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정대섭 교육부장 - 아이들 다양성 존중하면 폭력 줄고 교권도 신장…지방교육자치, 올바른 의제설정·실현방식 필요
이 시대에 교육의 현실을 논한다는 것은 '금기사항'에 속한다는 말이 있다.
백년대계라 불리는 교육의 중요성 만큼이나 온 국민이 '교육의 달인'(관심이 많다는 뜻)들이어서 백가쟁명의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한국 교육도 여론의 질타를 맞으며 수없이 변화해 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일만한 공감대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생인권, 교권, 사교육, 대입제도…. 논쟁만 있을 뿐 어느것 하나 만족할 정책이 없다. 전북교육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걱정되는 것은 농촌학교 교육문제이다. 지난주말 박일범 순창제일고 교장을 만나 교육계의 현실을 들여다 봤다. 박 교장은 교원단체 회장, 도교육위원을 거쳐 공모제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공모제 교장 3년째인데요, 나름의 교육 철학이나 교육방식은.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바르고 따뜻한 인재 육성'을 위해 '사랑과 희망이 넘치는 학생 중심 학교'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이는 학생을 중심에 놓고 학생들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가진 소질과 적성을 존중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단 한명의 학생이라도 즐거운 학교, 즉 다양성이 존중되는 교육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재직기간동안 변화된 모습, 그리고 성과는.
"학교가 밝아졌습니다. 자기 존중감과, 상대와 이웃에 대한 존중감이 높아져, 20명 안팎이던 학업중단 학생이 작년 2명으로 줄었습니다. 인성교육실천 전국 100대 학교에 선정됐고 대학 진학 성적도 놀랄만큼 좋아져 동창회와 지역사회에서 고맙다는 인사도 많이 받습니다."
-새롭게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에 바란다면.
"역대 정부는 학생 개개인을 국가의 인적자원 개념으로 파악해 왔습니다. 새정부는 취업→결혼→출산→육아→보육→교육→취업→노후, 이 모든 단계를 사회적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개개인의 행복을 중심에 놓고 국가의 역할 고민해야 하며, 그렇다면 학력 중심의 교육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합니다."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아이들은 학교에서 단 한명이라도 더 행복해져야 합니다. 옆의 친구와 경쟁하지 말고, 친구와 협력해서 함께'어제의 나'를 넘어야 합니다. 우리식 교육은 4 + 6 = ? 는 식입니다. 이를 ? + ? = 10 이냐고 발상의 전환을 하면 10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창의적 사고를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화의 욕구와 현상유지 욕구 속에 학생인권 조례와 교권침해 논란에 대해서는.
"전통적인 사제 관계에서 사회변화에 따른 인권의식 성장의 발로라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입니다. 학생 중심 학교로 바로세워 학생의견을 존중하며, 학생자치활동을 폭넓게 인정해 학생의 다양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나'를 내려 놓고 학생을 진심으로 위하는 교사의 사명감과 열정이 참 좋은 선생님, 즐거운 학교 생활을 만들고 참된 교권 신장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전북은 진보 교육감 3년째를 맞고 있는데, 평가를 한다면.
"아직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나름 얘기한다면 적어도 교육감은 청렴한 것 같습니다. 현장의 청렴의식도 많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가 더 확장됐으면 좋겠습니다. 현장 얘기를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들어주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올바른 교육을 위해 하고싶은 얘기가 있어도 기회가 없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전북교육의 시급한 현안문제를 꼽는다면.
"농촌교육 문제입니다. 새정부에서 교육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지만, 현재까지의 정부 정책발표대로 간다면 농촌교육과 농촌은 궤멸적 타격을 입게 됩니다. 또 학교폭력과 가정붕괴 등으로 인한 학업 중단 문제도 심각합니다."
-어떻게 풀어야 하고,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일단 건강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 양극화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의 다양한 적성·소질을 인정하고 계발해 다양한 진로를 모색해야 합니다. 획일화를 탈피해 '여러 줄'을 세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수월성의 개념 확장 및 교육기회 균등의 적극적 해석이 필요합니다. 우선 도시 인문계 학교는 힘들 것이므로 농촌지역 학교부터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양성과 전인교육 강조하면 학업 성취도가 떨어진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전인교육, 즉 인성교육과 학력은 서로 배타적이라는데 동의하는 교육자는 없을 것입니다. 바른 인성교육으로 자기 존중감 높아지면 이웃도 존중하게 되고 이게 모여 공동체 의식이 됩니다. 학교폭력 같은 불필요한 신경 안쓰고,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도와 주는데 학업 성취도가 오르지 않으면 이상한 것입니다. 공부하는 학생 더 잘하도록 끌어주고, 다른 학생은 다른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도록 하는 것이야 말로 학생을 존중하는 학생 중심 학교의 요체입니다."
-현 정부의 정책과는 조금 다른 방향인데요.
"맞습니다. 그래서 사회 대통합과 국민행복시대를 내 건 박근혜 정부에 기대해 봅니다. 안되면 또 싸워야 될 것이고."
-현 교육감이 교육과학기술부와 계속 부딪히는데 도민의 우려가 큽니다.
"양극화 정책은 물론 지방교육자치를 인정하지 않는 현 정부에 1차적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올바른 의제 설정과 이를 실현하는 방식도 재고돼야 합니다. 예를들어 법적으로만 하자가 없으면 끝인가요? 농촌교육, 학급당 학생수, 학생의 다양성 인정 등등의 본질적 문제를 가지고 합리적인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원인제공은 현 정부에서 했지만 더 슬기롭게 대처해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교육감에게 바란다가 됐군요.
"꼭 한가지만 덧붙인다면 '내가 추진코자 하는 정책을, 실현시킬 여건을 만들면서 추진했으면'합니다. 지지율이 60%, 70%... 이렇게 올라가면서 바람막이가 되어야 참모들이 일을 합니다.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건 지도자의 몫입니다."
-전북교육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자세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현재 공교육의 위기라 진단합니다. 시장논리에 의한 교육현장의 상업주의, 교육의 본질에 대한 왜곡, 학벌중심사회에서 신분상승에 대한 과도한 욕망, 교사들의 사명감과 열정의 저하 등등이 원인일 것입니다. 그래서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입니다. 교육(학교)을 신분상승의 사다리로 보지 말고, 아이들이 즐겁게 자신의 진로를 모색하는 곳으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사교육도 현저히 줄 것입니다.(사교육, 특히 선행학습은 독입니다. 스스로하는 예습은 보약이지만, 학원의 선행학습은 독약입니다)"
이강민기자 lgm19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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