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근영중 한·일 역사 공동수업 가보니
"한일 양국이 더 이상 반목해선 안됩니다. 미래의 주역인 양국 학생들이 뜻을 모은다면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28일 제8차 한·일 공동수업이 열린 전주 근영중학교 3학년 5반.
이날 수업은 조은경 근영중 역사 교사와 해마다 이맘때쯤 공동수업을 위해 한국을 찾는 스즈키 히토시 교사(58·나가타중), 올해 처음 수업에 참여한 전 동경고 교장 에이치 가노 씨(62)가 함께 진행했다.
조 교사와 스즈키 교사는 바른 역사를 양국의 학생들에게 정확히 알리고 양국간 교류증진이 필요하다는 것에 의기투합해 지난 2005년부터 근영중에서 공동 수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지진·쓰나미를 주제로 첫 문을 연 스즈키 교사는"원전 사고로 인한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지만 지난해 보인 한국 학생들의 관심과 애정을 보며 양국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스즈키 교사는 후쿠시마에서 자신의 학교로 온 가마타 하즈키양이 쓴 작문을 학생들에게 보여주자 교실은 일순간 숙연해졌다. 이 글에는'언젠가는 뿔뿔이 흩어진 가족, 친구들과 재회할 것을 믿는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등의 내용이 담겼다. 스즈키 교사는 또, 글과 함께 후쿠시마의 황폐화된 영상과 사진을 보여 줬다. 대지진으로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일본인들을 걱정하는 것에는 나라와 민족의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조 교사와 스즈키 교사는 계속해서 일제강점기 핍박받던 한국인을 보호하며 돌본 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와 한국 고대 유적 발굴에 힘쓰며 한국인 후학 양성에 힘쓴 아리미쓰 교이치 등을 소개했다.
스즈키 교사와 가노씨는"양국간 불행한 과거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미래의 주역인 양국 학생들이 서로 뜻을 모은다면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것입니다"고 말했다. 조 교사도 "양국의 우호를 위해 앞장선 일본인을 발굴해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역사적 사실만을 전하기 보다 긍정적인 부분을 후세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해 교실 분위기가 급속히 화기애애해졌다.
하지만 최근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스즈키 교사는 지난 27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교과용도서 검정결과, 독도를 일본영토라고 기술한 교과서가 느는 등 양국간 다시 긴장 관계가 조성된 것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입장에서나 일본인의 입장에서 이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고민이 됩니다. 다만 사실을 사실대로 전하며 일본 학생들이 왜곡된 역사를 배우지 않도록 지도하는 게 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수업을 들은 김정연양(3학년)은 "일본하면 임진왜란, 식민지 시대가 먼저 떠올랐는데, 오늘 수업을 들으며 일본에도 양심적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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