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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전북일보 논술대회 수상작·심사평

 

2012년 전북일보 논술대회에서 논제의 완결성이 부족하여 이의제기의 소지가 있었던 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출제의도에 맞게 논술문을 작성해주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대회에 참여한 모든 학생들과 조언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전북중등논술연구회 드림

 

■ 고등학교 대상작

 

▲ 문화의 변화는 독창성·특수성을 발휘한다

 

 

문화의 정체성은 한 나라의 고유한 정신과 문화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그런데 문화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대체되기도 하고, 기존과 동일하게 재구성되기도 하고, 또 일부만 바뀌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문화의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변화는 문화를 새로운 시대 상황에 적응시키고, 달라진 사람들의 정신에 발맞추어 그 문화의 독창성과 특수성을 발휘한다.

 

제시문 (가)는 문화의 변화에 의한 정체성의 상실 여부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김치가 이 예가 될 수 있다. 첫째로 김치는 배추로 만든다는 통념을 깨고 양배추로 만든 김치 또한 김치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이는 김치의 모든 것을 바꾼 것이 여러 상황에의 적응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둘째로 외국 사람이 김치를 담근다고 해도 김치는 한국의 음식이라는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외국 사람이라 하더라도 김치의 재료와 담그는 순서를 동일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셋째로, 김치의 몇 가지 재료를 바꾼다고 해도 김치의 정체성은 상실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몇 가지의 재료의 바뀜이 개인의 구미에 맞음으로써 오히려 김치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김치의 특수성을 이끌어냈고, 또한 김치를 바라보는 의식도 바꿨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예는 제시문 (나), (다), (라)에도 적용될 수 있다. 먼저, 제시문 (나)의 '추사체와 북학'은 첫 번째 예처럼 기존의 문화였던 동국진체와 성리학을 바꾼 문화였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조선 후기의 불합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었으므로 문화의 정체성을 상실되지 않는다. 그리고 제시문 (다)는 두 번째 예처럼 회에 대한 조리법이 중국에 의해 영향을 받은 문화였다. 그러나 이 조리법을 바탕으로 우리 문화의 독창성을 가미하였기 때문에 '회'에 대한 정체성은 상실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제시문 (라)의 '동의보감'은 세 번째 예처럼 기존의 토대에서 일부만 바꾼 문화였다. 하지만 이 변화는 기존의 의사가 주어였던 다른 책들과 달리 우리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환자를 주어로 하고, 계층의 보편성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에 정체성은 상실되지 않는다.

 

이처럼 문화는 모든 것을 바꾸거나, 기존과 동일하게 재조립하기도 하고 일부만 바꾸기도 하면서 변화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문화의 정체성을 상실시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문화의 변화는 새로운 상황과 사람들의 새로운 의식에 발맞추면서 문화의 아름다움과 특수성 그리고 정체성을 더욱 강화시킨다.

 

신재원(원광고 3학년)

 

■ 고등부 심사평

 

▲ 주제와 논점을 정확히 이해한 논지 돋보여

 

고등학교 생활은 늘 바쁘고 긴장의 연속이다. 그러한 가운데 1년에 몇 번 있는 논술대회에 참가하여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익숙한 일이 아니어서 어렵고 힘이 들며,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은 분위기도 한 이유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회에 참가해 고민하여 쓴 글들을 읽으면서 고마웠다. 많은 학생들이 출제의도를 맞추어 열심히 써주었고, 논제와 제시문의 핵심을 깊이 뚫어 논점에 일치한 글들이 많아 참으로 행복했다.

 

논제와 제시문 파악을 잘못한 학생들은 실망하지 말아야 한다. 작은 시작이 큰 발전의 첫걸음이 된다고 격려하며 위로하고 싶다. 이번 대회에서 자극을 받아 지금부터 열심히 도전하는 동기부여가 되었다면 수상권에 들지 않았어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논술을 할 때에는 글을 쓰는 시간보다 논제의 요구를 파악하고 제시문을 분석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논지를 설정하여 개요를 짜는데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이번 논술에서 문화의 정체성과 제시문에 대해 혼란을 일으킨 학생들이 있는데, 그만큼 학생들의 분석력과 배경지식이 높아져야 함을 반영한다. 또 제시문의 내용을 지나치게 끌어다 쓴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좋은 글은 다독과 깊은 사고 및 지속적인 글쓰기에서 나온다. 자투리 시간이라도 독서와 생각의 계기로 삼는다면 좋은 글의 토양이 될 것이다.

