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집권 통치로는 주민 삶의 질 확보 못해 진정한 지방분권 위해 국토 균형성장 필요"
안봉주기자 bjahn@
이에 오랜동안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에 참여해 온 대통령소속 지방분권촉진위 백종인 제2실무위 위원장(전북대 교수)를 만나 지방분권의 의미와 진행상황, 향후 과제 등을 점검해 본다.
-지방분권이 강조되고 있지만, 사실 그 중요성은 일반인들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지방분권은 무엇이고, 왜 필요합니까.
△지방분권이란 국가운영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1980년대 이후 일본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의 국가발전 트랜드는 한마디로'세계화·지방화'라고 할 수 있죠. 즉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이제까지의 중앙집권식 국가발전전략으로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한 것이죠. 이에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합리적 역할분담을 통해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지방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내실있는 지방자치의 실현을 통하여 궁극적으로는 주민의 삶의 질을 높여나가고자 하는 것이 지방분권화의 기본이념입니다. 이를 통해 민주주의가 더욱 활성화 됨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그 필요성을 좀더 쉽게 설명하신다면.
△쉽게 말하면 이제까지 모든 길은 서울 즉 국가로 통했습니다. 주민의 생활에 가장 밀착적인 사소한 인·허가권까지도 모두 국가의 권한으로 집중시켜놓고, 지방적 사정에 가장 정통하며 주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 자치단체장은 단지 국가행정의 집행기관으로 전락시켜버린 것이죠. 그러나 이 같은 중앙집권식 통치방식으로는 국가의 경쟁력도 기대할 수 없으며, 지역의 발전을 통한 주민의 삶의 질도 확보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지방자치의 실시로 각 지역마다 다양하고 특색있는 생활환경의 조성과 주민참여적 발전전략으로 우리의 삶의 질이 얼마나 달라져왔는가는 우리가 직접 체험하고 있습니다. 한국적 도시로의 전주브랜드가치화, 제주특별자치도의 발전,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시간제한조례 등을 예로 들수 있습니다.
-현재의 지방자치는'2할 지방자치'라고 합니다. 지방분권은 어느 정도 추진된 것으로 분석됩니까.
△지방분권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은 1991년 지방자치부활과 함께 시도돼 왔으나, 본격적으로는 노무현 정권의 참여정부하에서 3대 국책과제의 하나로서 강력하게 추진됐습니다. 이때의 지방분권화 작업은 주로 중앙에 독점되어 있는 행정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죠. 이후 현 정부들어 2004년 '지방분권특별법'제정과 2008년 그 시행으로 종전의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와 '지방이양추진위원회'를 폐지하고 '지방분권촉진위원회'로 추진기구를 일원적 체제로 개편했습니다. 추진내용 역시 단순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만이 아니라 지방분권의 실질적 구현을 위해 지방재정강화, 주민참여확대, 중앙과 지방정부의 협력체제 정립 등의 제도와 체제개혁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참고적으로 지방이양사무실적건수는 국민의 정부 612건, 참여정부 902건, 현 정부에서는 1532건이 이양확정됐습니다.
-지방분권은 어느정도면 일정 수준에 다다랐다고 평가될 수 있을까요.
△지방분권은 일단 행정적 측면에서의 지방자치권의 확대와 이를 감당하고 수행하며 지방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지방재정의 확대, 지방자치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지방정부 구조의 개혁 및 주민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합리적 제도화가 이루어졌을 때 지방분권화의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중앙에 집중된 행정권한의 지방이양을 통한 행정적 분권화는 상당한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강력한 추진이 요구되는 것은 지방재정확대를 위한 제도개혁인데, 이 역시 지방분권촉진위원회에서 많은 논의와 방안들이 강구되고 있습니다.
-지방분권을 논하다 보면 이웃 일본과 자주 비교됩니다. 일본의 경우, 어떤 과정을 거쳤습니까.
△일본은 지방분권추진을 의회에서 의결한 이래 1995년 지방분권추진법을 제정했고, 추진기구로 지방분권추진위원회를 설치했습니다. 이후 동위원회의 1차의 중간보고와 5차의 지방분권권고안을 기초로 1999년 지방분권일괄법이 제정돼 일단의 개혁이 마무리됐죠. 이후 2006년에 새로이 '신지방분권구상검토위원회'를 구성해 지방재정자립을 위한 제도마련과 국가와 지방정부간 재정관계에 대한 새로운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와 일본의 상황을 비교한다면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먼저 일본은 50여년의 오랜 지방자치 역사를 바탕으로 그동안 축적되어온 논의와 제도개선의 경험에 기초해 제도개혁이 추진되었죠. 따라서 국가와 지방정부 모두 개혁의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된 가운데 추진된 반면, 우리는 단절된 지방자치가 부활돼 시행이 얼마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으로 급격하게 추진된 측면이 있습니다. 중앙과 지방 모두 개혁마인드가 충분히 성숙되지 않은 한계가 지속적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지방분권 실무위원장으로 활동하시면서 적잖은 어려움도 겪으셨을 것 같은데, 안건심사 과정 등에서 겪은 애로사항은 무엇입니까.
△참여정부시절부터 지방분권을 위한 제도개혁에 참여하고 있지만, 안건 심사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는 지방행정능력에 대한 중앙부처의 부정적 인식입니다. 중앙집권적 권한행사에 익숙한 중앙부처는 권한을 지방에 이양했을 때 '과연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반대논리의 주된 레파토리입니다. 물론 행정의 효율성 측면에서의 우려라고 볼 수 있겠으나, 인력과 예산지원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현재의 자치역량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확신합니다. 따라서 지나친 부처이기주의적 발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지방분권에 대한 철학과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적 목표에 대한 의식의 부족에서 오는 결과라 봅니다.
-최근 들어 여야 대선 예비후보들이 지방분권을 자주 언급하고 있습니다. 지방분권과 관련해 유권자의 입장에서 대선 예비후보들에게 요구해야 할 사항은 무엇입니까.
△지방분권화의 개혁은 치열한 국제경쟁시대에서 국가경쟁력 향상과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시대적 과제입니다. 그런 만큼 중단없이 추진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실질화가 국책의 우선적 정책목표가 돼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진정한 의미의 지방분권은 국토의 균형적 성장과 분리해서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삶의 질의 균형적 성장없이는 국가의 발전과 경쟁력이 확보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관한 종합적이고 적극적인 정책들이 강구되어지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지방분권과 관련한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방분권은 단순히 정책관여자들만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 삶을 위한 통치제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요, 의지인 만큼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지방자치시대에는 자치역량에 따라 주민 삶의 질과 내용이 달라지며, 지방자치는 주민에 의한 자치가 기본입니다. 따라서 자치역량의 배양과 생산적이고 성숙한 주민의식, 자율적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치의식이 지방자치의 궁극적 성패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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