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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내홍 확산…어른 싸움에 아이들만 생고생

완주 한 초등학교 학부모회 "피해교사 퇴출때까지 전교생 등교 거부" 피해교사 "학부모들 교장 감싸며 학교 명예훼손"

▲ 30일 오전 완주의 한 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 학생들은 보이지 않고 담임교사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안봉주 기자 bjanh@

30일 오전 10시, 최근 성추행 문제가 불거졌던 완주의 한 초등학교.

 

전교생이 48명에 불과한 이 작은 학교로 들어서는 순간, 아름드리 고목의 가지가 때마침 불어닥친 태풍 '볼라벤'과 '덴빈'의 영향으로 활처럼 휘거나 꺾여 있었다.

 

이 모습은 마치 현재 이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피해 여교사가 담임으로 있는 2학년 교실부터 찾았다. 하지만 학생이 한 명도 눈에 띄지 않는다. 개학일인 지난 23일부터 일주일간 7명의 학생 전원이 등교하지 않았다.

 

이는 이 여교사에게 불만을 가진 2학년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등교를 막고 있기 때문.

 

2학년 교실에는 담임인 이 여교사(53)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이 뛰어 놀았을 복도에도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사건의 발단을 놓고 당사자인 A교사와 학부모들의 주장이 팽팽하게 엇갈리면서 '등교거부'란 사태로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

 

이 학교 학부모회는 최근 같은 학교 교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A교사가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관련도 없는 학부모와 동료교사들을 흠잡아 사건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학부모는 "성추행 문제로 낯선사람들이 학교를 들락날락거리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불안해 하고 있어 등교를 시키지 않은 것"이라며 "성추행 문제와 별개인 내용을 가지고 학부모들을 험담하고 다닌 A교사는 교단에 설 자격이 없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학부모는 "평소 A교사는 학부모가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관해 의견을 전달하면 이를 묵살하기 일쑤였다"라며 "A교사가 학교를 떠날때까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반면 A교사는 "학부모들이 성추행 혐의로 징계 받은 교장을 감싸고 돌며 학교 명예를 훼손한 것에 책임지라며 협박하고 있다"라며 "시비를 가리기에 앞서 우선 아이들이 빠른 시일내에 학교로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성추행 사건은 29일 열린 도교육청 인사위원회가 가해자인 교장을 다른 학교로 전보하는 것으로 결정함으로써 매듭을 짓게 됐다.

 

하지만 학부모와 피해자인 여교사의 갈등으로 인해 파행은 계속되는 셈.

 

학부모회는 급기야 31일부터 A교사 퇴출이 관철될 때까지 전교생 전원 등교거부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져 사태는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완주교육지원청 교육장은 아이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임을 내비쳤지만, 조기 수습될지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문채룡 교육장은 "아이들의 배움터인 교실이 텅빈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사태가 원만히 수습될 수 있도록 학부모 개별 방문 등을 통한 설득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최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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