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쟁점 자료 분석하기
〈자료 1〉
아무도 그대에게 세월을 되찾아주지 않고, 아무도 그대를 다시 한 번 그대에게 돌려주지 않을 것이오. 인생은 처음 시작한 그대로 흘러갈 것이고, 진로를 되돌리거나 멈추지 않을 것이오. 인생은 소란도 피우지 않고, 자신의 속도를 상기시키지도 않은 채 소리 없이 흘러갈 것이오. 인생은 왕의 명령이나 백성의 호의에 의해서도 더 길어지지 않는다오. 인생은 첫날 출발한 그대로 계속해서 달릴 것이며, 어디서도 방향을 틀거나 머물지 않는다오. 하지만 그대는 분주하고 인생은 달려가고 있소.
현재의 시간은 매우 짧다오. 너무나 짧아 어떤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오. 현재는 오기도 전에 존재하기를 멈추고, 창공이나 또는 쉬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결코 한 곳에 머물지 않는 천체들과 마찬가지로 머무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오. 그러니까 분주한 자들은 너무나 짧아 잡을 수 없는 현재의 시간에만 매달리고, 그마저도 여러 가지 일로 마음이 산만한 그들에게서 슬그머니 빠져나가 버린다오.
그대는 백발과 주름살만 보고 어떤 사람이 오래 살았다고 믿어서는 안 되오. 그는 오래 산 것이 아니라 오래 생존한 것뿐이니까 말이오. 출항하자마자 사나운 폭풍에 이리 저리 밀려다니다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미친 듯 불어오는 바람으로 같은 수면 위를 빙빙 돌던 사람을 긴 항해를 해냈다고 생각한다면 터무니없는 일이 아니겠소? 그는 긴 항해를 한 것이 아니라 많이 들까불렸던 것이오.
보시오. 가장 위대한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소리치며, 마치 신의 목소리에 영감을 얻은 듯 구원의 노래를 부르고 있소. "인생의 가장 좋은 날이 가련한 인간에게서 언제나 맨 먼저 도망가노라. 뭘 망설이는가?"라고 말한다오. "뭘 꾸물대는가? 그대가 붙잡지 않는다면 인생의 가장 좋은 날은 도망가리라." 붙잡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도망갈 것이오. 그러니 그대는 시간의 재빠름에 나만의 속도로 맞서야 하며, 언제 그칠지 모르는 급류에서 물을 떠마시듯 삶의 의미를 채워야 한다오.
세네카(인생이 왜 짧은가)
〈자료 2〉
요즘 신문방송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는 단어가 기름값 인상에 따른 정부와 정유사 간 힘겨루기 문제다. 그만큼 고유가에 따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고유가 시대에 운전자들은 어떻게 하면 조금 이라도 유류를 절약하면서 운전해야 하는지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이면에는 지구온난화와 대기오연을 줄이는 직접원인이 되는 친환경 운전이기도하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실험에 의하면 보통의 자동차는 60km/h일 때 연비가 가장 높게나왔다고 밝혔다. 특히 경차의 경우 적정출력을 유지하면 본래 경차로서의 높은 연비가 유지되지만, 출력이 낮은 경차를 속도를 높이려면 가속하게 되어 연료를 과다하게 소모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때 나타나는 배출 가스는 심각한 수준으로 높게 나왔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과속했을 때 연료 소모량과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이 과다할 뿐만 아니라 안전운전과 엔진과열로 인한 차량 손상 등 여러 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서 위에서 언급한 운전습관을 생활해야 할 것이다.
연료를 절약하고 친환경에 맞는 운전을 하려면 60~80km/h의 경제속도를 유지하며 교통상황에 따라 정속주행한다. 경제속도보다 느린 속도로 달린다고 연료 소비량이 크게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일정속도 유지 때 가속페달을 밟지 않는 "관성운전"을 생활화해야 한다.
보령신문(2012년 6월 12일자)
〈자료 3〉
폭설 속으로 눈부신 속도가 사라진다.
호랑이를 상상하는, 도로 앞에 멈춰 선 고라니의 눈망울이 난폭한 폭설의 저편을 바라본다. 도로의 끝으로 사라지는 속도의 뒤편이 호랑이의 포효처럼 먹먹하게 번진다. 고라니는 눈을 맞으며, 건너야 할 도로의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눈부신 질주, 호랑이의 아득한 포효가 되어 도로 위를 배회한다. 숲을 가로지르는 검고 긴 천적이 하얗게 질린다. 하얗게 질린 도로는 붉게 흐르는 죽음으로 가득 찬다.
질주하는 속도의 궤적을 따라 호랑이의 식욕이 날카롭게 빛난다.
고라니의 발굽이, 가늘게 떨린다.
