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사업 설정 소규모 재단형태로 시작, 점차 규모 확대를
전북문화재단 설립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가부간 결정을 해서 중단하든, 아니면 속도를 붙여 출범시키든 조속히 결단을 내리는게 중요하다. 만일 출범한다면 전북문화재단은 지역 실정에 맞는방향으로 설정돼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우선은 도내 열악한 도내 지역 실정에 맞는 소규모형 문화재단 형태로 출발하되, 점차 규모를 키워나가는게 바람직하다는 것.
소위 '전북형 문화재단'으로 돼야 한다는게 도내 문화예술인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북형 문화재단'은 문화정책 수립과 문예진흥기금 운용, 문화시설 운영, 문화예술단체 지원, 문화예술 교육사업 중 전북의 현실에 맞는 목적 사업을 설정한, 작은 규모의 문화재단이다. 전북도가 올해 조직한 '문화재단 설립 추진을 위한 TFT'는 문화재단 역할과 사업범위가 정리되지 않은 만큼 '전북형 문화재단'의 출범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문윤걸 예원예술대 교수는 "전북은 특히 전주는 전주세계소리축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등 민간단체가 역량을 쌓아가면서 잘 운영하고 있다"며 "민간이 전문성과 효율성을 발휘하고 있는 조직을 문화재단에 무조건적으로 통합시키기 보다는 전북의 지형도에 맞는 사업을 분명히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009년 전북대 다문화연구소가 실시한 '전북문화재단 설립 운영 기본 계획 수립 및 예비 타당성 연구 결과'에서는 '통합형 전북문화재단' 설립이 제시됐다. 이는 문화정책 수립, 문예진흥기금 운용, 문화시설 운영, 문화예술단체 지원, 문화예술 교육사업 등을 총괄하는 곳으로 3대 문화시설(한국소리문화의전당·전주세계소리축제·전북도립국악원) 등을 단계적으로 통합해나가는 안이다. 문화재단을 규모화 하려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소리전당 통합이 우선시된다는 의견이다. 관련 용역을 맡았던 이정덕 전북대 교수는 "문화재단이 단순히 문화예술진흥기금 배분에 그쳐서는 안되고, 각종 시설을 관리·운영 해 시너지를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가지 검토 결과가 전혀 다른것 같지만 결국 규모가 큰 문화재단이 열악한 운영비 확보를 위해 지역의 예술단체와 경쟁하는 구도는 바람직하지 않은만큼 지역의 문화예술단체와 동반성장을 하는 형태가 바람직스러워 보인다.
▲ 다른 시·도는 어떻게
대구광역시는 지난해 김순규 전 문화부 차관을 재단 대표로 임명해 문화재단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당초 계획안과는 달리 시가 실제 정책을 추진하고, 문화재단은 문예진흥기금과 시의 전략사업만 넘겨 받아 마찰을 빚고 있다. 시가 넘겨준 사업은 문화예술진흥기금지원사업이 유일해 문화재단이 하는 역할이 '회계·감사'에 그친다. 시는 문화예술행사·시설 위탁마저 미루고 있는 데다 올해 넘겨준 대구컬러풀페스티벌도 별도 기획단에서 총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문화재단 스스로 문화사업을 추진하려는 노력이 미미하다고 평가하고, 문화재단은 시가 재단을 시 산하단체로 여긴다고 반발하고 있다. 문화재단 출범에 194억이 투입됐으나 지난 1년간 유치한 기금은 기부금 성격에 해당되는 1억1000만원에 불과, 유명무실한 조직이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올해 출범한 광주문화재단 역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계의 문화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해 '문화수도 광주'의 큰 틀을 그려낼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조직 구성에 대한 우려가 공존한다. 조직이 방대하다 보니 간부급 인력이 현장 인력 더 많은 기형적 구조를 않고 출범하게 된 것. 문화재단의 기금 적립도 풀어야할 숙제로 꼽힌다. 광주광역시가 출연한 80억원, 기존의 재단 기금 2억원을 합쳐 82억원이 조성돼 있다. 내년 사업비로 11억여 원을 확보했으나, 추가 사업비가 절실한 상황이다.
▲ 도지사의 마인드가 독립성 확보 관건
전북문화재단 출범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독립성 확보에 있다. 2009년 '전북문화재단 설립 운영 기본 계획 수립 및 예비 타당성 연구'에 따르면 도지사가 이사장이 되는 게 유력한 것으로 검토됐다. 도지사가 문화재단 이사장이 될 경우 예산 확보가 용이하며, 정책 추진력이 뒷받침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문윤걸 예원예술대 교수는 "문화재단도 도의 커다란 문화예술정책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고, 예산도 도의회가 쥐고 있기 때문에 도지사가 이사장이 됐든 도지사가 임명하는 다른 인물이 이사장이 됐든, 문화재단이 도로부터 완벽한 독립성을 보장받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제했다. 다만 대안으로 문화재단이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의사결정권을 갖춘 소위원회 구성을 제시했다.
반면 도지사와 공무원들의 마인드가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도 설득력을 갖는다. 정성엽 (사)풍남문화법인 사무국장은 "공무원들이 문화재단을 독립적 기관이 아닌 산하기관으로 여기는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며 "공무원이 사전에 협의를 안하거나 보고하지 않고 예산을 안주다 보면 실무자가 사업을 추진하기 보다는 공무원들을 설득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역구조가 양산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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