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쟁점 자료 분석하기
<자료1> 모든 민족의 모국어 안에는 하나의 세계관이 갈무리되어 있다. 이 세계관은 그 언어공동체의 지리적 위치, 역사적 형세, 정신적 조건 및 외적 조건 속에서 형성된 그 민족의 세계관이다. 이 모든 조건들이 두 민족에게 동일하지 않듯이 그 언어 속에 갈무리되어 있는 세계상(世界像) 역시 동일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하나의 자연언어는 그 민족의 기억이다. 기억은 이전 체험의 보존이기도 하지만 미래 활동의 토대이기도 하다. 모국어와 우리의 삶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라. 우리 모두가 생각과 행동의 전제, 나아가 삶의 전제를 공유하는 것은 모국어 덕택이다. - 레오 바이스게르버, <모국어와 정신형성> <자료2> 지금까지 심리학자나 철학자들은 자신들의 연구에 있어서 영아들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존재로 간주해 왔다. 새끼고양이처럼 영아는 귀여운 대상이 될 수는 있어도 심리학적 중요성이나 철학적 중요성은 없는 것으로 여겨 왔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영아들이 언어를 사용하기 훨씬 이전부터 과학적 지식을 조직하는 근본 원칙들이 발달한다. 영아는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곧 감각과 운동의 상호작용, 그리고 이것들과 환경과의 적응적 상호작용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 상호작용들은 점진적으로 분화되고, 협응되고, 숙련된다. 이 과정을 통해 영아에게는 분류, 순서, 가역성(可逆性) 등과 같은 추상적인 지적 구조들, 그리고 공간, 대상, 인과성과 같은 인식론적 장치들이 영아의 실제적 지능 안에 처음부터 뚜렷이 자리잡게 된다. 이 지적 구조들과 장치들은 영아의 언어 사용을 준비한다. - 마거릿 보든, <피아제> <자료3> "그러면, 답은 뭐지?" 자료3> 피아제> 자료2> 모국어와> 자료1>
91이라고 대답은 했지만 그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선생님들은 누구나 '답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처럼 답은 알되 과정을 설명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인 원칙이었다. 그 원칙이 불공평하다고 억울해한 적은 없었다. 그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사하게 답만 알고 과정을 모른다는 것은 뿌리가 없고 불완전한 것이라는 설명에 수긍했을 따름이었다. 그 원칙이 산수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생사 전반에 그렇다는 훈계를 듣고는 앞으로 어른이 되더라도 내 인생을 완전한 것으로 해주는 그 '과정'을 찾기 위해 따로 노력도 해 보았으나 야속하게도 내 머릿속에 과정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숫자를 보자마자 '답'만이 떠올랐다. 그나마 모든 문제에 답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었고, 답이라도 떠올라준 몇몇 문제에 대해서도 선생님들은 타당한 과정이 없다는 이유로 극히 야박하게 평가를 내렸다. 그러저러한 이유로 내 산수 점수는 늘 50점 근처였다. 산수말고 다른 과목이래도 나을 건 없었다. 오히려 산수가 가장 나은 편이었으니 내 성적이란 것은 그야말로 창피한 것이었다.
"그럼, 동구야, 칠판에다 선생님이 부르는 대로 써볼래? '아버지는 제주도에 가셨습니다.'"
나는 작품에 혼을 불어넣는 도공처럼 최대한 정신을 집중해서 한 글자 한 글자에 공을 들였다. 아주 오랜 시간을 들인 끝에 내가 낳은 작품은 이것이었다.
[바시으 수재 가야스습나다.]
박 선생님은 화가 났거나 한심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고, 내게 쓰인 귀신을 잡아내려는 무당처럼 날카롭고 집요한 표정이었다. 잠시 칠판을 노려보면서 무언가 잔인한 테스트를 더 할지 망설이던 선생님은 자비롭게도 내 수모의 시간을 줄여주기로 결심하셨는지, 그냥 다음에 엄마한테 학교에 좀 오시라고 해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그래서 나는 가을 문턱에 들어선 지 꽤 되었는데도 덥고 숨막히던 그 방과 후의 교실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심윤경, <나의 아름다운 정원>나의>
■ 쟁점 논제
1. 논술 논제
<자료1> 과 <자료2> 의 대비점을 분석한 후, <자료3> 에 드러난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설명하시오. 보낼 곳 : nettesvoll@hanmail.net 자료3> 자료2> 자료1>
2. 면접 논제
- 한국 문학을 세계 시장에 번역하여 내놓을 때 어떤 점에 주의하는지 말하시오.
- 청소년들끼리 사용하는 은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시오.
(면접은 주변 학생들과 6단 논법으로 역할을 나누어가며 해보세요.)
