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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씨 개인전 'not dead' 전주 우진문화공간 14일까지

설치미술로 꼬집은 '진실의 이면'

▲ 홍남기 作.

플라톤은 '동굴의 우화'를 통해 인간의 불완전한 이성에 대해 설명했다. 벽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어버린 채 정작 그림자의 '실체(진실)'는 바라보지 못한다는 것.

 

설치미술가 홍남기(38)가 오는 14일까지 전주 우진문화공간에서 'not dead'展을 열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모두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었던 과거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특정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사건의 허구성과 이런 사건이 진실이라고 강요했던 폭력적인 상황을 꼬집는다. 그러면서 폭력적으로 만들어진 '진실'은 현재에도 계속 생산되고 있고, 진실을 바라보려는 시도는 여전히 압력을 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를 위해 그는 과거 영화 속 이미지와 경제 성장의 아이콘인 콘크리트 등을 차용한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재료들은 전시장에서 설치와 영상, 음향 등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1980년대 텔레비전에서는 '똘이장군'이라는 만화영화와 함께 불규칙하고 음산한 음향이 흘러나온다. 똘이장군은 당시 주말마다 방영됐던 대표적인 반공영화. 그는 만화 속에 등장하는 괴기한 모습의 귀신들만 편집해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반공이 화두였던 당시 온 국민이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아 국가가 강요하는 이념을 감상해야했던 어두운 기억을 꺼내 놓는다.

 

조각과 영상 설치 작품에서는 폭력적인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는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을 포착한다. 콘크리트로 제작된 동자승은 영상 속에서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다. 하지만 동자승의 미소마저도 경제개발 논리가 만들어낸 희망의 메시지일 뿐 이를 바라보는 한 남성은 끊임없이 절규하며 땅을 내리치고 있다. 함께 전시된 깨진 동자승 조각의 파편은 콘크리트로 이룬 경제개발 논리가 허망하다는 것을 말한다.

그는 "경제개발 논리나 반공, 전쟁 등이 보는 시각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일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신의 논리를 관철시키기 위해 인간의 잔인한 폭력성이 뒤따른다. 'not dead'는 이런 상황들이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암시적인 메시지다"고 말했다.

 

원광대 서양화과와 경희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4번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금호 영아티스트, 우진문화재단 청년작가 등에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고 현재는 경기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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