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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심화되는 양극화, 협동조합금융에서 해법찾자

최영식 (신협중앙회 전북지부장)

 

1995년에 로버트 프랭크와 필립 쿡은 당시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셔널한 문제작이었던 〈승자독식(The winner - take all society)> 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 새로운 용어는 신자유주의의 확산이 2대 8의 사회를 뛰어넘어 소수의 개인이나 소수의 기업이 사회의 거의 전부의 부(富)를 차지하는 과정을 다양한 사례와 명쾌한 분석을 통해 보여 주었다. 그 때부터 대한민국 사회는 '상생(相生)'을 화두로 제기해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한결같이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이다. 〈승자독식> 이 출간된 지 16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들 모습을 둘러보자. 1997년 외환위기와 2007년 미국 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경제주체인 정부, 기업, 가계부문은 많은 시련이 있었다. 경기가 후퇴하고 불안정해지면서 기업들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고 많은 실업자가 양산되었다. 경제위기를 맞이하여 세 경제 주체가 겪었던 경험은 모두에게 어려운 경험이었겠지만 특히 많은 희생을 감내해야 했던 쪽은 언제나 가계였다. 한편 외환위기와 서브 프라임 위기를 거치면서 소득양극화에 의한 중산층 비중 축소는 하위소득계층 비중 증가로 연결되었다.

 

중소기업은 또 어떠한가. 최근의 조사자료에 의하면 중소업체를 경영하는 CEO의 94.3%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양극화 수준을 매우 심각한 단계로 인식하고, 91.3%는 기업간 양극화 문제가 사회적 양극화로 고착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으며, 88.7%는 양극화가 장기화 될 경우 지속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한다.

 

과연 심화되는 대한민국의 양극화에 대한 해법은 없는 것인가? 필자의 답은 "희망은 있다"이다. 다만, 기존의 틀에서 깨어나와 완전히 새로운 접근방식을 찾아 나선다는 전제에서다. 200년 전의 중상주의 전통에 뿌리를 둔 자본주의만으로는 사회가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없으며, 이제는 반드시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윤리적 가치'가 가미된 자본주의를 추구해야 한다. 경제주체들의 철저한 상생인식이 뿌리내려야 한다.

 

인류가 발명해낸 수많은 발명품 중 최고의 발명품으로 '협동조합(協同組合)'이 손꼽힌다. '협동조합'은 사업의 이용자들이 공동으로 출자하고 주인이 되는 기업으로서 이용자(조합원)들에게 최대한의 경제적 편익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협동의 가치'로 '상생'을 추구한다. 세계에는 수 많은 부류의 협동조합이 존재하며, 그 중 금융협동조합이 바로 97개 국가에서 운영 중인 신용협동조합(신협)이다. 우리 한국에는 신협과 함께 농·수협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가 여기에 속한다.

 

세계 경제 무대의 중심인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던 2009년도 말에 UN은 21세기를 위한 협동조합의 '치유와 상생의 가치'를 인정하고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정한다고 발표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협동조합이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일깨워 주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설립과 성장을 돕고 이를 위해 각 정부의 법제 구축을 유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여러 협동조합 기업들이 이미 자본주의 주식회사와 경쟁하는 대안의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협동조합이 만능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협동조합이 양극화의 간격을 줄여 나가면서 상생의 사회를 견인할 강력한 대안임은 분명해 보인다. 대한민국의 승자독식 체질을 상생 체질로 바꾸기 위한 증명된 대안이다. 양극화의 극단으로 몰리고 있는 서민가계를 위한 협동조합 그리고 따뜻한 협동조합금융기관의 역할 제고에 관하여 정부와 민간차원의 담론을 기대한다.

 

*최영식 신협중앙회 전북지부장은 순창 출신으로 전주대 경영학과와 충남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년 신협중앙회에 입사, 충북지부장과 경영지원부장·기획조정실장을 역임했다.

 

/ 최영식 (신협중앙회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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