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시문
〈자료 1〉 사회적 상황과 개인의 행복
'표 1'은 네덜란드 에라스뮈스 대학의 루트 빈호벤 교수가 1979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인의 행복 점수를 조사한 자료이다. 1981년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행복 점수는 다른 해와 비교할 때 비정상적일 정도로 낮았다. 당시는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한 시기였는데, 이것이 개인이 느끼는 행복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후 평균 행복 점수는 꾸준히 상승하여 1996년에 최고점을 기록했으나 그 이후로는 다시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럴 만한 까닭이 있을까? 비슷한 시기의 경제적 지표를 나타낸 '표 2'를 보면서 이유를 찾아보자.
'표 2'에서 1인당 국민 총소득은 1981년에서 1996년 사이 크게 증가하였다. '표 1'에서 동일한 시기의 행복 점수 변화폭을 살펴보면, 1981년부터 꾸준히 상승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1996년까지 상승세를 보이던 1인당 국민 총소득이 1998년에는 급감하였다. 1997년 말 발생한 '아이엠에프(IMF) 구제 금융 사태'로 국가 경제가 크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민 대다수의 경제적 형편도 함께 어려워졌고, 그에 따라 행복 점수도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가의 경제적 상황 또한 개인의 행복도에 일정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 '표 2'에서 2003년도의 국민 총소득이 아이엠에프 구제 금융 사태 직전인 1996년 수준을 회복하였음에도 행복 점수는 여전히 1996년보다 낮았으며, 이후에 국민 총소득이 계속해서 큰 폭으로 증가하는데도 국민의 평균 행복 점수는 소득 증가에 비례하여 상승하지 않고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 소득 증가가 국민의 평균 행복 점수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일찍이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이 제기한 '행복의 역설'로 설명할 수 있다. 미시간 대학 로널드 잉글하트 교수도 1인당 국민 소득이 1만 달러 내지 1만 5천 달러를 넘어서면 어느 나라 국민이든 행복 지수가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즉 국가 차원의 경제적 풍요가 사회 구성원의 행복을 무한정 증진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 〈 국어 교과서〉, 창비
〈자료 2〉
참새가 대붕을 보고 비웃으며 말했다. "저것이 또 어디로 가려는 게야? 나는 젖 먹던 힘까지 다 내어 펄쩍 뛰어 올라도 불과 몇 길 오르지 못해, 쑥대 사이를 낮게 날아다니는 정도라도 대단히 잘 나는 편인데 말이야. 그런데 저 녀석은 도대체 어디로 날아가는 거야?"
장자가 볼 때 작은 참새는 물론이고 대붕 또한 진정한 자유의 경계에 이르지 않았다. 아직까지 그들에게는 의존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참새는 숲속의 협소한 공간에 갇혀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자유라고 말할 것도 없다. 이에 비해 대붕은 거대한 하늘을 배경으로 삼아 높이 날아오르니 비교적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붕이 그처럼 높이 날기 위해서는 거대한 바람의 힘이 필요하다. 따라서 둘 다 모두 더 높은 경지의 초월을 통해 의존하는 것이 없는 경계에 도달해야만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물론 장자는 둘 가운데 대붕을 더 높이 친다. 그래서 참새에 대한 표현은 풍자와 해학의 어조를 띈다. 대붕은 높이 올라 넓은 시야를 확보하므로 광활한 대지를 굽어 살필 수가 있다. 기세가 웅장하고 영웅의 기개를 지니고 있으니, 너 나 할 것 없이 존경심을 지닐 만하다. 대붕 앞에서 참새는 어릿광대처럼 가소롭기만 하다. 기껏 날아오른다는 것이 몇 길 되지도 안는데, 그나마 그 정도도 높이 날았다고 자만하고 있다. 이런 하찮은 참새가 어찌 위대한 대붕을 비웃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이 역시 상대적이고 비교적인 시각에서 얻은 결론이다. 만약 궁극적인 시각, 다시 말해 장자가 말한 도의 각도에서 본다면 대붕과 참새 사이에는 실질적인 구별이 없다. 대붕이 오히려 딱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도가 무한하고 무시무종(無始無終)하다면, 대붕이 제 아무리 높고 멀리, 그리고 오랜 시간을 날아간다고 할지라도 끝내 무한에 다가설 수 없다. 무한은 근본적으로 접근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략〉
이와 대조적으로 참새는 오히려 행복하다. 그 행복은 무지에서 비롯한다. 참새는 자신이 노니는 숲 밖에 다른 공간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 그래서 자신보다 더욱 거대하고 광활한 무한의 우주가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는 그저 작고 좁은 공간에서 이리저리 날고 있을 뿐이다. 참새는 이렇듯 스스로 작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자족하며 즐거워할 수 있다.
- 〈장자〉, 완샤 풀어씀, 심규호 옮김
※ 행복의 역설 : 1974년 이스털린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일본과 미국, 유럽 국가들의 실질 소득 증가와 행복도를 비교하였다. 그는 실질 소득이 2-3배 오르는 데 비해 행복 그래프는 약간 오르는 데 그친 것을 발견했고, 소득이 일정 수준에 이르고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지면 더 이상의 소득 증가가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1. 논술 논제
〈자료 1〉에서 말하는 정치, 경제와 국민 행복지수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고 문제점을 지적한 뒤, 〈자료 2〉를 근거로 하여 이를 해결할 수 있는지 논술하시오.
2. 면접 논제
-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매우 낮다. 그 원인을 정치적인 측면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설명하시오.
