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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물감 칠하고, 남편은 석고 깎고…예술로 하나 된 부부, 작품마저 닮았을까

김선태·김동주 '동행전' / 12일까지 전북예술회관

▲ 남편 김선태 예원예술대 교수와 아내 김동주씨(서양화가)가 생애 처음으로 '동행전'을 열었다. 아내가 그린 'Someday' 앞에서 부부가 두 손을 맞잡고 다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술평론가 김선태 예원예술대 교수(53)는 얼마 전 허리 디스크 수술을 했다. 매년 책 출간, 개인전 등으로 스스로를 혹사시킨 죄(?). 함께 서양화를 그려온 아내 김동주(43)씨와 난생 처음 '동행전'까지 기획한 마당에 마냥 자리 깔고 누워있을 수 없는 상황.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매달렸다. 지난 7일 전북예술회관에서 개막한 '동행전'은 여러 모로 의미가 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줍음이 많은 아내와 그에 못지 않게 쑥스러움이 많은 남편은 '동행전'에 관한 과도한 의미 부여에 거리를 뒀다.

 

대학원 다니던 아내를 알음알음 소개 받아 인연을 맺게 된 이들 부부는 비슷한 취미를 지녔으면서도 취향은 서로 달랐다. 아내는 "담배연기를 지독하게 싫어하고, 조각 잠으로 피로를 풀고, 영화를 좋아하는 취미는 같다"고 했지만, 남편은 "아내는 판타지나 공상 과학 영화 등을 좋아하는 반면 나는 리얼리즘 영화를 좋아한다"고 했다.

 

이같이 서로 취향은 그림에서 드러났다. 유화물감으로는 연출할 수 없는 깊은 색감으로 부부의 평화로운 일상을 표현한 아내와 달리 남편은 CEO 스티브 잡스·모델 나오미 캠벨과 같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이 잊혀진다는 것의 의미를 석고를 입혀 깎아내는 기법으로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아내는 광(光)이 나지 않는 아크릴 물감을 쓰면서 20번 가까이 덧칠하느라, 남편은 4번 정도 덧입힌 석고를 깎고 색을 드러내는 과정을 반복하느라 진이 빠지기도 했다. 부부가 함께 여는 첫 전시인 만큼 작품에 대한 욕심은 한결 같았기 때문이다.

 

미술평론가 남편에게 아내는 유일한 비평가이자 조언가. 남편은 "전시를 준비하면서 아내가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하면 처음엔 삐치다가 결국엔 그렇게 마무리 짓게 됐다"며 웃었다. 살아가면서 그림 때문에 어려움도 겪었지만, 그림이 아니었다면 더 힘든 시련이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 그림을 통해 위로받고 만족해하는 부부의 모습은 충분히 행복해보였다.

 

△ 김선태 김동주 부부 '동행전' = 12일까지 전북예술회관 1층 2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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