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천 K-water 전북지역본부장
지난달 말에는 제15호 태풍 '볼라벤'과 제14호 태풍 '덴빈'이 이틀 간격으로 서해안을 따라 북상하였고 어제는 제16호 태풍 '산바'가 내륙을 관통하면서 영남지방에 많은 피해를 입혔다.
북서 태평양에서는 연평균 27개 정도의 태풍이 발생하는데 이중 약 3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크고 작은 피해를 입힌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힌 태풍은 1959년 발생한 '사라'이다. '사라'로 인해 사망 및 실종자가 849명, 이재민이 37만3000여명에 이르렀다. 2003년에 상륙한 태풍 '매미'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및 실종자가 131명, 재산 피해액이 당시 금액으로 4조 2000억원에 달하였다.
이와 같이 강력한 태풍이 상륙할 때마다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인류는 피해 최소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태풍 이름에까지 담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에서 공식적으로 태풍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할 때, 위력이 크지 않기를 염원하는 차원에서 자신의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사용하였고, 이후 한동안 여성의 이름이 태풍 이름으로 계속 사용되었다. '사라'는 아브라함 아내의 이름이었다.
2000년부터는 아시아지역 14개국에서 10개씩 제출한 총 140개의 이름이 교대로 사용되고 있는데 각국은 좋은 뜻을 가지고 있는 동·식물 이름, 지명 또는 별자리 이름 등을 제출하였다. 우리나라는 '개미', '나리', '장미', '미리내',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나비'와 같은 이름을 제출하였다. '덴빈'은 일본에서 제출한 별자리 이름이고, '볼라벤'은 라오스 북부 해발 1300m 지점에 위치하여 기후가 서늘하고 강수량이 많아 커피 재배지로 유명한 지역명이며, '산바'도 마카오에서 제출한 지역명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좋은 의미의 태풍 이름도 큰 피해를 입히는 경우 매년 개최되는 태풍위원회 총회에서 퇴출이 결정된다. 북한에서 제출한 '매미'는 2003년 한반도에 막대한 피해를 일으켜 '무지개'로 바뀌었고, 말레이시아에서 제출한 '루사'는 2002년 한반도에 많은 피해를 입혀 '누리'로 대체됐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 발생은 이름 잘못이 아니다. 태풍은 적도 부근의 따뜻한 공기가 태평양상에서 수증기를 공급받아 강풍 및 폭우와 함께 고위도로 이동하면서 열에너지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자연현상 이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 현상이 태풍 피해를 키우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적도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 태풍의 에너지원인 열공급이 많아져서 태풍의 강도가 증가하게 되고, 태풍의 길목인 우리나라 주변 해안의 수온까지 높아지면서 강력해진 태풍의 세력이 약화되지 않은 채 북상하는 것이다.
태풍의 위력이 커져서 최대 풍속이 65m/s를 넘는 경우를 슈퍼태풍이라고 한다. 제주대 문일주 교수는 "대만 부근에 위치한 8월 평균 해수온도 28도 선(線)이 멀지 않은 장래에 한반도 부근까지 올라와서 대만에 상륙하는 슈퍼태풍이 한반도에도 상륙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볼라벤'이 오키나와를 지날 때는 순간최대 풍속이 70m/s를 기록하고 2009년 태풍 '모라꼿'은 대만 일부지역에 최대 3,000m m의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부으며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것을 보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다목적댐 건설, 하천정비 등 이·치수사업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한 결과 가뭄과 홍수피해 저감에 많은 효과를 거두고있다. 금번 태풍 '산바'의 강도와 경로가 2003년 '매미'와 유사하였지만 피해 규모는 많이 감소되었다. 그러나 금년 여름에 무더위가 극심해지고 우리나라 남해상의 수온이 일시적으로 28도까지 상승하면서 슈퍼태풍 상륙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연이은 태풍으로 발생한 피해의 신속한 복구와 함께 갈수록 심화되는 기상이변에 대한 대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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