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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곡예서커스연구소 창단 기념 공연을 보고…황폐화된 바닥에서 희망의 불씨를 찾다

▲ 김익두 전북대 국문과 교수
지난 3월 16~17일 전북예술회관에서 '한국곡예서커스연구소' 창단 기념 초청공연으로 일본 서커스·마임계의 대표주자로 알려져 있는 고지야마 만스케, 핫도리 히사요, 다이스케 등이 연기하는 서커스 '장난감 연구실 대소동'이 무대에 올려졌다.

 

이 작품은 한 소녀와 3명의 장난감 인형들이 펼치는 흥미로운 동화를 서커스와 마임으로 작품화한 것이다. 한 소녀가 장난감 인형들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던 어느 날 인형들이 봉인된 상자를 열자 그 속에서 이상한 망토와 모자가 나온다. 한 인형이 그 모자를 쓰고 망토를 입자, 그녀는 악마 인형으로 변해 소녀를 인질로 잡아간다. 남은 두 인형은 온갖 노력을 다해 마침내 악마에게서 소녀를 구출하고, 구출된 소녀는 사랑의 힘으로, 악마로 변한 인형을 물리쳐서, 다시 행복한 날로 되돌아간다는 이야기다.

 

무대는 대체로 시종일관 밝게 조명되고, 분위기는 가족적이며, 사랑의 주제가 코믹하고 익살맞은 동작들로 펼쳐진다. 무대 위의 공연자들과 무대 아래의 청관중들이 부단히 공연 행동들을 주고받으며, 그 과정 속에서 순수한 웃음과 동심의 세계가 생성되어 나온다. 공연자들은 객석과의 부단한 소통 행동들을 통해서, 청관중들 특히 어린 아이들과 더불어, 순수한 웃음과 동심의 정서를 심화 확장해 나아간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객석의 어린 아이들이 무대 위로 올라가, 주인공 소녀가 만들어 놓는 비누방울 속으로 아장아장 걸어 들어갈 때 양쪽 옆무대에서 커튼이 나와 무대를 닫는다.

 

홍보를 거의 하지 않아 객석이 꽉 찬 공연은 아니었지만, 어린 아이들과 그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과 공연자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동심의 꿈과 사랑을 몸짓으로 만들어 나아가는 그 과정과 솜씨는 큰 감동을 주었다.

 

서커스와 마임은 어떤 다른 복잡한 기술이나 대·소도구들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인간이 본래부터 갖고 있는 몸 자체의 표현적 가능성들을 극대화하는 예술이다. 마임과 서커스가 지향하는 이러한 '신체적 인간'(homo corporeus)의 가능성 추구는 순수한 동심과 사랑의 세계를 표현하는 데에 장점들을 갖고 있다. 이번 공연은 그러한 장점들을 잘 살린 점에서도 성공적이었다. 텅 비어 있는 전주 시내 낡은 공연장을 따스한 사랑의 온기로 녹인 모처럼의 기획 공연에 박수를 보낸다.

 

특히 이번 공연은 한국곡예서커스연구소(소장 허정주) 설립 기념 공연으로 기획되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의 불씨로 다가온다. 현재 우리나라의 서커스는 현재 가장 낮은 밑바닥에 내려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황폐화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해마다 해외에서 '태양의 서커스'다 뭐다 해서 수십억의 자금이 드는 다른 나라 서커스를 수입해다가 팔고 있다. 서커스 연구도 밑바닥이어서 현재 우리나라 서커스를 전공하는 연구자가 다섯 손가락 안에도 다 차지 않는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서커스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곡예서커스연구소'가 문을 열고, 그 소장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서커스 전문 박사인 허정주 선생이 취임했다. 이것은 한 지방 도시 한 귀퉁이에 뿌려진 작은 희망의 불씨일 수 있지만, 그 씨앗에 거는 우리의 희망과 꿈은 자못 큰 것이다.

 

또한, 이번 기획공연을 주도한 공연단체 '멍석 친구들'은 우리 전북지역에서 살고 있는 전문 공연자들이 주축을 이루는 서커스 전문 공연단체이다. 이들에게도 큰 기대를 가지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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