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청년 문화기획자의 오늘을 말하다 ① 힘겨운 현실

공공지원 받으려 속앓이…1~2월은 보릿고개 / 창의력보다 회계 잘해야 능력자로 인정받아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는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문화융성의 시대를 열다-문화가 있는 삶'을 실현하기 위한 8대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문화가 있는 삶을 위해서는 생활 속에서 문화자원을 발굴·조직하는 창의 인재가 필요충분조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문화를 매개로 일선에서 개념을 잡고 계획을 세우고 실현하는 문화기획자의 현실은 문화적이지 않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이에 3차례에 걸쳐 도내 청년 문화기획자들의 한계와 어려움을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시장에 젊은층이 모여들어 대안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소개돼 명소가 된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레알뉴타운 청년몰은 지난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사업 '문전성시(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 사업)'의 시범사업으로 5개 점포로 시작해 현재 20여개 점포가 있다. 이를 총괄하는 청년몰 매니저인 이승미 사회적기업 이음 청년사업팀장(28)은 연말이면 근심이 앞선다. 남부시장이 이렇게 되기까지 이 팀장을 비롯한 문화기획자들은 아이디어를 내고 사람을 모으고 서류작업을 하고 현실화시켰지만 보릿고개를 생각하면 지원사업에 대한 고민은 깊다.

 

이 팀장은 "3년째 기금 지원사업을 하는데 지속적이지 않아 사업비가 집행되지 않는 1~2월은 일부 직원의 경우 자발적 휴가로 대체하기도 한다"면서 "컨설팅 비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적어 일정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지원사업에 응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식을 공유하는 'TEDx 전주'의 디렉터이자 대학생 교육기부단 호남지부장인 이거성 씨(23)도 마찬가지다. 이 씨는 "정부 부처의 지원금으로 사업을 하다보면 연말이 불안하다"면서 "내년에는 정부의 관련 예산이 얼마나 감소하는지 살피며 언제까지 이런 상황에서 살아가야 되나 싶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대학생의 재능기부로 각종 교육콘텐츠를 만들어 공개하는데 대학생들도 좀더 많은 이익을 얻는 곳으로 몰려 기부단을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문화기획자들은 연말이 되면 같은 고민을 한다. 바로 보릿고개. 각종 국비, 지방비, 공공기금 등의 지원사업이 연말을 기해 끝나고 사업이 휴지기인 1~2월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관 주도 지원사업의 한계와 딜레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고 사업의 수익성을 찾는 일은 더욱 요원해진다.

 

한국공연문화예술연구소 임정민 사무국장(31)은 "지역에서 문화기획 분야의 인력은 찾아보기 힘든데다 오래 할 수 없어 직업으로서 문화기획자가 설 곳이 적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현재 문화기획자가 기획뿐 아니라 수익구조를 내야하는 현실에서 각종 지원사업이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획자의 필요성에 비해 이들에 대한 비용 지급에는 인색하면서 지원금만을 위한 사업이 발생한다는 것.

 

완주군 비비정마을 운영실장 장인석 씨(28)도 "마을만들기 사업의 경우도 그동안 시설에 70%를 투자했다면 점점 시설사업은 줄고 소프트웨어 사업의 비중 커져 기획자들이 해야할 영역이 늘고 있다"고 기획자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도 "창의력보다는 회계를 얼마나 잘 돌려서 쓰느냐가 현재 기획자의 능력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화기획 브로커의 경우 일부 수수료만 주면 100쪽이 넘는 계획서가 며칠만에 나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미 팀장은 "청년몰 사업도 아직 누군가의 인건비를 만들 수 있는 수익구조와 생태계가 아직 되지 않았다"면서 "어떤 사업을 따 오든 기획자는 있어야 하지만 창의적인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는 사람에 대한 비용은 책정하지 않아 암묵적으로 알아서 쓰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제기했다.

 

그는 이어 "기획자에게 임금을 제공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 필요하다"며 "문화기획자가 스스로 가치를 높여 제값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세명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국회 초당적 협력 요청... “단결과 연대에 나라 운명 달려”

국회·정당인공태양(핵융합)이 뭐길래..." 에너지 패권의 핵심”

국회·정당“제2중앙경찰학교 부지 남원으로”

정치일반전북도청은 국·과장부터 AI로 일한다…‘생성형 행정혁신’ 첫 발

정치일반전북 ‘차세대 동물의약품 특구’ 후보 선정…동물헬스케어 산업 가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