속도가 죽음을 만드는,
텅 빈 도사림 앞에서
조동범(로드 킬)
■ 쟁점 논제
1. 논술 논제
〈자료1〉과 〈자료2〉의 논지를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자료3〉에서 은유적으로 표현된 '호랑이의 식욕'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시오.(900자 내외)
보낼 곳 : nettesvoll@hanmail.net
2. 면접 논제
-기술 혁명이 가져다 준 빠른 속도가 인간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말해 보시오.
-현대 사회에서 '느림'이 갖는 가치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말해 보시오.
■ 쟁점 자료 비판적 읽기
〈자료 1〉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의 인생에 대한 성찰이 담긴 〈인생이 왜 짧은가〉의 일부이다. 인생은 일정한 흐름을 유지한다. 하지만 우리는 분주하거나 산만하거나 시간에 집착한다. 방향성 없이 바삐 움직이기만 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인생이 아니다. 단지 생존한 것일 뿐 삶이 아닌 것이다. 인생의 중심에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즉 바쁜 시류에 휩쓸려 살 것이 아니라 적절한 속도로 인생을 살아야 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자료2〉
이 자료는 〈보령신문〉 2012년 6월 12일자 한 운전전문학원 원장이 쓴 기사를 윤문한 것으로 경제 속도의 중요성에 대해 피력되어 있다. 빠르게 달려 주행시간을 줄여 연료를 절약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느린 속도로 달린다고 연료량이 감소하는 것도 아니다. 자동차에 맞는 일정 속도, 즉 경제 속도를 유지할 때 경제적이며 친환경적 운전을 할 수 있다. 또한 경차는 경차에 적정한 출력 속도를 내야한다. 즉 대상에 적절한 속도의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
〈자료1〉과 〈자료2〉의 논지를 통합적으로 연관지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공통적인 요소를 찾아야 할 것이다. 〈자료 1〉은 인생의 주체적 속도에 대한 철학적 시각이 담겨 있으며, 〈자료 2〉는 자동차의 경제속도를 지키자는 내용이었다. 즉 적절한 속도의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료 3〉의 '호랑이의 식욕'를 해석해야 한다.
〈자료3〉
조동범 시인의 시집 〈〈십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에 실린 〈로드 킬〉이라는 시이다. 시의 제목처럼 차도 위에는 야생동물이 질주하는 자동차에 압사당하는 끔찍한 장면이 비판적 관점에서 그려지고 있다. 여기서 시인은 자동차의 속도를 '호랑이의 식욕'으로 전치하고, 자동차의 굉음은 '호랑이의 포효'에 비유하여, 문명의 무자비한 질주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상황을 알레고리로 비판하는 것이다. 즉 '호랑이의 식욕'은 절제가 없고 욕망만 가득하며 타자를 배려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질주하는 속도라 할 수 있다. 즉 기술 문명이 가져다준 빠른 속도가 인간에게서 빼앗아 간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쟁점 확대하기
[찬성]
1. LTE. 고속철도, 빨리빨리, 시간 안에!
2. 현대 사회에서 속도감은 삶의 활력과 긴장을 주며, 문명과 기술적 발전을 가져다 주었다.
3. 새로운 정보와 기술이 눈을 뜨면 쏟아져 나오는 시대이다. 빠른 것은 산업 사회의 미덕이다. 시간은 곧 경제적 가치로 환산된다. 제한된 시간 안에 더 많은 작업량을 생산해야 한다.
[반대]
1. 손편지, 경운기, 느려터진, 지속적으로!
2. 지금 인류는 속도 경쟁에 내몰렸다. 속도에 매몰된 인간은 본질적인 가치나 자기 자신을 성찰한 시간을 빼앗겨 버렸다. 자기 자신을 조용히 성찰하기보다는 주변의 세상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3. 빠르게 산다거나 혹은 느리게 산다는 양자적인 관념의 틀에서 해방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각자의 적정한 삶의 속도는 다르다. 속도의 중독에서 벗어나 시간의 노예에서 해방되어 인간이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 쟁점 기출문제
△2012학년도 중앙대학교 수시 2차 논술 인문계열
-제시문 (가) : 조동범, 〈로드 킬〉
-제시문 (나) : 폴 비릴리오, 김경온 옮김, 〈소멸의 미학, 시간과 속도의 여행〉
-제시문 (다) : 스텐 나돌니, 장혜경 옮김, 〈느림의 발견〉
-제시문 (라) : 옥한석, 이병연 외 4인, 〈고등학교 인간사회와 환경〉
-제시문 (마) : 한원열, 〈생활 속의 물리이야기〉
-제시문 (바) :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천병희 옮김, 〈인생이 왜 짧은가〉
1. 제시문 (가), (나), (다), (라)에 나타난 논지의 차이를 하나의 완성된 글로 완성하시오. (530자~550자)
2. 제시문 (마)와 (바)의 논지를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제시문 (가)에서 은유적으로 표현된 '호랑이의 식욕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이에 대한 제안을 제시하시오. (530~550자)
■ 쟁점 관련 도서
△밀란 쿤데라 〈느림〉
△피에르 쌍소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 쟁점 관련 영화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 〈인 디 에어〉
△EBS 지식채널e 393회 〈느려터진〉
■ 학생 글과 교사 총평