- 주변의 상황과 무관하게 자기만족만으로 행복할 수 있는지 없는지 말해보시오.
- 개인의 행복과 국가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측면이 어떤 연관이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시오.
■ 논제의 포인트 및 평가기준
■ 쟁점 확대하기
1. 사회적 상황과 개인의 행복
개인의 행복과 국가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은 상당히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독재와 광주 민중항쟁 같은 사회적 정치적 혼란은 국민들이 안정적으로 삶을 살 수 없는 상황을 가져온다. 이것은 당연히 현재와 미래의 삶에 대한 불안한 심리로 이어지고 국민들의 행복감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아이엠에프(IMF) 구제 금융 사태'와 같은 경제적 어려움은 일정한 소득을 가져오는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먹고 살아야 하는 기본적인 생계마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행복감은 떨어진다. 그런데 문제는 정치적 경제적 상황이 안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에 도달한 행복지수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는 데 있다. 모든 지수란 무한대로 상승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행복지수가 낮은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2. 누가 더 행복한가?
대붕과 참새 중에서 누가 더 행복할 것인가? 경제적으로 잘 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 사회적 위치가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중에서 누가 더 행복할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일반적으로는 대붕이 참새보다 행복할 것이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 글에서는 대붕보다 참새가 더 행복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 원인은 스스로 작다는 것을 모르고 자족하며 즐겁게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행복한 삶에는 이처럼 사회적 지위나 물질적 충족보다도 자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쟁점 기출문제
1. 논술 :
1. 면접 :
■ 쟁점 관련 도서·영화
1. 관련 도서
〈장자〉 완샤 풀어씀, 심규호 옮김
2. 관련 영화
〈행복을 찾아서〉
3. 관련 영상
〈EBS 다큐 프라임〉
■ 학생 글과 교사 총평
1. 학생 논술문 이리고등학교 3학년 강예일
〈자료1〉을 보면 개인의 행복과 사회적 상황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짐을 알 수 있다. 특히 다양한 정치적, 경제적 상황은 행복 점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광주 민주 항쟁 일어났던 시기의 국민의 행복도가 다른 시기에 비해 낮았다는 점은 정치적 안정이 개인의 행복에 필수적 요건이라는 사실을 예증해준다. 또한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를 요청했던 1997년 이후 행복점수가 하락한 것을 보면 경제적인 여건도 개인의 행복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함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치와 경제만을 가지고 행복지수를 설명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어느 정도의 정치적 안정은 확보되어야 하겠지만 경제적인 능력과 행복의 관계는 반비례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며 날로 점점 늘어나는 용돈에 비유하여 설명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나이가 들고 성장하면서 더 많은 용돈을 받게 된다. 하지만 용돈의 액수와 더불어 개인적 욕망이 더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행복지수는 증가하지 않는다. 또 다른 예로 '부탄'이라는 나라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부탄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0불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국민의 행복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 지도부가 이끌어 가기 때문에 행복지수는 세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는 무한정 경제적인 성장만을 추구하고, 진정한 행복에는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다.
〈자료2〉의 참새와 대붕이야기를 통해 행복을 증진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야기 속 대붕은 큰 몸을 지니고 있고, 높이 날 수 있으며 멀리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행복의 조건을 모두 갖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비행을 위해서 바람에 의존해야 하고, 아무리 높게 멀리 날아도 무한에 다가설 수 없기 때문에 행복하지 못하다. 오히려 참새는 몸집도 작고 협소한 공간속에서만 날아다닐 수 있지만 행복하다. 참새는 자신의 약한 모습에도 만족할 줄 알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현실에 적용해 볼 때 우리는 행복 증진을 위해서 자족의 자세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경제적으로 성장할지라도 스스로 만족할 수 없다면 결코 행복해 질 수 없다. 우리의 물질 만능주의, 외모 지상주의. 무한 경쟁주의 등을 잠시 내려놓고 참새처럼 현재 주어진 상태에 만족 할 수 있다면 비로소 우리는 현실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2. 교사 총평
독해력
주어진 자료는 비교적 핵심을 파악하기가 쉬운 글이다. 하지만 글이 쉽다 해서 논제에서 요구하는 사항과 연관시켜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첫 번째 제시문에서는 정치 경제와 행복감의 상관관계를 말하고 두 번째 제시문에서는 현실에 대한 만족감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 학생은 논제에서 요구하는 사항과 연관시켜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진술하고 있다.
논리력
논술의 핵심은 논리적 진술이라 할 수 있다. 논제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객관적 사실적 논거나 주관적 소견 논거를 통하여 읽는 사람이 수긍할 수 있도록 진술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동원하여 진술함으로써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개인의 행복지수가 높아지지 않는 이유를 '용돈'이라는 근거를 바탕으로 하여 '개인적 욕망의 증가' 때문이라고 제시하고, 참새의 만족할 줄 아는 모습을 이야기함으로써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오랜만에 잘 쓴 논술문을 대하였다.
표현력
논술에서도 논리적이 참신한 비유를 통하여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한다면 창의력 점수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 이 글에서는 초중고로 가면서 누구나 느끼고 인정하는 '용돈'에 대한 만족감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참신한 비유가 있다. 반면에 어휘 사용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다. 두 번째 단락 '경제적인 능력과 행복의 관계는 반비례'는 '반비례'라는 말로 단정해서는 안 되고 '비례하지 않는'이라 해야 적절한 표현이다. 담당교사 김송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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