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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해진 '북한 셈법'…치열해지는 동북아 외교전

日·러, 北에 외교·경제접근 가속…中, 역내 '외교맹주' 노력 / 대북 '군사압박' 치중 韓·美, 동북아외교 주도권 상실 우려

북한을 둘러싼 동북아시아 각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일본이 북한과 납치문제 해결 원칙에 합의한 데 이어 러시아도 북한과 경제협력확대를 위한 잰걸음을 걷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과 미국은 '전략적 인내'라는 구호 속에 군사적 대북압박에만 주력하고 있어 동북아 외교환경 변화에서 주도권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납치문제-독자제재 해제 맞바꾼 日 일본 아베 정부는 북일간 국장급 회담을 통해 북한이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고, 일본은 북한 선박의 입항금지 등의 독자제재 조치를 일부 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합의로 꽉 막혔던 북일관계에 돌파구를 열었다.

 

 앞으로 합의 이행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비해 납치의 책임이 덜한 김정은 정권의 입장에서는 비교적 적극적으로 '북일합의'를 이행할 것이 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아베 총리는 취임 후 여러 차례에 걸쳐 "재임 중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의지를 표명한 만큼 '약속을 이행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국민적지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특히 과거사, 영토, 집단자위권 등의 문제로 한국, 중국 등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동북아시아 외교의 돌파구를 북한에서 찾으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북한은 해방 전후 북한 지역에 있던 일본인 유골 반환과정에서 일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고 일본의 독자제재 해제로 경제적 실익도 챙길 수 있다.

 

 더군다나 북일 간의 협의가 국교 정상화로 이어진다면 과거 일제 통치에 대한 배상까지 받아낼 수 있다.

 

 ◇ 크림 사태로 '사면초가' 러시아, 北에 눈길 러시아는 최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한과 '정부간 통상경제·과학기술협력위원회' 회의에서 대대적인 양국 경제협력에 합의했다.

 

 우선 북한이 무역대금을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결제하고 러시아가 북한 내 지하자원 개발사업에 참여키로 했다.

 

 또 러시아의 석유화학기업 '타이프'는 북한에 주유소망을 구축하는 사업에 관심을 표명했으며 일부 러시아 기업들은 금광 등 북한 지하자원 개발사업에 눈독을 들였다.

 

 러시아의 이러한 행보는 크림 사태에 따른 서방의 경제제재로 유럽으로의 서진(西進)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동북아를 통한 동진정책으로 출로를 모색하면서 북한을 교두보로 삼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상하이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이 10년간 끌어오던 가스공급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특히 북러 양측은 러시아가 나진항에 드나드는 대형선박의 안전확보를 위해 러시아 보조함대를 나진항에 주둔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러시아의 소리' 방송이 전했다.

 

 보조함대가 군함인지는 불확실하지만, 북한이 외국군의 주둔을 허용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은 중국과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를 통해 경제·외교적 숨통을 틔우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국제적 제재에 놓인 북한과 크림반도 사태로 유럽의 제재에 놓인 러시아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셈"이라며 "러시아는 북한을 통해 남쪽으로 내려오는 가스관 사업에도 속도를 내려고 할 것"으로 전망했다.

 

 ◇ 동북아지역 외교 주도권 노리는 中 중국은 북한의 제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과 직접 교류보다는 북핵 대화를 모색하면서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 해법에 관심을 두는 모양새다.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북한과 미국을 오가며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을 조율하고 있고,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방한 후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린 발표문에서 "6자회담을 회복시키는 것은 각 당사국의 공통된 이익에 부합함으로 각 당사국은 모두 이를 위해 스스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관련국과 접촉을 이어가면서도 최근 동북아시아에 서 '외교 맹주'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한층 더 기울이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달 21일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를 아시아 지역의 안보협력기구로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아시아의 일과 문제는 아시아인들이 직접 처리해야 하며 아시아의 안보 역시 아시아인들이 수호해야 한다"며 아시아 국가들의 대미 안보의존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시 주석의 제안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중국은 양자외교와 다자외교를 통해 미국의 대중국 전략을 뚫어내는데 우선적인 관심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북한에 대해서는 당분간 상황 관리를 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대북외교 무대서 존재감 없는 韓·美 반면 박근혜 정부와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대화나 협상보다는 군사적 압박에 치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미연합상륙훈련인 쌍용훈련과 한반도 영공에서 실시된 한미공군훈련인 맥스선더 훈련 등이 올해 사상 최대 규모로 열렸다.

 

 미군이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국 배치 문제를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과 미국의 군사적 대북압박 공조는 속도를 내고 있지만 북한과 대화와 교류는 사실상 실종된 상황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동북아 주변국들이 국익 극대화를 위해 북한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수수방관은 외교적 궁지에 몰릴 수 있다"며 "적어도 북한과 대화는 계속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6일 미국인 관광객 제프리 에드워드 포울씨를 억류했다고 발표해 북한 내 미국인 억류자가 3명으로 늘었지만, 미국 정부는 북한에서 이익대표국 역할을 하는 주북 스웨덴 대사관만 바라보는 처지다.

 

 지난 3월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방북도 당시 미군의 B-52전폭기의 한국 훈련에 북한이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남북한 관계도 지난 2월 고위급회담과 설맞이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면서 숨통이 트이는 듯했지만, 북한이 한미합동군사연습과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미의 압박에도 북한의 정치, 경제적 상황은 비교적 안정된 것으로 보이며 외교적으로도 공세적으로 나서며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지금의) 대북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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