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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노후 부부관계] 가정 일 나누고 평등한 의사결정, 대화도 중요

지난해 도내 황혼 이혼 비율 23.8% / 인격존중·건전한 성생활·교육 필요

▲ 양지노인복지관 노인성상담소 '노인부부관계형성프로그램'에 참여한 부부들이 서로 눈을 맞추고 바라보면서 스킨십, 의사소통 등의 관계형성과 성역할에 대한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양지노인복지관

건강한 부부관계는 가족의 화목과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다. 특히 노년 세대는 부부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따라 성공적인 노후가 결정된다.

 

실제 지난 2010년 기준 전국의 부부 가구에서 노인부부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38.9%다. 전북의 경우 노인가구 중 부부가구 구성비는 53.3%로 타 시도보다 높은 편에 속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부부가구는 연평균 7만5000 가구가 늘어 2035년엔 57.8%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통계청이 발표한 '2013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부모부양과 관련해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응답은 35.6%, 가족과 정부, 사회가 함께 부양해야 한다는 응답은 50%,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은 10.9%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연구원의 2011년 '저출산고령화사회의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71.8%가 늙은 남편 돌보는 일이 부담스럽다고 대답해서 남성 노인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통계청 조사결과 지난 한 해 동안 도내 이혼 건수는 3856쌍. 그 중 황혼이혼이 919쌍(23.8%)으로 노인부부관계에 빨간 불이 켜졌다.

 

100세 사회에서의 노년기 가정생활은 부부 중심의 생활로 바뀐다. 이에 대한 준비를 개인은 물론 국가도 해야 한다. 노인 부부관계의 문제는 교육, 경제,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노년 부부의 이혼과 관계갈등이 가정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부담이 되고 국가의 지속 성장을 가로막게 되는 이유다.

 

△부부관계 사례와 관련 실태

 

"아유, 지긋지긋해요. 꼴도 보기 싫어요. 지금까지 살아온 일 생각하면…."

 

전주 금암동에 사는 김모씨(68)는 결혼 42년 차 가정주부다. 전직 공무원인 남편(72)과의 사이에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두었다. 그동안 남편으로부터 아내대접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서 요즘도 젊어서 하던 버릇을 그만두지 못하고 바람이나 피우고 걸핏하면 손찌검과 폭언을 한다고 한다. 친구들이 "나와버리라고 거들지만 지금까지 참고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하고 말문을 닫는다.

 

"부부는 일심동체잖아요? 아내의 아픔이 바로 나의 아픔이죠. 집안 어른인 내가 조건 없이 아내를 돌보면 아내는 물론 온 집안이 화평하지 않겠어요?"

 

소숙자씨(70·전주 서신동)는 40대 초반에 암 진단을 받고 세 남매에게 유언을 남기며 죽을 결심까지 했다. 수술하는데 너무 큰 돈이 들기 때문에 남은 가족을 생각해서였다. 남편 정성하씨(73)는 부인이 가족사랑에 목숨까지 버리려는 데 감동을 받고 수술을 설득해서 건강을 되찾게 했다. 2004년 아내가 또 뇌졸중으로 쓰러져 식물인간이 되었다. 정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병수발을 하여 간신히 의식만은 회복됐다. 지금도 정씨는 집안 일, 간병, 운동 등 아내 병수발에 온 정성을 쏟고 있다.

 

△새로운 노부부상 정립 방향

 

노인 부부관계를 건강하게 형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앞으로 장수는 보편적인 사회현상이므로 길어지는 '빈 둥지'기간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한 100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노부부상이 정립돼야 한다. 부부가 함께 산다고 해서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니다. 건강하고 금슬 좋게 오래 사는 노부부가 돼야 한다. 노후 부부관계를 상담하는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조언으로 새로운 노부부상을 정립할 것을 권한다.

 

먼저 가사분담의 성평등이 이뤄져야 한다. 식사와 요리 준비, 설거지, 세탁, 시장보기, 집안 청소 등 다양한 가정생활에서 일어나는 집안일에 대한 역할분담을 하는 것이다.

 

둘째, 가정 의사결정에서 성평등이 이뤄져야 한다. 가족내 생활비 지출, 주거지 선정 및 이사, 재산 증식 등 의·식·주생활에서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셋째, 부부간의 대화가 일상화 돼야 한다. 대화를 통한 소통이 갈등 해소의 첫번 째 조건이다. 부부행복연구원 최강현 원장은 노부부의 대화를 강조하면서 "침묵은 금이 아니라 금이 가게 한다"고 강조했다.