■ 쟁점 자료 비판적 읽기
<자료 1> 자료>
모국어에는 그 민족의 세계관과 삶이 담겨있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기능을 넘어 의사를 만들어내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우리말의 세밀한 어감까지 같은 영어 단어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별의 정한에서 '정'이나 '한'과 같은 문화적 단어는 특히나 그러하다.
<자료 2> 자료>
많은 학자들이 언어와 사고의 관계에 관한 주장들을 하였다. 유명한 언어학자인 춈스키는 언어와 사고는 서로 독립적이라고 하였으며, 위의 <자료2> 처럼 피아제는 사고가 언어를 선행한다는 주장을 하였고, 비고츠키는 처음에는 둘이 독립적이지만 발달과정에서 점차 상호작용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언어와 사고에 대한 충격적인 명제는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는 언어결정론이었다. 워프와 샤피어는 언어가 사고를 결정하며, 언어에 따라 사고가 달라진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가장 극단적으로 언어가 없으면 사고도 없다는 추론도 가능한 것이다. 자료2>
언어와 사고 중 어느 것이 먼저인지 결론을 내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관점의 논리를 이해하고 증명할 수 있는 사고과정이 중요하다. 인간의 언어능력은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언어과 사고의 불가분의 관계를 통해 많은 생각거리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고 방식, 생활 습관, 선이해 관습, 삶의 역사 모두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자료 3> 자료>
제시된 소설 속 장면에서 주인공은 난독증 증세를 보인다. 산수의 답을 알기는 하지만 그 과정을 설명하지도 못하고 듣고 이해한 내용의 문장도 받아쓰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면의 언어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치고 꽤 성숙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과 후 교실이라는 시간과 장소에서 나머지 공부를 하는 학생과 교사 두 인물이 감정과 행동을 파악한 후에, 그 과정에 드러난 언어와 사고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 바란다.
■ 쟁점 확대하기
[찬성] 언어가 우선
1. 사피어는 인간은 객관적인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매개로 한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하였다. 우리는 언어가 분절하여 놓은 세계를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이다. 언어는 우리의 행동과 사고의 양식을 형성한다.
2. 모국어에는 그 언어 공동체의 역사와 정신적 조건, 삶과 세계관이 갈무리되어있다.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며 삶의 전제를 공유하는 것은 같은 모국어를 써왔기 때문이다.
3. 세 살짜리 유아는 입으로 말하지 않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나이가 더 먹어도 그 습관이 남아 뭔가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입안으로 중얼거리고, 책을 읽는 경우에도 입술을 쫑알거린다.
[반대] 사고가 우선-피아제
1. 언어 없이도 음악가가 음악을 작곡하고, 조각가는 형체를 만든다. 언어에 의존하지 않아도 사고가 형성된다.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고 싶은데 어떤 말로 표현하여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경험은 누구나 있다.
2. 피아제는 사고를 명확하게 하기 전에 사용하는 언어는 진정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였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어른이 '더 작은'이란 단어를 쓰는 것을 듣고 자기도 그 말을 따라할 수 있지만, 비교 개념이 발달되기 전까지는 그 개념을 의사소통하기 위해서 그 단어를 정확히 사용할 수는 없다. 그리고 보존개념이 없는 아동들은 언어 훈련을 받더라도 여전히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사용할 수 없었다는 증거를 제시하였다. 언어가 사고를 결정하거나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오히려 사고가 언어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인 것이다.
3. 언어가 없다고 사고가 없는 것은 아니다. 헬렌 켈러의 자서전을 읽어보면,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기전 헬렌 켈러는 단어가 존재한다는 것과 모든 사물에 이름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성인이 될 때까지 농인이었다가 수화를 뒤늦게 배운 사람도 수화를 배우기 이전의 경험들에 대하여 기술할 수 있었다. 언어를 배우기 전에 이미 사고를 할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 쟁점 기출문제
1. 논술 : 가톨릭대학교 수시 2009학년도 수시 2학기 논술 교과성적우수자 전형(공통)
※제시문 (가)와 (나)는 내용상 대립적이다. 그 대비점을 서술하시오.
(가)①레오 바이스게르버, <모국어와 정신형성>모국어와>
②김진우, <인간과 언어> (나)①헬렌 켈러, <내 영혼의 눈을 뜨고> ②마거릿 보든, <피아제> 2. 면접 : 2002 부산대 국어교육과 면접 피아제> 내> 인간과>
언어의 기능에 대해 예를 들어 설명하여라.
■ 쟁점 관련 도서
1.레오 바이스게르버, <모국어와 정신형성>모국어와>
2. 김슬옹, <28자로 이룬 문자혁명, 훈민정음>
■ 쟁점 관련 영화
1. 아이텐티티(제임스 맨골드 감독, 2003)
2. 카드로 만든 집(마이클 레삭 감독, 1993)
■ 쟁점 관련 영화
[지식채널ⓔ] 017.[05.10.24] 나는 로봇.
