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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이주여성 길거리 내몰릴 위기

전주 쉼터 건물 다음달 5일로 계약 만료 / 후원받은 보증금 3000만원도 돌려줘야

4년 전 국제결혼을 통해 전북에 온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A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까지 낳았지만,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심해 끝내 쫓겨나듯 집 밖으로 나왔다.

 

집을 나온 A씨가 물어물어 찾은 곳은 ‘전주 아시아이주여성쉼터’.

 

이곳에 머물며 한국어와 문화교육을 받은 A씨는 심리치료까지 꾸준히 받았고, 쉼터의 중재로 소원했던 시어머니와의 관계도 풀리면서 다시 가정으로 돌아갔다.

 

2008년 전북으로 온 필리핀 출신 B씨는 남편 등 시댁 식구들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시댁 식구들은 B씨가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하고, 일이 서툴다는 이유로 수시로 면박을 주고 때렸다.

 

견디다 못한 B씨는 집을 나와 아시아이주여성쉼터의 문을 두드렸다.

 

이곳에서 같은 처지의 이주여성들과 생활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더불어 한국 문화교육까지도 받았다. 이후 B씨는 용서를 구한 남편를 따라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처럼 가정폭력 등으로 마음과 몸에 상처를 입은 전북지역 이주여성들의 보호시설이자 치료와 상담,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아시아이주여성쉼터가 건물 임대기간 만료와 재원 부족으로 갈 곳 없는 신세가 됐다.

 

그로 인해 현재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주여성과 그 자녀 등 9명도 대체 보호시설을 찾지 못하면 당장 거리로 나앉아야 할 처지다.

 

익산에 또다른 이주여성쉼터가 있지만 그곳은 이미 정원(12명)이 다 찼기 때문에 전북지역 밖에서 보호시설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가족과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가정폭력 피해 이주여성들의 보호시설이기 전에 이들의 가정복귀를 위한 상담센터라는 것을 고려하면 낯선 타지에서 이주여성들이 생활하는 것은 가정복귀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

 

2008년 현재 위치한 전주시내 한 건물에 자리한 쉼터는 다음달 5일이면 임대기간이 끝난다.

 

더불어 보증금 3000만원도 입주 초기 후원을 받은 것인데, 후원자의 개인사정으로 다시 돌려줘야 할 판이다. 이런 탓에 이주 자금도 마땅치 않다.

 

또한 연간 1억원 가량되는 전주시의 지원금도 운영비와 인건비 등으로만 국한돼 있고, 경기불황까지 겹치면서 후원금도 뚝 떨어져 쉼터 재정형편은 최악의 상태다.

 

쉼터는 연간 50명이 넘는 이주여성이 가정폭력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왔다.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2년까지 머무는 이주여성들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 비율은 67%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쉼터의 체계적인 교육시스템과 이주여성들의 한국적응을 위한 노력이 어우러지면서 낸 결과다.

 

아시아이주여성쉼터 홍성란 원장은 “쉼터는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이주여성들이 마지막으로 희망을 붙잡기 위해 찾는 친정 같은 곳”이라며 “(쉼터가)희망의 증거가 될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고 도민들의 도움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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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국 psy2351@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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