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팀원별 기업 탐방…희망기업 취업으로 이어져
중국 춘추시대 손무(孫武)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고 설파했다. 이 말은 오늘날 대한민국 '취업 전선'에서도 유효하다.
전북대가 만든 '기업의 달인 되기' 프로그램은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지혜가 깔려 있다. '기업의 달인 되기'는 대학생들이 취업을 희망하는 기업을 찾아가 인사 담당자와 먼저 취업한 선배들을 만나 기업이 요구하는 취업 요건을 미리 파악, 취업에 성공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총 126개 팀 286명이 160개 기업을 탐방했고, 올해 졸업생 83명 중 절반가량인 43명이 자신이 희망하는 기업에 들어갔다고 전북대는 밝혔다.
올해도 지난달 30일 1차로 71개 팀 243명이 발대식을 갖고, 저마다 원하는 기업을 누비고 있다. 오늘은 불안한 백수지만, 내일은 당당한 신입사원을 꿈꾸며, 이번 '기업의 달인 되기'에 도전한 두 학생을 만났다.
▲ 알짜배기 중소기업이 겉만 번지르르한 대기업보다 낫다
"취업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 대기업을 선호하고, 부모들도 대기업을 권유하잖아요. 검색을 하다 보니 멋진 중소기업도 이렇게 많은데, 왜 대기업만 선호할까 의문이 들었어요."
전북대 IT응용시스템공학과 3학년 최문수 씨(27)는 "얼마나 많은 기업이 있고, 어떻게 다가가야 되나 궁금했다"며 '기업의 달인 되기' 프로그램에 지원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같은 학과 주은선(23)·신영제(24·이상 3학년) 씨와 팀을 짜서 지난 15일 전주시 팔복동에 있는 교통신호등 제조업체 '도로앤도시'를 찾았다.
최 씨는 제품을 만들 때 사람들이 다칠 위험성을 염두에 두고, 도시 미관을 먼저 생각하는 이 회사에서 인간미를 느꼈다고 했다. 공익보다 회사의 이익만 좇는 대기업에선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다.
그는 이 회사 디자인팀 직원과 나눴던 대화를 소개했다. 그 직원은 "연세대나 고려대 등 상위 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간판만 있을 뿐 실제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오히려 프로그램 활용 능력을 갖추고 매사에 성실한 고졸자가 나았다"고 강조했다. 학교 스펙(specification·직장을 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학력·학점·토익 점수 따위를 합한 것)보다 내면 스펙이 좋아야 채용 확률이 높고, 채용 후에도 선배들의 총애를 받는다는 게 그 직원의 설명.
최 씨는 "객관적 지표상 학교 지명도가 떨어져도 프로그램 활용 능력이나 내면의 스펙을 키워 나중에 기업 인사 담당자들에게 '지방대생이 실력은 훨씬 낫구나'라는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영어+알파' 공사 취업의 지름길
전북대 농업경제학과 3학년인 송인혜·하나리(이상 22)·장윤수·신한(이상 24) 씨는 지난 8일 서울 양재동에 있는 농수산물유통공사 aT센터를 다녀왔다. 이들은 이달 말 한국농어촌공사, 다음달 초 농협중앙회도 방문할 계획이다.
농업경제학과에도 '기업의 달인 되기' 프로그램과 비슷한 '잡맵(job map) 프로젝트'가 있지만, 4학년 2학기에나 신청할 수 있어서 마음이 조급한 이들 '예비 4학년'은 1년 먼저 움직였다.
송인혜 씨는 "이번에 회사 내부도 둘러 보고, 평소엔 만나기 어려운 인사팀장도 만났다"고 말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aT맨이 쏜다'라는 프로그램에도 참여, 회사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밥을 먹으며 회사 돌아가는 사정도 들었단다.
특히 전북대 농업경제학과 06학번 선배로 올해 이 회사에 들어간 수출전진기지 T/F팀 김종수 씨의 조언은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었다. "웃는 인상과 참신한 이미지를 본다"는 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상투적 수사와는 질적으로 달랐다.
송 씨에 따르면, 김 씨는 학생 때 코레일 등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각종 공모전 참가와 스터디 구성이 입사에 도움이 됐다. 현재 중국 청도 수출을 담당하는 김 씨는 퇴근 후엔 중국어 학원을 다니고, 해외 지사가 9, 10개를 가진 농수산물유통공사 직원들은 영어는 기본이고, 불어와 스페인어 등 언어 능력자가 많다. '영어+알파'의 외국어 실력을 갖춘 이가 이 회사 취업에 유리하다는 것.
송 씨는 "여자라서 복지를 더 보게 됐다"며 "남자들도 육아 휴직을 2년간 할 수 있고, 회사에 어린이집도 딸려 있는 게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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