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지난해 신생아 1만 4866명에 불과, 65세이상 도민 17% 생산 인구 감소 심화 / 보육비만 지원하는 장려제도로는 한계, 육아휴직 적극 보장 기업·사회 동참해야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로 인해 향후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커다란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 속도는 해를 거듭할수록 빨라지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지고 있다. 전북은 전국적으로 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지역이다. 반면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생산성 저하 등 지역 발전의 잠재적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전북을 비롯한 전국 각 자치단체는 출산장려정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그렇지만 출산 관련 지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본보는 저출산 실태를 진단하고 향후 대책을 모색해 본다.
△저출산 실태
지난해 전국의 인구 1000명당 신생아 수는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여성 한 명이 평생 출산하는 자녀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 역시 4년 만에 1.2명 아래로 낮아졌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신생아 수를 의미하는 조(粗)출생률은 지난해의 경우 8.6명에 머물렀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총 신생아 수는 43만6600명으로, 2012년(48만4600명)에 비해 9.9%(4만8000명) 줄었다. 신생아 수가 역대 최저치였던 2005년(43만5000명)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적은 수치다. 합계출산율 역시 지난해 1.19명에 그쳐 2001년 이후 13년째 초(超)저출산국(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인 국가)에 머물렀다.
전북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북의 신생아 출산 현황은 지난 2009년 1만5233명에서 2010년 1만6100명으로 늘어났으나, 이후 2011년(1만6175명)과 2012년(1만6238명)에 들어서면서 증가세가 주춤했다. 그러다가 지난해에는 1만4866명으로 줄어들었다.
△저출산의 부작용
출산율 감소는 고령화를 가속화 시키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전북지역의 노인 인구 비율은 지난 3년 동안 1.1%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1년 도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9만1919명으로 전체 인구(187만4031명)의 15.6%를 기록했지만, 2012년에는 도내 노인 인구가 30만3586명(16.2%)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31만2764명으로 1만명 가량 늘어나 전체 인구(187만2965명)의 16.7%를 기록했다.
저출산의 부작용은 향후 생산 가능 인구 감소에 있다. 매년 신생아가 줄어들다 보니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청년들의 수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북지역 청년층(15~29세)의 경제활동인구는 11만9000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도내 15~29세의 인구는 약 35만여명으로, 경제활동이 다소 저조한 15~19세가 13만여명인 것을 고려 할 때 나머지 22만여명 중 절반정도만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생산 가능 인구는 지역경제 성장에 근본인 노동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저출산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출산정책의 변화 필요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전북도와 일선 시·군들은 보육료와 양육비 지원 등 다양한 출산 장려책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신생아 출산율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이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출산 장려 방안이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도내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이 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 문제, 자녀 양육 부담, 여성들의 결혼 적령기 초과 등을 꼽고 있다. 또한 과거와는 다르게 1인 가구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신생아 출산 감소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출산정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전북지회 관계자는 “일과 가정을 균형 있게 관리하는 분위기 조성이 선결돼야만 저출산을 막을 수 있다”면서 “아직도 눈칫밥을 먹고 육아휴직을 내는 여성들이 많은 만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출산장려에 동참할 수 있도록 사내 가족친화 프로그램 등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인식개선과 근로환경 개선, 남성들의 자연스런 육아 참여 등이 함께 어우러질 때 저출산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시대 따라 변한 출산관련 포스터·캐치프레이즈 "적게 낳아 잘 키우자"→"아빠! 혼자는 싫어요"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과거 정부의 산아제한정책이 한 몫을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산아제한정책을 시작했다. 이 정책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출산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은 대단한 캠페인이었다.
시대 흐름에 따라 산아제한 포스터와 캐치프레이즈도 바뀌었다.
1960년대에는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였다. 이어 1970년대의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내 힘으로 피임하여 자랑스런 부모 되자’, ‘하루 앞선 가족계획 십년 앞선 생활안정’, 1980년대의 ‘잘키운 딸하나 열아들 안부럽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적게 낳아 엄마건강 잘 키워서 아기건강’, ‘신혼부부 첫 약속은 웃으면서 가족계획’등 산아제한을 위한 계몽적 카피가 주를 이뤘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전북지회에 따르면 1970년대 들어서 정부의 지속적인 계도로 출산율은 4명대로 떨어져 큰 효과를 보았다. 1980년에는 2.83명까지 출산율이 하락했지만, 정부는 인구 억제 정책을 더 거세게 밀고 나갔다.
그러나 남녀 성비가 불균형을 이룬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변화가 생겼다. ‘선생님! 착한 일하면 여자 짝궁 시켜주나요’라는 캐치프레이즈는 당시의 시대상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그리고 저출산 문제가 본격 대두된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라는 출산을 장려하는 포스터가 나왔다.
인구보건복지협회 관계자는 “1980년대 중반쯤에 인구문제를 좀 더 거시적으로 내다보고 미래예측을 했더라면 지금의 인구 정책에 좀 더 여유가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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