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남원 이예담군 각계온정 뒤로한 채 숨져 / 어머니 "투병중인 아이들 위해 부의금 전액 기부"
힘든 투병생활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이예담(14·남원 하늘중 1년) 군이 22일 오전 0시15분께 사망했다.
죽음의 문턱에 선 제자를 도와달라는 선생님의 편지, 그리고 이 편지에 대한 많은 답장은 예담이의 가슴에 그렇게 묻히고 말았다.
예담이는 급성 백혈병으로 골수이식 수술 후 숙주반응(다른 사람의 골수가 자신의 것이 아님을 자각하는 현상)에 따른 폐 기흉으로 숨쉬기 조차 힘들어 산소호흡기로 생활했다. 마우스를 움직일 수 있는 힘 조차 없는데도 사이버학교 수업을 한번도 거르지 않았고, 같은 반 친구들이 방문하면 밝은 모습으로 반갑게 맞았다.
하지만 예담이의 오랜 투병생활에 가족은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고, 남원 사매초등학교 정승민(29) 교사는 6학년 때 제자인 예담이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우리는 이 편지에 '희망'이라는 메시지로 답했다.
본보가 두차례(4월 24일자, 5월16일자 12면 보도)에 걸쳐 예담이의 딱한 사정을 소개한 뒤, 각계각층의 정성이 이어졌다.
남원국립민속국악원에 근무중인 송세운(37) 씨는 아들 돌잔치의 축하금 전액(362만원)에 38만원을 더 보태 400만원을 예담이에게 보냈다. 자식을 가진 부모의 심정이라는 송 씨는 "예담이가 건강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예담이 아버지가 근무중인 35사단은 1400만원을 모았고, 전북가설 윤영권 대표는 "요즘 세상에도 스승과 제자 간에 끈끈한 정이 있구나"라며 50만원을 보내왔다.
전주에 거주하는 한 할머니는 예담이를 돕고 싶다며 100만원을 보내왔다. 이 할머니는 가족 몰래 비상금을 모아 병원비를 보태는 것이라는 답변 뿐,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정승민 교사는 "도움을 주신 분들의 형편도 넉넉하지 않을텐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예담이가 마지막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고통없이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예담 군의 어머니는 "예담이의 마지막 바람은 아프리카 아동을 후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예담이의 이름으로 후원계좌를 만들었다. 장례식 때 부의금 전액을 예담이처럼 투병중인 아이를 돕는데 기부하겠다"고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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