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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명 교수 스마트폰 그림, 삐뚤빼뚤 재밌네

中 교환교수 나가 있어…이메일 편지 눈길

▲ 여 교수가 스마트폰 펜으로 그린 그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김구 안경'을 콧잔등에 걸친 서예가 여태명 원광대 교수(57)는 참 이곳저곳 잘 쏘다닌다. 얼마 전 보내온 스마트폰 펜화를 보면서 '이 양반이 별 걸 다 하는구나' 싶었다. 안부가 궁금했던 차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중국에 있었다.

 

"내년 2월까지 중국 루쉰 미술학원 교환 교수로 나가게 됐어요. 그런데 중국에 있다 보니, 작업하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스마트폰으로 끄적끄적 해봤는데, 괜찮은 것 같아 계속 시도해보고 있어요."

 

서예 작품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색감이 눈길을 끈다. 붓의 번짐이나 필획이 섬세하게 드러나진 않으나, 스마트폰 펜으로 삐뚤빼뚤 쓱쓱 그려낸 그림은 재밌고 유쾌하다. 지독한 가뭄을 해갈시키는 비가 올 땐 빨강·파랑·초록 우산을 그리는가 하면, 무더위에 지쳐 기진맥진할 땐 한 송이의 꽃을 통해 소소한 행복을 붙든다.

 

각종 디지털 기기들이 다소 차갑고 삭막하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지만, 그의 디지털 그림은 글씨에 표정을 입힌 캘리그래피처럼 따뜻한 감성을 전하는 아날로그 감성이 스며있다.

 

그는 "캘리그래피는 글씨를 다룬다는 점에선 서예와 닮았고, 글씨를 해체하거나 추상화해 이미지를 만든다는 점에서는 회화와 근접해 있다"면서 "그러나 글씨가 표현하고자 하는 표정을 담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좀 뜸하다 싶었더니, 다시 스마트폰 그림으로 치고 나가는 그를 보면서 제자들은 도리어 "젊은 사람들보다 너무 앞서가시는 거 아니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서예를 새롭게 인식하도록 뭔가 실험하는 쪽은 늘 그의 몫이었다.

 

한국인의 정서를 담은 '민체'와 서예의 현대적 변용을 위한 이런저런 시도를 해온 그에게 되려 욕을 하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진정성 있는 시도를 계속해왔기에 지금의 그가 있는 법. 2006년 '사랑 노래 그림전'을 연 뒤 지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그의 작품을 첨부해 이메일('여태명 사랑 노래 그림 편지')로 보내기 시작한 게 벌써 8000여 명을 넘어섰다. 일방적인 짝사랑처럼 혼자만 열심히 보내면 지칠 법도 하건만, 때때로 물어오는 안부전화나 메시지가 심심한 위로가 된다.

 

한 도시의 독자성과 독창성을 완성시키는 '전주체' 개발이 10년 넘게 지자체로부터 외면받는다는 것은 풍부한 자산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전북 서예의 현주소일 것이다. 그는 "'전주체' 개발은 바로 전통을 오늘로 이어내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부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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