△ 논제 : 〈자료 1〉의 소크라테스의 관점에서 〈자료 2〉의 영호를 판단하고, 이를 근거로 하여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에서 '양심에 의한 욕망의 절제'가 〈자료 3〉에서 말하는 '행복한 자기완성'을 실현할 수 있는지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900자 내외) (본보 7월 4일자 제시문에 대한 학생글)
1. 학생 논술문
〈자료 1〉의 소크라테스는 조금이라도 생각이 깊거나 훌륭한 사람이라면 죽음보다 먼저 수치스런 삶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수치라는 것은 양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자료 2〉의 영호는 양심과 관습은 없어도 별 일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법률은 공갈은 되지만 무시해도 되는 것으로 여긴다. 소크라테스의 관점에서 영호를 보자면, 영호는 생각이 조금도 깊지 않고 훌륭하지 못한 사람으로서 물질적 욕망만을 뒤쫓는 수치스러운 삶을 사는 사람이다. 그는 근래의 여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물질적 욕망에 눈이 멀어 양심과 도덕을 저버리는 인간의 대표적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자료3〉에서 '양심에 의한 욕망의 절제'는 모든 욕망을 억지로 참아야하는 금욕주의적 사고가 아닌 '양심에 의한' 즉, 양심에 어긋나는 욕망에 대한 절제를 의미하고 있다. 간디가 구상했던 이상적인 사회에서는 인간을 도외시한 이윤 추구도, 물건과 권력에 대한 맹목적인 탐욕도 있을 수가 없다.
이것은 비폭력과 사랑과 유대 속에 어울려 살 때 인간이 가장 행복한 자기완성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처럼 행복한 자기완성을 위해서는 지나친 이윤 추구나 맹목적인 탐욕이 있어서는 안 된다. 양심에 의한 욕망의 절제가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인간은 행복한 자기완성을 실현할 수 있다.
〈자료 2〉에서 영호는 양심에 의한 욕망의 절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지나친 이윤 추구와 맹목적인 탐욕에 눈이 멀어 자멸의 길로 향하고 있다. 그는 지나친 욕망 추구가 행복한 자기완성을 막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이다. 진정한 행복은 물질에 대한 욕망의 성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덕과 양심에 따른 절제와 만족에 있다. 물질에 대한 욕망의 성취는 더 큰 갈망을 일으켜 인간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 뿐이다. 법정스님, 성철스님, 이태석 신부님 같은 분들은 물질에 대한 욕심 없이 살아가며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셨다. 그들은 욕망에 대한 절제를 통하여 정신적 가치에 대한 만족감을 얻고 그를 통해 자기완성을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김수연(전북과학고 1학년)
2. 교사 총평
△제시문(대상 도서)에 대한 이해 분석력
자료글에 대한 분석을 잘 하고 있다. 제시문의 핵심 내용으로 '올바른 행위를 하고 선량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양심과 윤리와 관습과 법률을 무시'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특히 세 번째 제시문은 논제와 연관시켜 그 핵심을 파악한다는 것이 조금 어려울 수도 있으나'생산 수단이 민중 자신의 손에 있을 때 비로소 착취 구조가 종식되고 사랑과 유대'가 있는 소공동체가 형성되었을 때 사람은 가장 행복하고 자기완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적절하게 파악하고 있다.
△창의적 사고력(비판력, 참신성)
자료글은 잘 파악하고 있으나 논술된 글의 내용이 자료에 제시된 범위를 넘지 못하고 있다. 끝부분에 법정스님 등 몇 분을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근거 예시로 제시하고 있으나 단순하게 이름만을 거론했을 뿐 분들의 행적을 함께 끌어들이거나, 사고를 확장한 창의적인 모습은 드러나지 않는 것이 아쉽다.
△문제 해결력
논제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충실하게 논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세 단락으로 나누어 논술하면서 각각에서 제시한 논제 요구사항을 논술하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입장에서 영호를 판단하는 첫 번째, 현대사회에서 '양심에 의한 욕망의 절제'와 〈자료 3〉을 연관시켜 서술하는 문제 두 번째 요구사항은 잘 논술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세 번째, '욕망의 절제'가 '자기완성'을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견해가 빠져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단락에서 단순히 예시만 제시했을 뿐 자신의 견해는 제시되고 있지 않다.
△문장력 및 표현력
논술을 쓰는 태도는 침착해야 한다. 이 침착한 태도는 앞뒤 문장이 자연스럽게 논리적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하나의 주제로 이루어진 단락을 만들어내고, 하나의 주제로 통일된 전체의 글을 만들어낸다. 세 단락으로 이루어진 이 글은 앞 뒤 문맥이 자연스럽고 내용이 산만하지 않고 통일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좀 더 많은 글을 쓰게 된다면 발전 가능성이 많은 글이다.
김송영(한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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