 

이번 주제는 '문화의 정체성'이다. 시원(원형)이 변동되면 정체성은 어찌 되는가를 고민해야 하는 논술이다. 복사품이나 모조품 등에 대한 내용이 아니다. 앞의 논점이 어렵지만, 뒤의 논점은 쉽다. 즉 앞의 논점은 제시문 〈가〉를, 나머지 제시문들과 연결시켜보면 잘 풀리게 되어 있다. 글이든, 도표이든, 그래프이든, 그림이든 제시문의 논지 분석이 중요하다. 제시문 〈가〉는 '하나씩 전부 바뀐다면 정체성이 있는가(학교 건물의 재건축과 정체성), 원형을 해체하여 재조립한다면 정체성이 있는가(해체 복원하는 미륵사지 서탑), 부분적으로 몇 개를 바꾼다면 정체성이 있는가(타이어를 교체한 자동차)'를 생각해 보자고 주장하고 있다. 시원(원형)이 변형되어도 고유성이 있다면 정체성이 있다. 물론 반대의 생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논지를 정하면, 다음 논점과 모순되어 논제가 요구하지 않은 방향으로 내용이 전개될 것이다. 다음으로 제시문 〈나〉, 〈다〉, 〈라〉에 우리 문화의 정체성이 있는지를 논술하면 되는 것이다.

 

이번 고등학교 논제는 "문화 정체성의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것이 쟁점이다. 따라서 문화 정체성의 시원(원형)과 고유성을 중시해야 한다. 논제의 요구에 따라 먼저 제시문 〈가〉의 논지에 맞게, 시원을 바꾼 고유성의 문화들이 정체성이 있다고 하면서 적절한 사례를 들어 논술해야 한다. 그래야 이를 바탕으로 그 다음 제시문들의 구체적인 문화에 대해 우리 문화의 정체성 여부 정도를 타당하게 자신의 견해를 주장할 수 있다. 문화 정체성은 늘 사회 쟁점으로 등장하므로 학생들이 늘 눈여겨보고 생각해 봤음직한 논제여서 쉽게 접근한 학생들이 많았다. 그러나 출제자의 의도에 맞지 않게 앞의 논점을 부정하여, 뒤의 논점을 긍정하다 보니 모순 상황에 빠지는 오류를 범한 경우도 있어서 아쉬웠다.

 

마지막까지 월등한 실력으로 경합된 세 작품 중에서 신재원 학생의 글이 논제가 요구하는 내용과 형식에 아주 잘 접근하여 대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신재원 학생은 다른 학생에 비해, 제시문과 논제를 잘 분석하여 적절히 인용하면서 글을 전개하였고, 자신의 배경지식을 끌어와 창의적이며 알맞은 적절한 사례를 논거로 삼은 점을 높이 평가했다. 앞과 뒤 모두 논점의 사례 제시가 매우 출중하였다는 것이다. 아울러 입론과 정리까지 논술하여 전체적으로 아주 좋은 내용과 구조 속에 논리적인 형식을 잘 갖추었다. 그러나 앞의 논점에서 제시문(가)의 첫 번째 사례를 '양배추 김치'로 제시하였는데 조금 애매하여 부자연스럽다. 좀 더 분명하게 '양배추 김치'의 전체적인 변동을 주장하였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고등학교 심사위원 일동/ 정용복 강평)

 

■ 중학교 대상작

 

▲ 양심을 배반하지 않는 것이 폭력 줄이는 발판

 

 

우리는 살아가면서, 일을 하면서 때때로 폭력과 마주하게 된다. 그것이 차별이라는 이름의 폭력이든, 물질적 육체적으로의 폭력이든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대개 그것에 가담하거나, 피해자가 되거나, 아니면 그저 방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을 것이다. 지난번 대구 중학생의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살사건이 이슈화되면서 우리는 그러한 태도의 문제점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자율성 없는 동조적 태도가 어떻게 문제가 될까? 이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

 

