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상담센터, 연애·성문제 고민 줄이어 / 색안경 낀 사회 시선, 평범한 삶 가로막아 / 전문가 "동등한 인간으로서 성교육 필요"
전북지역에 사는 20대 지적장애여성 A씨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을 품었다. 하지만 가족과 친구들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A씨의 감정을 무시하고 외면했다.
A씨는 혼자 끙끙 앓던 끝에 지역의 한 장애인 상담소를 찾았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과 같은 고민을 안고 사는 장애인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조금은 위안이 되지만 그렇다고 불현듯 솟는 욕망이 사그라드는 것은 아니다.
그는 세상에 묻는다.
‘남들처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사는 평범한 삶이 장애인에겐 허락되지 않는 것일까.’
어린시절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30대 남성 B씨는 성적인 욕구를 제어하기 힘들 때가 많았다.
이런 고민을 가족들에게도 차마 말하지 못하던 B씨는 한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성인물을 보게되면서 어느 정도 성적 갈증을 풀었다.
하지만 그는 때때로 죄를 짓는 기분에 움츠러들 때가 있다.
29일 도내 장애인 상담센터 등에 따르면 장애인 이성교제 및 성적 욕구 관련, 상담을 요청하는 장애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상담센터를 찾은 장애인 대다수는 성욕과 사랑하는 감정을 숨기거나 억제할 것을 강요하는 사회가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장애인의 성(性)과 사랑의 감정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이 장애인들의 정상적인 삶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장애인을 누군가로부터 사랑 받기 힘든 존재로만 보는 사회적 인식이 아직 걷히지 않은 것도 개선돼야 할 문제로 여기고 있다.
처음으로 장애인의 성(性)에 대해 진지하게 다룬 영화 ‘오아시스’. 중증 뇌병변장애인 공주와 전과자 종두가 사랑을 나누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면 공주와 종두의 성관계 장면을 목격한 경찰이 종두에게 묻는다.
‘너는 저런 애를 보고 성욕이 생기디?’
이 장면을 두고 영화평론가들은 ‘장애여성을 비정상적인 성욕의 대상, 즉 성폭행의 피해자로만 사고하는 사회적 인식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병용 사무국장은 “성욕과 사랑의 감정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가지는 욕구인데, 과거로부터 내려온 잘못된 인식 때문에 장애인의 감정이 무시되고 있다”면서 “인간적 본능을 억누르다보면 잘못된 방향으로 감정이 분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장애인도 동등한 하나의 인간으로서 필요한 성교육을 제때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새벽이슬 장애인성폭력상담소의 한 상담원은 “성(性)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장애인들의 억눌린 감정이 풀리고, 왜곡되지 않은 일반적인 감정에서 성을 바라볼 수 있다”면서 “장애인 특성에 맞는 주기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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