■ 학생 글과 교사 총평
논제 : 인간의 성격 형성에 대해 <자료 1> 과 <자료 2> 는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자료 3> 에서 진술하는 방식을 적용해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본보 1월 11일자 제시문에 대한 학생글) 자료> 자료> 자료>
1. 학생글
두 글은 인간의 성격이 어느 것으로부터 형성된 것인지에 대해 서로 반대된 주장을 하고 있다. <자료1> 에서는 인간의 성격은 유전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으로 전성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해 반해 <자료2> 에서는 인간의 성격이 환경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자료2> 자료1>
인간은 여성의 난소에서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란을 형성하여 자궁내벽에 착상한 뒤 약280일 후에 태어난다. 수정란속의 DNA는 유전물질로 유전정보의 매개체로 작용한다고 과학적으로 밝혀져 자료1과 같은 전성설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
하지만 인간은 고등동물로서 부모라는 이름의 두 동물의 몸을 통해 세상에 나온 하나의 개체이고 기계이다. 인간은 태어나서 주위의 외적환경들 속에서 행동과 경험을 통해 느끼고 생각하며 성장한다. 한 남편과 한 아내에 의하여 성립되는 혼인형태인 일부일처제와 한 남편에 여러 명의 아내가 동시에 있는 혼인형태인 일부다처제 또한 그들이 각자 태어나 자란 환경에 따른 것이다. 한국에 태어난 사람과 이슬람지역에 태어난 사람, 그들의 고향의 문화에 따라 그들 자신들도 이 두 제도에 동화된 것이고 그들의 행동과 생각을 결정한 것이다.
이와 같이 인간의 성격 즉 성품은 외적환경에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DNA가 유전정보의 매개체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만큼 인간의 성격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의 성격형성에 있어 DNA는 단지 정보제공을 통해 도움을 줄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유전은 인간의 성격이라는 뼈대의 일부이고 환경은 그 뼈대와 뼈대에 붙여지는 살이다.
김나은(전주 중앙여고 2학년)
2. 교사 총평
이번 논제는 인간의 성격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에 의해 형성되는 견해를 제시하고, 과학과 철학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료1> 과 <자료2> 를 통해 인간의 성격 형성의 차이를 구별하고, 그 하나를 선택해서 과학과 철학적 접근을 입장을 견지하며 자신의 견해를 논술해야 한다. 자료2> 자료1>
△ 제시문에 대한 이해 분석력
각 제시문의 내용을 정확하게 요약하여 정리하면 각 제시문의 핵심이 드러나 논점을 찾아낼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제시문에 대해 이해하고 분석해야 한다. 제시문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분석해야 논제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논술을 완성할 수 있다. <자료1> 은 인간의 성격은 유전에서 비롯된다는 전성설에 입각해 있고, <자료2> 는 인간의 성격이 주어진 환경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다. <자료3> 은 과학과 철학이 다른 학문인 것처럼 과학과 철학은 상호 분리 대립되어 있어 보이지만 사실 둘은 상호 의존적인 관계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점에서 김나은 학생은 제시문과 논제의 조건을 잘 분석했다. 자료3> 자료2> 자료1>
△창의적 사고력(비판력, 참신성)
과학과 철학 중 어느 한가지로만 성품이 형성된다는 것보다는 그 비중에 대한 의견은 다르지만 유전과 환경이 함께 작용한다는 것에 대해서 대부분 학자들은 동의하고 있다. 즉 유전적인 면의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들을 교육하여 소질을 계발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제 요구사항에 맞는 비판적이고 참신한 주장이다.
△문제 해결력
이번 논제는 인간의 성격 형성에 있어 유전에 의한 것이냐, 환경에 의한 것이냐하는 논란을 한번쯤 재정립할 수 있는 사고력을 평가하고 있다. 인간은 단순한 DNA 정보가 이어졌지만 각 지역에 산재한 결혼과 같은 문화를 보면 환경적인 면이 작용한 것으로 서술하고 있다. 김나은 학생은 인간의 성격 형성에 외적 환경의 의해 비롯되었다는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즉 유전은 인격 형성의 뼈대이고, 환경은 그 뼈대와 뼈대에 붙여지는 살과 같은 역할을 하고 주장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고 있다. 성격 형성에 유전적인 면이 영향을 미치지만 반론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확고하게 전개하고 있다.
△문장력 및 표현력
김나은 학생은 제시문 분석을 비교적 정확히 파악하였고, 논제의 조건에 따라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 그래서 자료 2개의 상반적인 입장을 밝히고, 유전보다는 환경에 의해 구성되는 것을 과학과 철학적 견지에서 단락 구성을 하고 있다. 비교적 적절한 분량에 의한 단락을 구성하여 표현하고 있다. 각 제시문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할 때에 이와 같은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김송영(완주 한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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