계적인 교육 경쟁력을 갖도록 교육환경을 조성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와 성공에 안주한다면 향후 닥칠 어려움들을 극복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시점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창조적 파괴라 생각한다. 최근 전주대학교의 리더십 교체에 대하여 많은 분들이 의아하게 생각하며 우려하므로 이에 대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그간의 전주대학교의 변화가 괄목할만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나 항상 이러한 성공의 이면에는 또 다른 함정이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작은 성공에 도취된다면 오히려 그러한 성공에 발목을 잡혀 과거로 회귀할 수 있는 개연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어려울 때는 개혁이나 변화가 쉽지만 일단 안정적 궤도에 들어서게 되면 개혁이나 변화에 저항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생기게 된다. 또한 그간의 개혁이나 변화를 위하여 유보하였던 개별적인 욕구들이 한꺼번에 분출 되면서 오히려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 한 가지 우리가 명심하여야 할 것은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등장한 '페이스북' 본사의 벽에는 이러한 구호가 붙어 있다고 한다. Move fast and break things (구태의연함을 깨고 빨리 움직여라!), Done is better than perfect(실행이 완벽보다 낫다, 일단 하고 보라!). 완벽을 구하기보다는 신속하게 실행 (실천) 하는 것이야말로 현대사회에서 살아남는 지혜인 것이다.

 

이제 전주대학교는 구태의연함을 깨어야 하며 이러기 위해서 새로운 리더십 스타일이 필요하다. 또한 이를 신속히 실행에 옮기는 것이 지속적인 발전을 하는 지름길이 될 것임을 믿기에 총장으로서 대내외적으로 당황스럽게 여기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리더는 항상 고독한 결정을 내려야하는 순간들이 많다. 여론에 휩쓸려 오류를 범하는 일도 많기 때문에 항상 긴 호흡으로 문제를 직시하고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역사적으로 평가 받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옛말에도 과유불급(過猶不及) 이란 말이 있듯이 떠날 때는 떠나는 것이 선인들의 지혜인 것이다. 오래 전 한 카드회사의 광고카피가 떠오른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그렇다.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들은 떠나야 할 때 떠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 창조적 파괴를 위하여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그러기에 나는 전주대학교의 앞날이 더욱 창대하고 번성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이남식(전주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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