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사 부활·서열화 부작용… 학생들 혼란 가중"
오는 2014년부터 수능에서 국어·수학·영어를 A·B형으로 구분해 수준별 시험을 보는 방안과 관련해 잦은 입시제도 변경으로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사교육비가 오히려 늘어나거나 입시제도가 대학별 본고사 형태로 돌아가고, 학교 서열화를 부추기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어 조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한국교육평가원은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이 3학년이 될 때부터 대입 수능에서 국어·수학·영어를 A·B형으로 나눠 골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 '2014학년도 수능 세부 시행방안' 시안을 21일 발표했다.
이 제도는 교과부 수능 개편 기조인 △과도한 시험준비 부담이 없는 수능 △학교 수업을 통해 준비할 수 있는 수능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수능 등의 방침을 따른 것.
평가원은 이번 시안에 대한 의견을 27일까지 수렴해 이달 안에 최종 시안을 교과부에 제출한다. 교과부는 연내 최종안을 확정한 뒤 오는 2014학년도 수능에 대비키로 했다.
그러나 줄잇는 교육정책 변경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동암고 김재찬 진로진학부장은 "한국교육평가원의 이번 수능 시행방안이 말장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라고 꼬집었다.
김 부장은 "기존에도 수리의 경우 가와 나로 나눠져 있었고, 절대평가로 평가된 적도 있으며, 문제도 쉽게 낸다고 했었는 데 무슨 새로운 방안이냐"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안평용 해성고 3학년 부장 교사는 "교사나 학생 모두 어떤 유형을 선택해야 유리할지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에 혼란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편법을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수학의 경우 자연계에 진학하는 학생은 B형을 선택해야 가산점을 받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쉬운 A형을 받아 높은 점수를 받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주에도 교과부는 그동안 지방 학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고교 내신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꾸는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을 발표, 지방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을 샀다.
향후 수준별 시험이 도입됨으로써 대학별 본고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주고 송모남 진로진학부장은 "학생들이 쉬운 수능을 선택, 수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쉬운 수능이 변별력을 떨어뜨리고, 논구술 등 스펙이나 대학별 입시를 더욱 중요시할 가능성이 커, 결국은 대학별 본고사를 부활시키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라며 크게 염려했다.
뿐만 아니다. 전북도교육청 김지성 대변인은 "영어의 경우 듣기평가의 비중이 50%로 확대됨으로써 학생들이 영어학원에 다닐 수 밖에 없다"라며 사교육비가 늘어날 것을 전망했다.
김 대변인은 또, "A형을 보는 학생과 B형을 보는 학생을 나누면서 학교에서 우열반이 만들어질 수 있고, 학교별로 서열이 자연스럽게 나눠질 수 있다"라며 또다른 부작용을 걱정했다.
박종덕 전라북도학원연합회장은 "앞으로 수시모집에 대한 비중이 더욱 커지고, 논구술에 대한 중요성이 확대되기 때문에, 수험생과 학무모의 철저한 준비가 더욱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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