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수업·선행학습 금지 면학분위기 해쳐
학교 자율권 확대 등 도교육청 쇄신책 절실
김승환 교육감이 지난해 수능 성적을 놓고 ‘도 권역 1위, 전국 최상위권’이라고 언급했을 때 전북교육계에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많았다. “수월성 교육을 비판해오던 김승환 교육감이 언제부터 학력 신장에 관심을 가졌었느냐”는 냉담한 반응부터 ‘상산고 착시’를 지적하며 일반고의 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반응까지 이들은 전북지역 학생들의 학력 신장에 대해 대체로 회의적이었다.
그렇다면 전북지역 자사고·특목고를 비롯해 수능 1·2등급 비율이 높은 상위 10개 일반고 진학부장들은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진학부장들은 한결같이 “자사고·특목고와 일반고의 성적이 양극화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일반고 성적의 하향 평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먼저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추진한 고교 다양화 정책으로 인해 자율형 사립고·공립고 등에 우수 학생이 몰리면서 일반고의 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A교사는 “전주지역 학급당 인원이 늘어나 과거 연합고사에서 탈락됐던 학생들이 인문계 고교로 진학하면서 학력 저하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했고, B교사는 “자사고와 특목고를 제외하되 익산남성고·군산중앙고와 같은 후발주자를 포함하더라도 명문 사립고는 적은 편”이라고도 했다. 이들은 또 “전북과 도시 규모가 비슷하고 자사고·특목고 등이 비슷하게 존재하는 전남·경북과 지난해 서울대 입학생 비율을 살펴보더라도 전북은 상산고 의존도가 2배 이상 컸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입시와 동떨어진 방식을 강요하면서 각 학교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는 전북교육청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회의감을 드러냈다. 특히 학생들의 인권 강조로 인한 생활지도의 어려움, 수준별 이동수업·선행학습의 금지, 모의고사 제한 등이 면학 분위기를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C교사는 “실제로 중학교부터 학생들의 생활지도가 안 되는 상태”라면서 “수도권 등은 공교육의 붕괴를 학원이 대신하는 반면 전북은 이마저도 잘 안되고 있어 교사와 학생이 서로 느슨해져 있다”고 꼬집었다. D교사도 “결국 성적은 누가 얼마나 더 엉덩이를 오래 붙이고 앉아 있느냐로 귀결되는데, 학생·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할까봐 눈치보는 상황에서 어떤 교사들이 희생을 감수하겠느냐”면서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안 떠들고 잠만 자줘도 차라리 고맙다”고 털어놨다.
사교육비 과다 지출의 주범인 선행학습 금지의 경우 필요성은 제기되더라도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반론도 나왔다. E교사는 “진학지도를 해보면 대개 고 1·2까지 선행학습을 통해 관련 진도를 소화한 뒤 고3 때 문제풀이식 복습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하지만 교육청의 지침대로 하자면 11월 수능까지 진도가 다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전북교육청의 엇박자 행정을 비판했다.
수준별 이동수업의 성과는 각기 다를 수 있으나 전북교육청이 각 학교의 분위기에 맞게 자율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F교사는 “수준별 이동수업을 하더라도 성적이 좋은 반의 성적이 늘 월등히 나아지진 않는다”면서도 “저학년 반의 경우 학부모·학생의 요구 등으로 인해 필요한 경우 시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일선 교사들은 김승환 교육감 체제 이후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어 전북교육청의 쇄신책이 요구되고 있다. 교육감 선거와 무관하게 전북지역 학생들의 성적이 하향 평준화되지 않도록 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등의 처방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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