 

넷째, 부부간의 건전한 성(性)생활이 실천돼야 한다. 최 원장은 "건강한 성생활이야말로 최고의 불로초"라면서 정부 및 자치단체에 노년의 성을 위한 복지향상을 촉구했다.

 

다섯째, 부부간의 인격을 상호존중해야 한다. 전통적인 가부장적 문화에 젖어 자칫 아내의 인격을 무시하거나 묵살하는 것은 금물이다. 상호인격 존중은 민주사회의 기본 덕목이다.

 

여섯째, 정부와 모든 기관, 단체에서 가정친화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노년기 가족생활 지원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건강한 부부관계형성 교육도 중요하다. 노부부의 관계 향상은 개인과 사회가 함께 맞들어야 할 행복의 그릇이다.

 

● 양지노인복지관 성상담소 배영희 과장 "취미·여가활동 함께하고 적극적으로 사랑 표현을"

"우리 성상담소에서는 2008년 문을 연 이래 해마다 2회 이상 노인 부부관계 향상 집단 프로그램을 8-10회기 행사로 운영해 왔어요. 올해가 8회기 째인데요.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는 부부들이 미래에 더욱 좋은 부부관계와 가족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참여한 거예요."

 

양지노인복지관부설 노인성상담소 배영희 과장은 현재 진행중인 노인 부부관계 향상 프로그램부터 운을 뗐다. 지난달 25일 오후 양지노인복지관 상담실에서였다.

 

지난 9월부터 매주 월, 금요일에 실시하고 있는 노인 부부관계 향상 프로그램은 요가, 라인댄스 등 여가활동, 심리&미술 상담, 영화관과 전시회 관람 등 나들이와 부부 문화체험 등을 내용으로 많은 시간을 부부가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짜여졌다. 올해는 그동안 이 프로그램을 체험한 부부들이 함께 참여했는데 좋은 부부관계가 씨앗이 돼서 사회적 인간관계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게 배 과장의 설명이다.

 

배 과장은 "실무를 맡고 있는 성혜진 상담사는 10쌍의 부부가 참여해서 6회기까지 진행했는데, 표정도 밝아지고 '사랑해' '뽀뽀하기' 등 언행에 변화와 자신감이 묻어난다"고 귀띔했다.

 

가족관계 문화가 변화됨에 따라 우리나라 가족형태는 자녀중심에서 부부중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또 수명이 늘어나 노인 부부만의 가정생활 기간이 길어지는데 대한 역기능으로 노년기 전부터 잠재된 부부갈등과 불만이 표출되면서 노인 부부관계에 금이 가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배 과장은 "어떤 노인여성분이 찾아와 '내가 밥주인이야? 평생을 이렇게 살려고 결혼한 게 아녀!'라며 울먹일 때 같은 여성으로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의 말대로 귀한 대접받으려는 것도 아니고, 모든 일에 이해와 배려를 해주고 가사를 분담해주면 아내는 사랑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5월 복지관에서 마련한 전통혼례 체험장에서 가진 서종화(86)·김순이(81) 부부의 회혼식에서 '우리의 행복은 서로의 잘못도 보듬어주었기 때문'이라는 두 분의 소감이 인상적이라고 덧붙였다.

 

배 과장은 "노인 부부관계 향상의 핵심적인 요소는 의사소통과 올바른 성의식"이라면서 노인들의 성생활을 주책으로 보거나 금기시하는 문화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사소통을 위한 부부간 대화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끄는 열쇠라는 것.

 

무엇보다 노인의 성파트너는 남성의 85%, 여성의 91%가 배우자인 점을 고려하면 일상적인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때 노인들의 성문제가 노출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응어리가 풀리고 남편으로부터 배려받고 있다는 감정이 정신적으로 반영돼야 성생활도 좋아질 수 있다"며 "대화, 스킨십, 애정표현, 선물 등 부부 서로 간에 사랑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배 과장은 "'노인의 성' 강좌와 상담으로 노인들의 성역할에 대한 인식을 바꿔 건강한 노인 성문화를 정립하겠다"며 "부부활동이 중심이 된 황혼의 신혼 부부학교 등 노인 부부관계 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신정모(전북실버뉴스레터 편집장)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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