제시문 (가)를 보자. 사이먼이 소년들에게 어떠한 이유로 일방적인 폭력을 당하는데도 새끼돼지와 랠프는 그것을 말리지 못했다. 소년들이 하는 짓이 잘못된 것이고, 사이먼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그리고 그 사태에 대해 모르는 척 하며, 폭력에 방관한 것을 합리화한다. 제시문 (나)에서는 사범이 폭력에 동조했던 사실을 후회하며 비슷한 상황에 처한 종훈이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 종훈을 포용하지 못한 자신의 태도를 되돌아보며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가)와 (나) 모두 폭력에 동조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행동을 평가하는 태도는 서로 다르다. (나)의 사범은 처음 종훈을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대며 평가했지만, 나중에는 종훈의 자율적인, 스스로의 행동을 존중한다. 사범은 또 다른 의미로의 자율적인 결정을 행한 것이다. 제시문 (다)에서 '자율적인 결정'은, 어느 누구에게라도 공평하게 행해지는 법처럼 도덕적 행동이 무조건적으로 베풀어져야함을 말하고 있다.

 

물론 나 자신은 사회에 소속된 일원이므로 그 사회의 통념이나 규율에 완전히 벗어나 자율적인 결정을 내릴 수는 없을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여기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적대관계의 유대인을 곤경에서 구해준 사마리아인처럼, 괄시받는 세금징수인과 어울린 예수처럼 우리는 폭력에 대응해서 행동할 수 있는가, 자신을 둘러싼 공동체의 의견에 자유로워져서 행위를 결정할 수는 있는가를 생각해 보자.

 

여기서 강조할 것은 방관도 결국엔 폭력의 일종이란 점이다. 분명히 폭력이 잘못되었고 그것을 제지하지 않는 것이 도덕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점에서 우리는 역지사지의 자세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도의 강화보다 개개인의 계몽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누군가의 행위가 그 사람의 양심을 배반하지 않는 것이 방관의 폭력부터 줄이는 발판이 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 사회를 가득 채울 날이 오길 기원한다.

 

김영서(아중중 3학년)

 

■ 중학부 심사평

 

▲ 비교와 대조 분명… 일부 문장 논리력 보완을

 

이번 논술대회에서 중학생들의 참가자 수는 고등학생들에 크게 못 미친다. 학생들이 제출한 논술문에는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자율적 결정에 대한 해석이 일관성을 갖추지 못한 글들이 많았다. 초기 단계의 논술문은 제시문 없이 지시문과 유의사항만 제시한 단독형 문항부터 완성형의 글쓰기, 작문에 가까운 형태의 글쓰기, 문학작품 중심의 글쓰기, 에세이 형식에 가까운 글쓰기 등을 거쳐 현재처럼 제시문을 활용한 글쓰기 형식에 이르렀다. 모두 일관성을 갖춘 완성된 형태의 한편의 글을 작성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또한 제시문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중학생들의 글은 아직 이런 조건에 부합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글의 능력이 뛰어남에도 일부의 내용을 왜곡하여 서술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논술은 요약과 비교·대조를 기본으로 한다. 이 때 요약은 자신의 언어로 쓰되,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 여러 학생들의 글을 필요한 부분들만 조합한다면 그래도 우수한 답안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만큼 한 편의 논술문으로 완성도는 높지 못한 편이다.

 

특히 해결책에서는 상투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자율적 결정의 의미에 대한 이해가 낮은 데서 나타난 결과라고 본다. 폭력은 방관적이거나 집단적으로 의식없이 하는 행위일 뿐 자신의 이성적 판단과 거리가 멀다.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법을 수차례 개정하고 강화하고 있는데도 폭력은 근절되지 않는다. 이를 개인적 방안과 자율적 결정이라는 어휘를 연결하여 본다면 폭력 근절의 근본적인 대책은 개개인이 자율적 주체로서 자율적인 결정을 할 때 가능하다. 놀리거나 과시하기 위한 폭력도 타율이며, 어떠한 폭력도 자신의 행복을 가져오지는 않는 결정으로 타율적 행위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폭력 행위는 진정한 의미의 자율적인 결정이라 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대상으로 뽑힌 학생의 글은 일부 문장의 논리력을 보완해야 한다. 하지만 비교와 대조가 다른 학생들에 비해 분명하고, 자율적 결정이 폭력을 근절할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는 점이 좋다.

 

(중학교 심사위원 일동/ 최기재 강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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