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예과 정원 늘어 재수생 증가 전망 / 성적향상 효과 기대보다 낮을수도
전국의 대학들이 신입생 모집을 마무리했다. 이와 맞물려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한 재수생들이 앞다퉈 입시학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달부터 개강한 학원들은 벌써부터 재수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더욱이 올해 수능부터 전북대를 비롯한 상당수 대학들이 의대 신입생을 선발하면서 전국 의예과 모집정원이 1000명 이상 늘어남에 따라 일찌감치 재수를 결심하는 학생들이 더욱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본보는 전북지역 재수생들의 실태를 살펴보고 재수시장의 거품은 없는지 등을 살펴본다.
지모씨(20)는 반수 끝에 이른바 서울 상위권 A대학의 미디어학부 수석을 차지했다. 지난해 역시 상위권인 B대학 사회과학부에 입학했던 지씨는 지난해 7월 서울의 기숙학원에 들어가는 모험을 감행했다. 지씨는 하루 14시간씩 학원에서 공부하며 ‘고4’처럼 생활했다. 4개월 간 투자된 비용은 1000만원 안팎. 다큐멘터리 PD가 꿈인 그는 “꿈이 보장되는 대학에 들어가게 된다면 돈·시간을 투자하는 게 절대 아깝지 않다”면서 “친구들 중에 수도권 대학에 합격하고도 의예과나 취업이 잘되는 학과에 가려고 반수 혹은 재수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전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발표한 2013 한국교육종단연구(대입 재수생 특성과 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 중 재수생 비율은 2005학년도 이후 2010학년도(19.1%)를 제외하고 20%를 유지했다. 특히 신입생 중 재수생 비율이 2011~2012년 25.1%을 차지했으며, 주요 상위권 대학 합격자 50%가 졸업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3 수험생 사이에서는 ‘고교가 대학교처럼 사실상 4년제가 됐다’며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그렇다면 전북지역 재수생 비율은 어느 정도 될까. 전북지역 재수생 관련 통계는 없지만, 전북지역 주요 대학의 입학생 중 도내 재수생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었다. 전북대의 경우 재수생 중 도내 학생 비율은 지난 2012년 50.7%(2012), 지난해 45.6%(2013), 올해는 35.6%(2014)로 나타났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전북대 등 각 대학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전북지역 학생들의 진학율이 떨어진 면도 있으나, 여전히 수도권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내 고교 진로진학부장들은 “각 학교별로 재수생 비율이 6~10% 안팎”이라며 “대학에 다니며 입시를 준비하는 반수생들이 늘면서 대학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는 6월이 돼야 반수·재수생 규모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올해 수능은 의대 준비생들로 인해 재수생 규모가 확대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반수생들의 경우 6월과 9월 모의고사는 치르지 않는 탓에 정작 수능에서 의외의 고득점자가 더 많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재수의 성공률이나 성적 향상 효과는 기대보다 낮은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교육종단연구가 재수 전후 수능 등급을 비교한 결과 고3년 때 평균 4.29등급에서 재수 이후 3.54등급으로 0.75등급 오르는 데 그쳤다. 2011년 4년제 대학에 입학했거나 입학 가능했던 학생 399명을 분석한 결과 고교때 보다 상위권 대학으로 진학한 재수생은 58.5%였고, 반수생은 21.6%에 그쳤다.
입시업체 관계자는 “성공률이 절반 가량인 만큼 냉정하게 판단해 재수를 결정해야 한다”며 “전년 수능 성적이 4등급 이상이면 재수를 선택할 수 있지만, 5등급 이하의 경우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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