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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전북 동화중 가보니

공부 보다 학생들 자존감 강조 / 생명 소중함·성취감 만끽

▲ 지난 2010년 정읍시 태인면에 문을 연 전북동화중학교. 마당 텃밭에서 학생들이 모종을 심고 있다.
학교 내 따돌림, 신체적 괴롭힘 등 소외의 문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입시경쟁과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학업뿐만 아니라 친구 사이 관계 설정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학교 부적응'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학교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실제로 도내에서 이런 이유로 학업을 중단한 학생 수는 2007년 403명에서 2010년 653명, 2011년 691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대안교육'이 절실한 시점으로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공립 대안학교가 문을 열었거나 개교를 앞두고 있다.

 

전북도 2010년 정읍시 태인면에 문을 연 공립대안학교인 전북 동화중학교에 이어 2015년 3월 개교를 목표로 공립대안고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일부 사립대안학교가 취지에 걸맞지 않은 학생 선발, 교육과정 등으로 '귀족학교'라는 오명을 쓰고 있기 때문.

 

이에 본보는 두 차례에 걸쳐 도내 공립대안학교의 현 주소,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짚어본다.

 

24일 오전 전북동화중학교.

 

탁 트인 논과 밭 사이에 드문드문 보이는 작은 건물들 사이로 학교 건물만이 높이 솟아 있다.

 

사복을 입은 학생들 사이로 몇몇은 색색이 물들인 머리를 하고 앞마당으로 나와 그림을 그리고 있거나 텃밭과 동물우리를 들여다 보고 있다.

 

울타리를 친 우리 안에는 사슴, 닭, 당나귀, 개가 보였다.

 

학생들이 특성화 교과로 동물기르기, 관악 오케스트라, 공예, 조리 등을 배우고 있다는 말이 실감났다.

 

국·영·수의 비중을 줄여 학업에 대한 부담은 줄이는 대신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교육과정을 편성, 학생들이 생명의 소중함과 끈기,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전학을 왔다는 오건 군(15)은 "이전 학교에서는 공부를 못한다고 때리고, 면박을 줘 적응하기 힘들었다"며 "지금은 다양하고 흥미로운 교육을 받고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동화중은 개교 초기부터 이를 기본 교육방향으로 정했다.

 

아이들의 잃어버린 자존감을 키워줘 스스로도 '문제아'로 인식하는 갇힌 틀을 깨고자 한 것이다.

 

또한 교사들은 최대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반응을 살펴 적정한 방향을 설정해준다.

 

학년당 2학급씩 전교생이 86명에 불과한 이 학교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부모, 소년소녀,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보호와 관심이 필요한 가정의 자녀이다.

 

그 어느 곳에서도 받아 주지 않는 학생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인 만큼 학생들은 관심과 배려에 목 말라 있다.

 

이날도 2학년 한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좋은 동화중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란 주제로 토론에 한창이었다. 이들은 '수업에 빠지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교내 흡연·음주 문제에 대처하는 법'등을 두고 어느 선까지 규제할 것인지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냈다.

 

각자가 동등한 자격을 가지고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의사를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김범주 동화중 교무부장은 "가장 가르치기 어렵고 힘든 아이들이 이곳에 온다"며 "아이들에게 꾸준한 관심을 갖고 지도하면 당당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

최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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