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저녁 풀벌레소리 중 유독 귀뚜라미 소리가 우렁차다. 가로등 불빛 아래 낮인지 밤인지 분간도 못하고 울어대는 매미소리와는 다른 소박함이 묻어난다. 고대 중국인들은 귀뚜라미를 날이 추워지니 빨리 베를 짜라고 재촉하듯 우는 벌레란 뜻의 '촉직(促織)'이라했지만 우리선조들은 '귀돌귀돌'하는 울음소리에 작고 귀여움을 나타내는 접미사 '-아미'를 붙여 오늘날 '귀뚜라미'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또한 선조들은 귀뚜라미를 영리한 곤충이라고 여겼다. '칠월 귀뚜라미가 가을 알듯 한다.'라는 속담처럼 아직 더운 감이 남아있는 음력 7월에 귀뚜라미만큼은 어김없이 나타나 가을의 전령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자연을 결코 역행하지 않는 작은 곤충을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깊은 가을밤이다.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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