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대학 학보사 수난시대
"1면이 하얗게 비어 버린 춘추. 무슨 일인지 궁금하시다면 한 부를 들고 읽어주세요"
△수습기자'추가 모집'
올해 1학기 도내 대학신문사 기자 현황은 5명 내외로, 갈수록 수습기자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줄고 있다. 수습기자가 한명이라도 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길 정도이다. 전북대신문사도 5명으로 출발했던 수습기자가 현재 3명으로 줄었다.
더욱이 남아있는 3명도 언제까지 남아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결국 2013년도 1학기 수습기자 추가모집 공고를 낸 상태라고 전북대신문사는 전했다. 원광대 편집기자 길태민씨는 "아무래도 주간지이고 사람 수가 많지 않다보니 개인이 부담해야 될 일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강의마다 과제를 하나씩 해결하고 나면 코앞으로 다가온 시험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나가는 학생들도 적지않고, 최근에는 학생들의 내부활동 기피현상도 학보사 침체를 부추기고 있다. 전북대신문사 편집장 윤재량씨(3년)는 "학생기자를 하면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야하는데서 오는 부담감 등을 이유로 같이 출발했던 동기들이 하나둘씩 자진퇴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윤씨의 경우 처음 7명으로 시작한 동기가 이제는 2명에 불과하다. 저마다의 이유로 편집국의 문을 뒤로하다보니 남아있는 학생기자들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만 일을 끝낼 수 있게 되자, 편집국안의 분위기는 피곤함 그자체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학신문사를 없애자는 여론 또한 만만치 않다. 이미 이름만 대학언론사이며 학교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만 하고 있는 대학 언론사가 꽤 많다. 대학신문사의 위기, 대학언론이 위기라고 없애버린다면 그나마 대변했던 학생들의 이야기를 아예 차단해버리겠다는 학교의 불편부당한 방침으로 볼 수밖에 없다.
△"신문이 어디에 있나요?"
편집국으로 들어서자 저마다 맡은 기사의 취재로 분주하다. 여기저기 전화소리가 울려 퍼지고 한쪽에서는 취재원과 인터뷰 중에 있다. 그런데 한쪽에 앉은 기자의 표정이 어둡다. 인물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취재원이 취재를 원하지 않는단다.
학보사의 특성상 교내학생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소통해야만 하는데 학생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아무렇지 않게 카메라를 들고 나가 불특정 다수에게 다짜고짜 신분을 밝힌 뒤 취재에 성공하기라도 할 때면 사진촬영에서 거부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총학생회도 갑작스레 엠티를 떠난다며 횡설수설한 이야기만 늘어놓은 채 인터뷰를 기피하고 있다. 우여곡절끝에 다사다난한 일주일이 지나면 마음까지 벅찬 신문이 나온다. 하지만 열독자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전북대 강혜인씨(사회학 3)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겠지만 사실 시간을 투자해 신문을 읽고 있지는 않는다"며 "신문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학생들도 많다"고 말문을 연다.
대학신문도 최근 추세에 발맞춰 재밌는 신문 만들기에 투지를 다하지만 독자들의 입맛을 맞추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북대신문사는 뉴미디어시대에 편승해 전북대 앱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구독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문을 읽지 않는 학생들에겐 그마저도 불필요한 처사다.
스포츠로 치자면 비인기 종목에 해당된다. 그러나 비인기 종목에도 올림픽은 나가는 법이다. 신문의 올림픽은 소나기다. 갑작스런 소나기가 내릴 때면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학생들이 하나 둘씩 신문을 집어 든다. 곧 있으면 다가올 체육대회는 신문의 또 다른 성수기다. 없어서 못 읽는다. 신문을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간이방석용이다.
"그래도 괜찮아요. 읽건 읽지 않건 학생들을 위해 발행된 것이니 이용만 해준다면 다행"이라는 학생기자
의 말이 씁쓸하게 전해진다.
이민주 (전북대 신방과 4년)
"대학언론 위상 제고·권리찾기 민주적 체제 협동조합 역할 필요"
- 정상석 전북대 경영학과 3년
전북대신문 편집장을 역임한 정상석씨(23·경영학과 3년)는 "대학언론이 없다면 우리 사회 전반에 비민주적이며 전체주의적인 사고가 확산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대학언론은 사라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대학언론을 없애자는 여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학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회이면서 비판적인 시민의식을 갖춘 성숙한 시민을 배양하는 곳이다. 또 대학언론은 그에 걸맞은 비판의식을 함양하는 곳이며 공동체의 정보가 수렴하는 장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교육이다. 대학언론이 없는 대학은 닫힌사회이며 전체주의가 횡행하는 비민주적인 공간이다.
-전국 단위의 대학언론협동조합를 만들고자 계획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전북대신문에서 활동하면서 본부와 몇 차례 편집권 갈등을 겪었고, 당시 현실과 타협했다. 학생들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현장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독자들은 대학언론을 신뢰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후배들은 이런 불합리한 현실을 겪지 않았으면 한다. 다른 대학언론사와 자주 교류하면서, 이 문제는 단지 어느 한 곳의 문제가 아닌 거의 모든 대학언론사가 겪고 있는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 아예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장기적으로 대학언론의 위상을 높이고 권리를 되찾을 공동의 연대체를 만들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계획하고 있는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대학언론협동조합은 대학언론 공동의 연대모임이다. 과거에 전대기련이 있었지만 지나친 운동권 색채와 집행부의 비민주적인 태도로 인해 많은 단위들이 탈퇴했다.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민주적 체제인 협동조합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 20개 이상 대학언론사에서 가입의사를 밝혔다.
- 대학언론이 발전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예산과 대학언론인들의 진취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대학언론사에 책정되는 예산의 대부분은 인쇄비와 인건비가 전부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줄고 있다. 대학언론을 개선하는데 대학이 나서서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대신할 단체가 필요하다. 곧 대학언론협동조합이 그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민주 (전북대 신방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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