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5 06:10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일반기사

69세 할머니 여고생의 '쉼없는 붓질'

전주여고 윤기숙씨, 평생의 소원 교복입고 그림그리다

68세 할머니가 전주여고 교복을 다시 입었다. 그리고 올 평생의 원이었던 개인전까지 준비했다. 전주여고 1학년에 재학중인 윤기숙씨의 이야기다.

 

윤씨는 50여년 전 질환으로 전주여고 1학년을 채 마치지 못하고 학업을 중단했다. 학생들 교복만 보면 괜스레 눈물이 나고 마음이 저렸다. 그런 그를 누구보다 잘 아는 남편(최석조 전 교장)과 자녀·손자가 용기를 주었다. 지난해 전주여고에 재입학하게 된 배경이다.

 

"처음에는 선생님들도 어려워했어요. 옆에 잘 오시지 않고, 눈도 못 맞출 정도였습니다."

 

그가 마음을 열면서 이제는 자연스레 스승과 제자 관계로 불편함이 없다. 사석에서 나이 든 선생님들 사이엔 언니로, 젊은 선생님들과는 '선배님'으로 통한다.

 

또 동급생들이 할머니라고 부르는 걸 가장 싫어했다. 그래서 손주뻘인 학교 '친구'들은 언니로 따른다.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교복을 입고, 수업을 받고, 시험을 치릅니다. 수학 물리 영어 과목 등 기초가 필요한 과목을 따라가기 힘들고, 작은 글씨가 안보이는 등의 애로가 있지만, 주변의 배려로 학교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자신의 전공인 미술은 물론, 체육시간 에어로빅도 재미있다고 했다.

 

그는 재입학 전까지 꺾었던 붓을 잡았다. 삼성생명 소장을 그만둔 뒤 전북대 평생교육원 등을 다니며 학창시절의 '끼'를 살렸다. 신춘휘호대전, 한국서예대전, 전북서도대전 등에 여러 차례 입선·특선하며 실력을 키웠고, 단체전 등에 참가하며 교류의 폭을 넓혔다.

 

"힘들 때 그림이 위안이 됐습니다. 그림을 그리면 머리도 맑아지고 잡념도 없애줍니다."

 

앞으로 한 올 한 올 수놓는 정성과 구름 위를 노니는 상상력, 젊음의 열정으로 열심히 그리겠다는 다짐이다.

 

고교를 졸업한 후 대학에 입학해 미술공부를 계속하겠다는 욕심도 갖고 있다.

 

김원용기자kimwy@

 

 

△윤기숙전=10일부터 16일까지 전북도예술회관.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원용 kimwy@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