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창만
군산 서해 방송
심 창 만
푸른 유리병에 석유 사러갈 때
산 노을 넘어오던 어부들 안부
바다보다 깊은 산골 나 어릴 때
귀머거리 염소와 함께 듣던 방송
빈 부엌에서 눈 젖은 쥐들이 쥐약을 먹을 때
군산시 해망동의 한 미망인이
가느다란 전파로 '해조곡'을 불러주던 방송
쇠죽 끓이다 말고 집나가고 싶을 때
식은 바다에서 육지를 바라보듯
오래오래 내 귀를 들여다 본 방송
흘러 간 노래보다
내가 더 멀리 흘러온 것 같은데
아직도 노을을 보면
석유냄새가 나는 방송
기다리기도 전에 가버린 세상처럼
어느 새 아들은 나를 싫어하고
정말 있기는 있었나 싶은
군산 서해 방송
※ 임실 출신의 심창만 시인은 1988년 〈시문학〉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뒤 1997년 계간 〈문학동네〉로 작품활동을 시작. 시집 〈무인 등대에서 휘파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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