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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예술활동, 선택 아닌 필수

일본영화 '쉘위댄스(Shell we dance?)'를 보면 중년의 샐러리맨이 나온다. 직장에서는 부장으로, 집에서는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딸'을 둔 가장으로 남부러울 것이 없다. 하지만 퇴근길은 늘 축 처져 있고 얼굴은 생기조차 없다. 그러던 그가 우연히 발견한 댄스홀에서 '차차차', '탱고'를 배운다. 그때부터 휘파람이 절로 나고, 새벽 출근길에 밟는 자전거 페달은 힘이 넘친다. 갑자기 달라진 남편 모습에 바람을 의심한 부인이 흥신소에 뒷조사를 부탁할 정도로 늘 싱글벙글이다.

 

훌륭한 예술작품은 미적 감동을 선사하지만 직접 예술창조활동을 하면 삶이 바뀔 수 있다. 이것이 예술의 힘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문화정책은 지금까지 문화적 유산으로서 예술을 계승?발전시켜 질을 높이는데 집중했다. 예술가를 육성?지원하는 정책이 대표적인 예로, 일명 수월성(秀越性, excellence)을 높이는데 힘을 쏟은 것이다. 이에 반해 예술이라는 수레를 움직이는 또 다른 축인 접근성(接近性, accessibility)을 제고하는 데는 소홀했다. 모든 사람이 인류의 문화유산을 향유하며 자신에게 맞는 창조적 예술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에 인색한 것이다.

 

문화정책에 한발 앞서있는 유럽국가는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예술교육을 강화하고, 생활밀착형 시설을 확충하며, 생애주기별로 맞춤형 예술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고급예술을 체험하는 기회를 확대하는 전략에서 개개인의 문화적 창작역량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예술을 관람하는 행위를 뛰어넘어 모든 사람이 예술의 성과를 누리며 문화예술의 창조자가 되는데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유럽에서도 예술활동이 개인의 취향에 따라 '사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므로 공공정책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영국의 문화정책보고서(2008)에 따르면, 자발적 예술활동은 영국 전체적으로 연간 1조 860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생산했으며, 자기계발과 웰빙, 공동체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마추어 예술활동은 고급예술에 대한 관객개발 및 시장형성에 연계될 뿐 아니라 지역공동체성 회복 등 사회적 측면에 미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공공정책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예술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할 필수적 욕구가 되고 있다. 현장 활동가, 정책 연구가들이 정부나 지자체에게 예술에 대한 사고를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은 모든 사람에게 예술 향유기회를 제공해주고, 예술활동에 직접 참여해 아마추어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설, 체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문화복지정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세길 전북발전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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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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