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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한 맛 선택하되 대중적 영화 껴안아"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이상용 프로그래머

▲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

4월은 잔인한 달이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을 목도하는 순간 전주의 봄은 전주국제영화제로 잊혀진 기억과 욕망을 깨운다. 그래서 그 봄을 준비하는 프로그래머들에게는 특히 잔인한 달이다.

 

3번의 만류 끝에 난생 처음 프로그래머를 맡게 된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는 "너무 쉽게 생각했다"고 후회하고 있었고, 그를 추천한 죄(?)로 합류하게 된 이상용 프로그래머도 밀려드는 일로 대재앙을 겪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역대 프로그래머 중 사이가 제일 좋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일치했고 일을 추진하는 방식에서도 충돌되는 지점은 없었다.

 

올해 초청작은 46개국 190편. 다소 부산국제영화제에 치여 기를 펴지 못한 한국영화는 김 프로그래머가,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비아시아 영화는 이 프로그래머가 주로 맡았다. 그러나 영화를 서로 엄밀하게 나누기 보다는 뒤섞여 생각한 것들이 많았고, 대화를 통해 조율해나간 편이다.

▲ 이상용 프로그래머

이들의 렌즈를 통과하고 난 초청작들에 관한 대강의 평가는 어떨까. 올해 초청작에 관해 논하려면 이전 영화제 평가에 대한 언급이 필연적일 것이다. 전주영화제는 줄곧 "다른 영화제에서는 감히 초청하기 힘든 영화들을 기꺼이 틀어주는 실험적인 장"이라는 평가와 "영화감독·평론가들마저 이해하기 어려운 취향의 장"이라는 평가가 공존하며 성장해왔다. 서로 건널 수 없는 강처럼 보였던 곳에 다리를 놓겠다고 작정한 두 프로그래머는 "전주영화제의 새로운 화법과 소재가 주는 아주 희소한 맛을 주는 영화는 선택하되 대중적인 영화들도 껴안기 위해 신경썼다"고 밝혔다. 김 프로그래머는 "지나치게 '아방가르드'(Avant-garde)한 영화들이 많아지면 영화제가 '게토(ghetto)화' 될 수 있다"고 경계했고, 이 프로그래머는 "이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일 수도 있으나 영화제가 축제이다 보니까 영화계에 파장을 일으킬 만한 이야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쪽으로 설득했다. '코리안 시네마 스케이프'에 이미 상영된 한국영화 '신세계' (감독 박훈정), '파파로티'(감독 윤종찬), '전설의 주먹'(감독 강우석) 등을 거는 방식.

 

그럼에도 김 프로그래머는 "영화의 형식은 늘 새로워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고, 이 프로그래머도 "과거와 비교해 현재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영화들을 중점적으로 봤다"고 했다. 저예산 상업영화 중 되도록 유명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배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언뜻 모순 같아 보이는 이 말은 전주영화제에서는 취향에 따라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 프로그래머는 왕성한 잡식성 독서력을 바탕으로 영화 속에 묻혀 사느라 제대로 접목시키지 못했던 문학과 영화의 만남이라는 역작 기획을 내놓기도 했다. 소설가 김영하와의 친분으로 세 편의 단편소설을 이상우·이진우·박진성과 박진석 감독이 엮은 '숏!숏!숏! 2013'를 기획했고 "역대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하면서도 지원금(1000만원)이 워낙 적어 빚져서 영화를 제작한 감독들에게 미안해했다.

 

올해 전주영화제의 경향이 모든 시네필의 박수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예산 축소, 시간 제약, 새로운 조직 등과 같은 장애물 사이에서 곡예를 벌인 전주영화제는 그러나 뒷걸음치지는 않을 것 같다. 프로그래머들의 성실성과 견고하게 단련된 예술적 체력이 전주영화제의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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